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네덜란드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암스테르담 지커 센터’를 가다
[IT동아 암스테르담(네덜란드)=김동진 기자] 지리자동차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심 한복판에 ‘암스테르담 지커 센터’를 열었다. 이곳은 스웨덴 스톡홀름 지커 센터에 이어 2023년 12월 공식 오픈한 유럽 내 두 번째 지커 공식 전시장이다.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 거리 중 하나인 로킨(Rokin) 164번지에 자리한 지커 전시장에 들어서자, 예상보다 많은 현지 방문객이 차량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들에겐 다소 생소한 브랜드일 수 있다는 선입견과 달리, 전시장 분위기는 새로운 프리미엄 전기차를 체험하려는 네덜란드 소비자의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탄탄한 전기차 인프라 구축한 네덜란드…설득이 아닌 구조로 EV 친화 문화 형성
네덜란드는 전기차를 ‘왜 타야 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전기차 문화가 성숙한 나라로 꼽힌다. 이는 환경 담론이나 캠페인의 결과라기보다, 일상 인프라가 이미 전기차를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가 도로 연석마다 설치된 공공 완속 충전기와 고속도로를 따라 촘촘히 구축된 급속 충전망은 전기차 이용을 특별한 선택이 아닌 생활의 기본값으로 만들었다.

개인 충전기를 갖추지 않은 도시 거주자도 불편 없이 전기차를 운용 가능한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충전에 대한 불안을 해소했다. 이곳에서 전기차는 더 이상 친환경 기술의 상징이 아니라, 도심에서 가장 합리적인 이동 수단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이같은 구조 속에서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이는 지커에게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후발주자인 만큼, 기술력뿐만 아니라 브랜드 신뢰와 소유 경험 전반에서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커가 네덜란드 시장에서 가장 강하게 강조한 메시지는 ‘유럽’과 ‘성능’이다. 지커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유럽에서 디자인하고 유럽 소비자에게 유용한 차량을 개발한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차량 디자인과 브랜드 감성은 스웨덴 예테보리를 중심으로 한 유럽 디자인 DNA를 전면에 내세운다. 실제로 지커의 글로벌 디자인 센터는 예테보리에 위치해 있으며, 이곳에서 지커 차량의 디자인을 총괄한다.

이 전략은 유럽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언어로 브랜드를 설명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특히 스웨덴 예테보리라는 지명은 자연스럽게 지리자동차 산하 브랜드인 볼보를 연상시키며, 지리자동차그룹과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간 연결고리를 형성했다.
여기에 지리자동차그룹이 이미 유럽에서 구축해 놓은 존재감도 시장 안착에 한몫했다. 지커는 독립적인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지리자동차그룹이 볼보, 폴스타, 링크앤코 등 유럽 브랜드를 운영하며 축적한 인지도가 초기 신뢰 형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장에서 암스테르담 지커 센터를 소개한 마크 브라스(Marc Bras) 지커 네덜란드 총괄은 “네덜란드는 유럽 안에서도 전기차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인 국가 중 하나다. 관련 인프라도 이미 구축됐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나 변화를 수용하는 데 있어 거부감이 전혀 없다. 지커가 처음 네덜란드에 진입할 당시에도 이곳은 이미 전기차 시장이 성숙한 상태였기에, 소비자에게 '왜 전기차를 타야 하는지'를 구태여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며 “다만, 소비자가 기존에 이용하던 전기차 브랜드에서 ‘지커'라는 새로운 선택지로 넘어오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이 과정에서 지리자동차그룹과 지커의 서사를 연결하는 작업이 주효했다. 유럽 시장은 지리자동차, 특히 지리 산하 볼보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하며 네덜란드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지커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초기부터 지커와 지리자동차그룹과의 연관성을 강조해 왔다. 나아가 소비자에게 시승을 통해 실제 주행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디자인뿐만 아니라 경험 측면에서도 지커만의 프리미엄 가치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 전기차 시장의 중심이자, 유럽 각국 소비자와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도시라는 점에서 지커에게 ‘전시장 이상의 쇼케이스’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전통 백화점에서 EV 쇼케이스 공간으로 탈바꿈
지커는 기존 도시의 맥락과 공간의 역사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브랜드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전시장 건물은 한때 암스테르담 도심을 대표하던 백화점으로 쓰이던 공간이다. 지커는 단순히 새 전시장을 짓는 대신 기존 공간의 역사와 구조를 끌어안는 방식을 택했다.


