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스타트업 다시 한번 돕는 지속 성장 지원, 실효성은 '기대이상'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국내 스타트업 지원 사업 중 이미 지원받은 기업을 추가로 지원하는 경우는 많다. 가장 잘 알려진 절차는 예비창업패키지와 초기창업패키지, 창업도약패키지로 이어지는 사업이며, 기술기업에 대한 지원으로는 프리팁스와 팁스(TIPS), 포스트 팁스 단계가 잘 알려져있다. 자금을 중복으로 지원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기업의 생존력 강화와 사업 성공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연속지원은 꼭 필요하다.

기관 입장에서는 기업의 성과 데이터를 확보한 곳을 지원하므로 위험 부담이 낮고, 또 성장 가능성도 검증된 곳을 지원해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안정성은 유지하며 연속적으로 관계 등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는 최대한 많은 기업에게 고루 지원하는 방식이 대세였지만 지금은 자금 투입 대비 생존률과 매출 및 고용을 안정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기업이 지원받는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사업센터는 지원 기업의 지속 성장을 돕는 ‘지속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출처=IT동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사업센터는 지원 기업의 지속 성장을 돕는 ‘지속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출처=IT동아

연속 지원이 정책 기조로 자리잡으면서 산업 분야별로 특화된 연속 지원 등도 등장했다.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나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스케일업’이 대표적이며, 고부가가치 중소기업에게 전담 인력 및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는 도약(Jump-up) 프로그램 등도 있다. 한편 사업 가능성을 갖춘 제조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한번 더 제품 고도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사업센터(이하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가 기획한 ‘지속 성장 지원’이다.

사업 가능성 고려해 추가 지원 나서는 ‘지속 성장 지원’

지속 성장 지원 프로그램은 올해 새롭게 신설된 프로그램이다. 2022년에서 2024년 사이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기업들 중 성장 단계별 지원이 필요한 기업을 추적 관찰해 발굴한 뒤, 이들의 지속적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선정된 기업은 총 세 곳으로 새로운 사업 방향이나 기술 개발 추진, 시장성 등이 유망하면서 후속 지원 시 잠재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기업들로 구성됐다. 실제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중 ‘마인3디피’와 ‘공방비록’ 두 곳을 만나 참여 과정 등을 짚어봤다.


김현석 마인3디피 대표가 지속 성장 지원의 제품 제작 지원을 통해 만든 제품을 소개 중이다 / 출처=IT동아
김현석 마인3디피 대표가 지속 성장 지원의 제품 제작 지원을 통해 만든 제품을 소개 중이다 / 출처=IT동아

마인3디피(MINE3DP)는 3D 프린팅 관련 제품 및 기술, 교육 등 3D 프린터 전반을 다루는 기업이다. 김현석 대표는 15년 전 일본에서 처음 3D 프린팅을 접한 뒤 관련 기술에 매료됐고, 연구원 및 엔지니어 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2020년 8월에 3D 프린팅 사업을 시작했다. 김현석 대표는 “3D 프린터 및 관련 자재, 기술 교육, 결과물까지 3D 프린터 기반 전반의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라면서, “과기대 창업보육센터는 2023년 입주했다. 과기대가 메이커스페이스 전문랩인데다가 3D 프린터, 금속 프린터까지 보유해 사업상 이점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는 전문랩 지위를 갖고 있으며, 금속 3D 프린터나 UV 프린터, 고출력 레이저 커팅기 등의 전문 장비를 보유 중이다 / 출처=IT동아
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는 전문랩 지위를 갖고 있으며, 금속 3D 프린터나 UV 프린터, 고출력 레이저 커팅기 등의 전문 장비를 보유 중이다 / 출처=IT동아

김현석 대표는 지난해 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로부터 상품성 진단, 시제품 제작이 포함된 제품개발 패키지를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 봉안함 시제품을 제작한 뒤 3D 프린터 기술 발전에 맞춰 사업 역량을 넓히고 있다. 김현석 대표는 “과기대의 도움으로 3D 프린팅 제품을 상품화했고, 이를 기반으로 캐릭터 사업도 시작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2D 이미지를 3D 도면으로 전환해 3D 프린팅하는 과정을 만들었고, 또 크기를 다양화하고 동시에 출력하는 방식 등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화를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입주 4년차에 접어들며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신기술 도입과 시장 가능성 확인을 위해 지속 성장 지원에 참여했다. 김현석 대표는 “지난해 제품은 단단한 재질에 단색이어서 따로 도색을 해야했다. 이번에 지속 성장 지원을 계기로 가루 소재로 만드는 3D 프린터를 써볼 수 있었고 말랑한 결과물을 얻었다. 메이커스페이스 소속 전문랩 장비 운영을 담당하는 이정필, 최태호 매니저가 재료 선정 및 제작 절차 등을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마인3디피는 최근 2D 이미지를 3D 캐릭터 도면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캐릭터 인쇄 사업 등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 출처=IT동아
마인3디피는 최근 2D 이미지를 3D 캐릭터 도면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캐릭터 인쇄 사업 등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 출처=IT동아

이어서 “시제품 제작 이외에도 제품 소개를 위한 홍보 영상 제작, 추후 박람회 등에서 쓸 수 있는 3D 프린터 소개 영상 등도 추가로 제작받았다. 아울러 페이스 팝 피규어 판매 페이지에 사용할 랜딩 페이지 제작도 프로그램 내부에 포함돼 판로개척에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과기대의 연이은 지원을 바탕으로 김현석 대표는 최근 글로벌 3D 프린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냅메이커 U1’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고, 도붕구청이 운영하는 ‘메이커스쿨도봉’을 전담 운영하게 됐다.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국내 3D 프린터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결과를 내지 않을까.

