시스코, ‘인지 인터넷’ 시대 선언…AI·양자 아우르는 차세대 인프라 비전 공개

[IT동아 김예지 기자] 시스코가 4월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연중 최대 행사인 ‘시스코 커넥트 2026 코리아’를 개최했다. 시스코는 AI와 양자컴퓨팅이 주도하는 차세대 네트워킹 패러다임의 변화를 짚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코의 비전과 AI 네트워킹 전략을 소개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 비조이 판데이(Vijoy Pandey) 시스코 아웃시프트 수석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와 빌 가트너(Bill Gartner) 시스코 옵티컬 시스템 & 옵틱스 부문 수석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가 연사로 나섰다. 발표에 앞서 최지희 시스코코리아 대표는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끊김 없는 데이터 교류와 실시간 보안 가시성을 갖춘 인프라가 필수”라며, “시스코는 전 영역을 아우르는 엔드투엔드 AI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의 언어 만든다…‘인지 인터넷’
시스코는 기존의 ‘결정론적’ 컴퓨팅에서 벗어난 ‘확률적’ 컴퓨팅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AI와 양자 컴퓨팅이 스스로 추론하는 확률적 엔진이기에 네트워킹 인프라 역시 진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판데이 수석 부사장은 “기상 모델링, 신약·신소재 발견, 물류 스케줄링처럼 정답이 없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확률에 기반해 최적의 답을 찾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인지 인터넷(Internet of Cognition)’은 에이전트 AI 간 협업을 지원하는 개방형 인프라 레이어다. 이는 프로토콜(에이전트들이 쓰는 공통 언어)과 패브릭(지식 공유 망)으로 구성된다. 인류가 언어를 통해 집단 지성을 쌓았듯, AI 에이전트들에게도 통신 규약과 공유 체계를 부여해 조직의 경계를 넘는 협업을 가능케 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스코는 이를 위해 구글, 델, 오라클 등 8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AGNTCY(에이전시)’를 주도하며 표준화를 이끌고 있다.
양자 네트워킹, 상용망 실증 성공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는 ‘양자 네트워킹’을 통한 큐비트(양자 정보의 최소 단위) 확장에 집중한다. 단일 양자 컴퓨터를 양자 네트워크로 묶어 거대한 하나의 논리적 컴퓨터처럼 구동하는 방식이다. 시스코는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은 물류 최적화, 신약 개발, 네트워크 운영 등 실제 비즈니스 현장의 문제 해결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스코는 실제로 양자 네트워킹 스타트업 큐넥트(Qunnect)와 협력해 뉴욕시 지하에 매설된 17.6km 상용 광섬유망에서 ‘양자 얽힘’ 실증에 성공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는 기존 실험실 환경보다 5000배 빠른 속도다. 또한 시스코는 IBM 및 아톰 컴퓨팅 등과 협력해 풀스택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한편, 시스코는 양자 컴퓨터가 기존 암호를 무력화하는 ‘Q-데이’가 2029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수집한 데이터를 양자컴퓨터로 해독하는 위협에 대응해 제품 자체에 보안을 내장하는 ‘양자 내성 암호(PQC)’ 도입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AI 데이터센터 내·외부 잇는 네트워킹 칩

빌 가트너 수석 부사장은 에이전틱 AI 시대의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AI 커넥티비티’ 전략을 공개했다. 먼저 AI 데이터센터 내부 확장을 위한 스케일 아웃(Scale-Out) 솔루션의 핵심은 최근 공개된 차세대 칩 ‘실리콘 원 G300’이다. GW급 AI 클러스터를 지원하는 G300은 102.4Tbps급 스위칭 성능을 갖췄다. 이를 통해 GPU 활용률을 극대화하고 작업 완료 시간을 28% 단축한다.
또한 이를 탑재한 시스코 N9300 및 8000 시리즈는 액체 냉각 설계를 지원해 에너지 효율을 70% 개선하며, 1.6T OSFP(고속 네트워크용 광 트랜시버 포트 규격) 및 800G LPO(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회로를 단순화한 800Gbps급 광통신 모듈 규격)과 결합해 광 모듈 전력 소비를 50%, 전체 스위치 전력을 30% 절감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간 연결을 위한 스케일 어크로스(Scale-Across) 솔루션은 51.2T급 ‘실리콘 원 P200’ 칩을 기반으로, 초당 200억 개의 패킷을 처리하면서 전력 소모를 65%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탑재한 시스코 8223 라우터와 400G/800G 장거리용 광 모듈을 활용하면 다양한 영역에 공통 아키텍처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시스코는 최대 1000km 떨어진 데이터센터에 손실 없이 연결하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광 모듈(빛을 이용한 초고속 데이터 전송 기술)을 소개했다. 기존의 대형 광통신 장비를 스위치 삽입형 소형 모듈로 대체함으로써 데이터 전송 속도는 유지하면서 전력 소모를 기존 대비 최대 90%까지 낮췄다. 빌 가트너 부사장은 “이미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와 통신사에 400G 광 모듈 75만 개, 800G 모듈 2만 5000개를 출하했다”며, “시스코가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광 모듈 시장에서 선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빌 가트너 부사장은 보안의 인프라 내재화를 강조하며 “네트워크 인프라 자체에 보안을 심고 방화벽 역할을 하는 DPU(데이터 처리 전용 반도체)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시장 전략에 대해서는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국내 SI 및 IT 서비스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며, “인프라 운영부터 보안까지 통합 제공하는 SaaS 모델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