전시장 중앙에 자리한 오렌지색 구조물은 백화점 시절 엘리베이터가 있던 자리로, 이 공간의 ‘과거’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지커는 지하 전시 공간을 단순 창고나 보조 공간이 아닌, 전시 동선의 일부로 편입했다. 기존 엘리베이터 공간을 차량을 직접 이동시킬 수 있는 리프트로 재구성한 것이다. 기존 건물 구조를 억지로 바꾸기보다, 전기차 브랜드에 맞게 재해석한 셈이다.

암스테르담 지커 센터는 브랜드의 유럽 진출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인 소비 공간을 과감히 재해석해 전기차 브랜드의 얼굴로 삼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신생 전기차 제조사가 아니라 유럽 시장에 장기적으로 뿌리내리겠다는 브랜드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지커는 전시장에서 차량을 일렬로 늘어놓는 방식이 아니라,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디자인·실내·기술 요소를 차례로 체감하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실제 구매를 전제로 하지 않은 방문객도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도록 개방감을 살린 점도 특징이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차량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거나, 직원에게 주행 성능과 충전 방식에 대해 질문하는 방문객들의 모습도 보였다. 일부 방문객은 단순히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에 직접 앉아 장시간 머무르기도 했다. 방문객은 4K 터치스크린을 통해 차량을 직접 구성하고 주문할 수 있으며, 지커 제품 전문가들이 상주해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 AI 음성 비서 등 최첨단 기술을 시연해주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숫자로 증명된 시장 안착…누적 약 3000대 인도
지커의 전략은 판매 실적으로 나타났다. 지커는 네덜란드 시장에서 지난해 1648대를 판매했으며, 브랜드 론칭 이후 현재까지 누적 약 3000대의 차량을 소비자에게 인도했다. 단일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001, X, 7X 등 주요 라인업이 고르게 판매되며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구축했다.






브라스 총괄은 “지커 001은 네덜란드 시장에 처음으로 도입한 모델로, 현재까지 약 1000대 이상 판매되며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특히 프리미엄 차량의 핵심 요소인 디자인과 퍼포먼스를 모두 충족하며, 기존 시장의 유수한 전기차 브랜드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며 “마케팅 과정에서 중국의 압도적인 혁신 속도와 기술력, 장인정신을 유럽의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과 완벽하게 융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위 말하는 가성비 측면도 놓치지 않았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유럽 지향적 디자인, 가격 경쟁력, 강력한 퍼포먼스와 기술력을 조화롭게 결합한 것이 바로 지커라는 점을 부각하며 기존 브랜드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매 요소 중 하나는 사후 서비스다. 지커는 네덜란드 전국적으로 10개의 센터를 전략적으로 배치해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하고 있다. 부품 수급 역시 서비스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암스테르담에 유럽 부품 물류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중앙 인근 거점에 주요 부품 95%를 상시 구비하고 있다”며 “덕분에 소비자가 부품을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구조를 형성했다. 네덜란드는 법인 차량의 비중이 매우 높은 특징이 있다. 법인 차량 소유주들은 부품 배송 속도나 대기 시간, 센터의 접근성 등에 대해 개인 소비자보다 훨씬 까다로운 기준을 지녔다. 따라서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AS 품질을 완벽하게 관리하는 것 또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 지커 센터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유럽 진출보다, 유럽 시장이 어떤 전기차를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에 가까웠다.
IT동아 암스테르담(네덜란드)=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