공방비록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폭넓은 지원받아”

최주경 공방비록 대표는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기술’에 매력을 느껴 2020년 가죽 소품 및 공예, 교육 등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공방비록의 핵심 사업은 누구나 쉽게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가죽공예 DIY(직접 제작)하는 키트다. 최주경 대표는 “가죽 소품은 실용성과 공예의 중간 지점에 있다. 물건을 담는 도구는 꾸준히 필요하고, 최근들어 소품류, 패션 잡화 등 일상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제품 소품 등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무언가를 만드는데 따른 집중력과 성취감을 공유하자는 입장에서 체험형 제품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최주경 공방비록 대표와 작업실 / 출처=공방비록
최주경 공방비록 대표와 작업실 / 출처=공방비록

공방비록은 아이디어스를 통한 가죽 상품화를 포함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개발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노원구는 공공 행사 및 마켓이 많아 꾸준히 참여 중이며, 노원구 주변의 학교 및 기관을 대상으로 체험 클래스도 진행한다. 행사에서는 50대~60대 고객의 관심이 많고, 자체 제작한 키트를 납품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최주경 대표 역시 2023년에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의 ‘브랜딩 및 마케팅 패키지’를 통해 사업을 지원받았다. 최주경 대표는 “제조 창업자의 브랜딩과 마케팅, 판로개척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사실 외부업체에 시제품 제작을 맡기는 것을 망설여왔지만 사업을 통해 업체 선정부터 제작까지 일괄 지원되어 경험과 결과물 모두 수월하게 얻을 수 있었다. 또 블로그 디자인과 홍보용 영상 등도 받았다”라면서, “제품 개발과 생산만으로도 벅찬 시기였지만 브랜드와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닫고, 제품 완성 뒤에도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관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2023년 지원 당시 남는 가죽과 친환경 종이, 재활용 부자재로 만든 노트를 제작한 바 있다 / 출처=공방비록
2023년 지원 당시 남는 가죽과 친환경 종이, 재활용 부자재로 만든 노트를 제작한 바 있다 / 출처=공방비록

코로나 당시 온라인 위주였던 사업은 현재 오프라인 체험 중심으로 바뀌었다. 때맞춰 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가 지속성장 지원을 통해 공방비록을 한번 더 지원하기로 했다. 선정 배경을 놓고서는 “기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지원하는 것에 큰 응원과 힘을 얻는다. 선정된 이유는 다른 기업들보다 조금 더 성장 지원이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지 싶다. 지원에 보답하고자 사업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방비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제품 판매는 물론 현장 체험 및 교육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출처=공방비록
공방비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제품 판매는 물론 현장 체험 및 교육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출처=공방비록

주요 지원 사항은 브랜드 스토리와 체험 프로그램, 제품군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랜딩 페이지 제작이다. 최주경 대표는 “공방 체험은 오프라인 진행이 기본이지만, 사전에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아본다. 따라서 온라인 상에서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지속 성장 지원을 통해 공방비록을 소개할 수 있는 랜딩 페이지를 제작함으로써 온라인으로 더 서비스를 잘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오프라인 체험과 브랜드 인지도 확장 측면에서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노원일삶센터의 ‘느슨한 컴퍼니’ 프로그램에서 청년 인턴과 함께 만든 ‘은은키트’ 제작을 꼽았다 / 출처=공방비록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노원일삶센터의 ‘느슨한 컴퍼니’ 프로그램에서 청년 인턴과 함께 만든 ‘은은키트’ 제작을 꼽았다 / 출처=공방비록

마지막으로 최주경 대표는 “손으로 만드는 것에서 얻는 경험과 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 누구나 잠시 쉬어가며 무언가 만드는 체험 공방으로 역할을 넓히고, 모두와 함께할 수 있는 제품과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만들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적재적소의 적절한 지원에 초점 맞춘 ‘지속 성장 지원’

영어 속담 중에 ‘제 때의 한 땀이 아홉 땀을 덜게 한다’는 말이 있다. 작은 한 번의 도움이 큰 문제를 방지한다는 말이다. 제조창업 기업들은 영업, 마케팅, 사업 관리 등 일반적인 영역은 물론 제품설계와 제작, 양산이라는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 제품을 완성하고 제대로 팔리기 전까지는 매출을 만들기 어렵고 이로인해 사업 지원을 받기가 쉽지않다. 따라서 지원의 규모와 관계없이 적절한 때에 적합하게 지원하는 사업은 가뭄의 단비만큼 소중하다.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가 이미 지원한 기업을 다시 한번 지원하는 것은 중복 지원이 아닌 효과적인 지원이라서다. 이번 지원을 바탕으로 두 기업 모두 조금씩 더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됐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다른 지원 기업들 역시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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