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무디 다이슨 홈 총괄 “소비자가 시작점, 경량화 넘어 성능으로 승부”
[IT동아 김예지 기자] 최근 무선 청소기 시장에서 경량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베리파이드 마켓 리포트(Verified Market Reports)는 무선 진공 청소기 시장이 2022년 123억 달러(약 16조 8780억 원)에서 2030년 245억 달러(약 33조 6238억 원) 규모로 성장한다고 전망하며, 주요 동인은 경량화 설계에 대한 소비자 선호 증가라고 분석했다.
가볍고 사용하기 편리하면서도 고효율을 만족하는 무선 청소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술 기업 다이슨도 새로운 스틱형 무선 청소기를 선보였다. 지난 26일 공개한 신제품 ‘다이슨 펜슬백 플러피콘(Dyson PencilVac FluffyCones)’이다.
펜슬백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무선 청소기다. 연필(Pencil)과 진공(Vacuum)을 더해 지어진 이름처럼 연필처럼 얇고 가볍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펜슬백의 손잡이 지름은 38mm, 무게는 1.8kg에 불과하다. 또한 이에 맞게 소형화된 직경 28mm 하이퍼디미엄(Hyperdymium) 모터와 4개의 원뿔형 브러시가 장착된 헤드가 특징이다.
펜슬백의 외형과 기능은 다른 브랜드뿐만 아니라 기존 다이슨 제품과도 차별화된다. 이를 두고 다이슨은 ‘펜슬백은 처음부터 설계된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IT동아는 톰 무디(Tom Moody) 다이슨 홈 부문 글로벌 총괄에게 새로운 무선 청소기 펜슬백의 출시 배경과 이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다이슨의 전략에 대해 물었다. 2012년부터 다이슨에 합류한 톰 무디 총괄은 제품 개발 초기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을 전담한다. 그는 마케팅, 세일즈, 리테일 경험을 기반으로 아시아의 주요 거점에서 다이슨의 혁신 기술 전략을 이끌고 있다.
펜슬백,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다이슨 기술의 결집’
다이슨은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혁신을 추구한다. 펜슬백은 이러한 다이슨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제품이다. 톰 무디 총괄은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지 않으면 혁신은 불가하다는 시각에서 펜슬백을 개발했다. 완전히 다른 청소기 형태를 선보이기 위해 다이슨은 스스로의 기준을 뛰어넘는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펜슬백을 통해 다이슨의 ‘경량화’ 제품에 대한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다. 톰 무디 총괄은 “한국 시장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2kg 미만의 경량 무선 청소기 판매 비중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는 다이슨 제품 중 약 20%가 2kg 이하의 모델이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펜슬백은 현재 다른 브랜드 제품과 비교했을 때 가장 가볍다. LG 코드제로 A9S의 무게는 2.49kg, 삼성 비스포크 AI 제트 무선 청소기는 2.67kg다. 플래그십 모델뿐만 아니라 경량화 모델로 출시된 LG 코드제로 A9 에어(1.97kg), 삼성 비스포크 AI 제트 라이트(2.31kg) 제품보다도 가볍다. 1.8kg에 불과한 무게는 다른 핸디형 청소기 제품군과 견줄 만하다.
