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로 K-콘텐츠 언어 장벽 허문다" 트위그팜, 미디어 인텔리전스 시장 공략 [SBA 초격차]
[SBA x IT동아] 서울경제진흥원(SBA)은 10대 초격차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그리고 대·중견 기업을 연결해 동반 성장하도록 이끄는 초격차 개방형 혁신을 주도합니다. 초격차 개방형 혁신을 토대로 세계에서 활약할 유망 스타트업의 실력과 성과를 소개합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 "언어·문화·기술의 경계를 넘어 콘텐츠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좋은 콘텐츠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스라엘에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고, 유럽에서 K-팝의 인기가 뜨거운 것처럼 말이다. 콘텐츠가 지닌 가치는 국경을 넘어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콘텐츠의 힘이다.
하지만 좋은 콘텐츠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달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도 많다. 번역, 더빙, 자막화 등의 과정은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K-콘텐츠가 세계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여전히 높은 문턱으로 작용한다. 콘텐츠의 효율적인 관리 및 유연한 재창작 역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 데이터 구축부터 인공지능(AI) 모델 연구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까지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수직 계열화 역량을 갖춘 콘텐츠 AI 기업 주식회사 트위그팜(TWIGFARM)이 두각을 나타낸다. 축적된 멀티모달 데이터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번역, 더빙, 영상 분석 등 콘텐츠 재창작 전반을 지원하며 미디어 분야의 AI 활용도를 높이고 있는 것. 백선호 트위그팜 대표를 만나 창업 배경과 사업 전략, 그리고 목표를 살펴봤다.
네팔·이스라엘 경험으로 콘텐츠 힘 확신
2016년 설립된 트위그팜은 생성형 AI로 방송·영상 콘텐츠의 번역과 더빙을 자동화하는 등 K-콘텐츠가 전 세계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명은 작은 나뭇가지(Twig)를 크게 키워나가는 농장(Farm)이라는 뜻이다. 백선호 대표는 "'언어 장벽 없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세계에 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트위그팜의 창업 철학을 사명에 담았다"면서 "목표는 콘텐츠가 지닌 공감의 힘을 기술로 증폭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대학교에서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한 백선호 대표는 대학원에서 병렬처리를 세부전공으로 선택했다. 병렬처리는 여러 연산을 동시에 실행해 빠르고 효율적인 컴퓨팅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 분야다. 이에 고성능, 빅데이터, AI 산출 환경에서 기본이 된다. 백선호 대표는 대학원 재학 중 2006년 IT 분야 국제협력요원으로 선발,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군복무를 대체했다. 2년 후 이스라엘에 위치한 삼성반도체연구소에서 근무하며 개발자로 역량을 발휘했다.
백선호 대표는 네팔과 이스라엘에서 개발자로 일하며 다양한 경험했다. 특히 K-콘텐츠에 열광하는 현지인을 보면서 콘텐츠의 힘을 느꼈다. 백선호 대표는 "이스라엘에 있을 때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가 엄청났다. 예쁜 사람을 보면 극중 주인공인 '장금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대장금은 우리나라에서 2003년 방송된 드라마였는데 10여 년이 지나 이스라엘에서도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며 "K-콘텐츠의 인기에 따라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도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친절을 베푸는 현지인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6년간 문화와 언어가 다른 환경에서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의 힘을 직접 목격한 백선호 대표는 "네팔에서는 스스로의 시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이스라엘에서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며 "이러한 경험을 비즈니스로 실현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콘텐츠는 이미 국경을 넘어 공감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과정이 더디고 제한적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AI 기술로 그 해답을 찾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콘텐츠 분야에 특화된 AI 서비스로 주목
백선호 대표는 창업 1년 만인 2017년 번역 관리 플랫폼 랭스마켓(langsmarket)을 첫 출시했다. 랭스마켓은 클라우드 기반 번역 지원 및 협업 솔루션이었다. 이를 업그레이드, 2018년에는 AI 기반 번역 소프트웨어 지콘스튜디오(GCon Studio)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콘스튜디오는 신경망 번역 지원 및 학습 데이터 구축 솔루션으로, 2020년 SW 제품 품질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트위그팜은 현재 뉴스레터 기반 지식 인텔리전스 플랫폼 헤이버니(heybunny)와 생성형 AI 기반 미디어 인텔리전스 플랫폼 레터웍스(LETR WORKS)를 주력으로 내세운다. 헤이버니는 AI 큐레이션 및 자동 번역 기능을 지원하는데, 사용자가 구독한 콘텐츠를 요약 및 분석해 개인 맞춤형 인사이트로 제공한다. 레터웍스의 경우 원작 콘텐츠를 쉽고 빠를 뿐만 아니라 편리하게 재창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성형 AI 솔루션이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으로 멀티모달 언어 처리 모델, 클라우드 기반 API를 적용한 것이 특징. 기존 번역 중심 서비스를 넘어 중소형 콘텐츠 제작사와 방송국이 AI 기반으로 콘텐츠를 관리하고 글로벌 수익화를 확대할 수 있는 미디어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 특화된 AI 서비스가 트위그팜의 핵심이다. ▲콘텐츠 현지화 서비스 ▲뉴스레터 플랫폼 서비스 ▲AI 시스템 구축 서비스 ▲AI 데이터 구축 서비스 등이 대표적. 특히 트위그팜은 방송사 SBS, 미국 OTT 기업 ODK미디어 등 국내외 미디어 기업과 협력해 다국어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위그팜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3만 8000시간 이상의 영상과 9000만 자 이상의 텍스트가 레터웍스를 통해 번역, 용어사전화, 자동 자막화됐다.
트위그팜은 협업 범위도 다양하다. iMBC나 SM엔터테인먼트 등 신규 미디어 콘텐츠의 번역·더빙 현지화,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광고 매출 확대를 위한 다국어 메타데이터 구축, 영상 이해 모델 성능 개선을 위한 AI 라벨링 등 다양한 B2B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백선호 대표는 "트위그팜은 AI 연구, 학습 데이터 구축, 모델 개발, SaaS 솔루션, 전문 번역·더빙 서비스까지 콘텐츠와 AI 산업 전반을 수직적으로 통합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라면서 "데이터 학습, AI 모델, AI 서비스로 이어지는 AI 기술 경쟁력을 고르게 갖췄다. 이를 콘텐츠 분야에 최적화되도록 사업 모델을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트위그팜의 사업 구조에 따라 AI 연구부터 실제 서비스 제공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고객사의 콘텐츠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관리 및 활용해 개인화된 전용 AI 모델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결과 트위그팜은 연매출 약 25억 원(2024년 기준)을 기록했다. 공공기관 AI 데이터 구축 사업과 민간 콘텐츠 기업 대상 B2B 매출이 균형 있게 성장하는 것도 트위그팜의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시리즈 A(약 30억 원 목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시행착오 속 사업 방향성 찾아
트위그팜이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해 창업 초기 번역에만 집중, 랭스마켓과 지콘스튜디오를 차례로 선보였다. 해당 솔루션은 번역사가 주요 고객사였는데 수요가 많지 않았다. 점차 쇠락하는 번역 시장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선호 대표는 멈추지 않았다. 영상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파악, 자사 솔루션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특히 트위그팜은 2021년 방송사 SBS와 방송 및 OTT 콘텐츠용 AI 번역·더빙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이는 정부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레터웍스 개발에 신호탄을 쐈다. 레터웍스 출시 후에는 번역사가 아닌 콘텐츠 미디어 기업으로 고객사가 바뀌었고, 확장 및 협업 가능성도 더 많아졌다.
백선호 대표는 "기술 개발 자체보다 고객사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고, 실무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훨씬 어려웠다"며 "고객사를 만나 인터뷰하거나 직접 서비스를 사용하며 개선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위그팜은 자체적으로 레터웍스를 활용한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를 제공하며, 내부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시멘틱(맥락 중심의 유사도) 검색을 활용한 창작 효율화 ▲원작 기반 영상 생성 ▲콘텐츠 자산 목록화 ▲콘텐츠 세일즈킷 생성 및 관리 등의 기능 ▲홍보 성과 분석 및 관리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개발자 출신으로 경영에 대해 잘 몰랐던 백선호 대표는 창업 관련 수업을 듣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직접 경험하며 경영 노하우도 차곡차곡 쌓았다. 구성원 3명으로 출발한 트위그팜은 20명 규모로 확장했고,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 법인도 설립했다.
백선호 대표는 "트위그팜은 AI 연구원, 개발자, 언어 전문가, 마케팅 및 사업개발 인력으로 구성된 기술과 콘텐츠의 경계를 넘는 팀"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엠퍼시 쓰루 콘텐츠(Empathy through Content, 콘텐츠로 공감하는 세상)’라는 철학 아래 AI를 활용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협업 문화를 실천한다"면서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일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유연한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형 미디어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 진화
트위그팜의 현재 과제는 빠르게 진화하는 AI 기술 속에서 콘텐츠 창작 현장의 실제 효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순 현지화를 넘어 AI 기반 데이터 자산 관리(Data Asset Management, DAM)로 사업을 확장한다. 백선호 대표는 "지금까지는 콘텐츠 자산의 안전한 보관과 현지화 업무 지원을 중심으로 기능을 제공했으나 앞으로 주요 고객사인 콘텐츠 미디어 기업을 위해 다양한 AI 기술을 적용해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고객사가 광고·마케팅·교육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보유한 콘텐츠 자산을 자동으로 변환 및 활용할 수 있는 통합형 미디어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트위그팜은 2026년까지 '글로벌 미디어 인텔리전스 SaaS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체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술을 고도화, 글로벌 AI 생태계 내에서 한국형 콘텐츠 기술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에 이어 북미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K-콘텐츠 수출 지원 역시 강화한다. K-드라마, 웹툰, 교육 콘텐츠의 해외 수출 과정에서 부담이 되는 현지화 비용을 자동화·지능화해 수출 장벽을 낮출 방침인 것. 교육 기업과 협력해 다국어 교육 콘텐츠 및 글로벌 학습 플랫폼 사업으로도 확장을 준비 중이다.
트위그팜은 올해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초격차 개방형 혁신 홍보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초격차 선정기업의 효과적인 홍보 지원을 통해 기업의 대외 홍보 및 마케팅 역량 제고를 위한 지원사업이다. 백선호 대표는 "기술 검증, 해외 네트워킹, 투자 연계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으며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AI 기술로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더 쉽게 소비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트위그팜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과 수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백선호 대표는 "언젠가 한국의 1인 크리에이터가 만든 영상이 실시간으로 50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그날이 오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오직 '좋은 이야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언어는 더 이상 장벽이 아니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위그팜은 그 미래를 앞당기는 기술을 만들고 있다. 전 세계 콘텐츠 창작자들이 우리 플랫폼을 통해 언어 걱정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세계에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