톰 무디 총괄은 “다이슨은 ‘앞으로 무선 청소기의 경량화는 필연적이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며, “그 이유는 고객들이 바로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펜슬백은 한 가지 기술이 아니라 모터 설계부터 전자 장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까지 다이슨의 핵심 역량이 집약된 종합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에 단순히 외형만 따라한다고 해서 성능까지 쉽게 모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다이슨은 펜슬백에 적용된 기술에 대한 다수의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무게와 성능 간 최적의 균형점 찾다
펜슬백 제품에 표기된 흡입 성능은 최대 55AW로, 최근 다른 플래그십 모델이 200AW대, 경량화 모델은 150AW대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수치상으로 낮다. AW는 청소기의 흡입력을 나타내는 단위인 ‘에어와트(Air Watt)’를 뜻하며, 청소기의 진공도와 유량을 고려한 수치다. 그러나, 청소기의 성능을 결정하는 건 AW 수치뿐만은 아니다. 청소기 흡입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지만, 실제 청소기 성능에는 흡입력을 비롯해 브러시 기능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실사용 성능은 전체 제품 설계력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펜슬백이 기존 다이슨이 선보였던 청소기 생김새와 다른 이유기도 하다. 다이슨은 초슬림 디자인과 가벼운 무게를 유지하면서도 강력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무게와 성능 간의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데 집중했다. 특히 다이슨은 ‘성능에서의 타협은 없다’는 원칙을 절대적으로 지킨다. 톰 무디 총괄은 “경량화는 단순히 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성능과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고객들은 여전히 다이슨 청소기에 강력한 흡입력과 성능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이슨이 찾은 펜슬백의 최적 무게는 1.8kg다. 다이슨은 실제 청소 성능을 높이기 위해 다이슨에서 가장 작고 빠른 하이퍼디미엄 모터를 탑재했다. 이는 분당 14만 회 회전하며, 마이크로미터 단위까지 정밀하게 설계돼 높은 전력 밀도와 효율성을 자랑한다. 덕분에 마룻바닥의 미세한 먼지까지 99% 이상 제거할 수 있다.
약 1년 간 2000번의 시제품 개발 과정을 거쳐 탄생한 플러피콘 헤드도 펜슬백의 핵심 요소다. 총 4개의 브러시 바에 탑재된 2개의 듀얼 모터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며 꼼꼼하게 청소한다. 기존 수평 브러시 바와 달리 펜슬백의 브러시 바는 끝단 폭이 끝으로 갈수록 좁아져 머리카락을 엉킴 없이 흡입한다. 또한 다이슨은 최초 2단계 직선형 필터레이션 시스템을 탑재했다. 유입된 공기가 필터를 통과하며 먼지를 수직으로 분리하는 동시에 필터 표면을 세척한다. 이는 필터가 막히거나 흡입력이 떨어지지 않고 청소 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결국 펜슬백은 경량화에 초점을 두면서도, 단순 흡입력을 넘어선 청소기로서의 고성능을 우선시한 제품이다. 특히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을 통합하는 ‘디자인 엔지니어(Design Engineer)’가 기능과 외형을 동시에 완성함으로써 제품의 기능성에 심미성까지 갖출 수 있었다.
이로써 펜슬백은 일반 마룻바닥부터 좁은 틈새까지 모든 환경을 청소하는 데 유리하다. 본체는 최저 95mm 높이까지 평평하게 눕혀져 침대 밑, 냉장고 아래 공간까지 닿는다. 톰 무디 총괄은 “가구 밑과 위 어디든 청소할 수 있어 아파트같은 비교적 작은 주거 환경에 적합하다”며,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중소형 평 수의 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펜슬백은 콤팩트하고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다이슨의 핵심 성능을 유지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고객 문제 이해에서 시작되는 다이슨 제품
다이슨이 경량화에 초점을 둔 가장 큰 이유는 고객의 요구에서 기인한다. 다이슨은 고객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역량으로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시한다. 톰 무디 총괄은 “다이슨은 경쟁사의 기술력과 움직임보다는 ‘시장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고객이 일상 속에서 겪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이 제품 개발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다이슨은 고객 피드백을 연구 개발 과정에 적극 반영하는 한편, 향후 마이다이슨(MyDyson) 앱을 통해 획득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확보할 계획이다. 펜슬백은 다이슨 청소기 최초 마이다이슨 앱과 연동된다. 톰 무디 총괄은 “앱을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별 고객 선호도 및 사용 방식을 분석하고, 각 시장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모든 고객 데이터는 익명으로 처리된다”고 덧붙였다. 다이슨은 이를 ‘데이터-인사이트-맞춤형 개발’이라는 순환 구조로 표현했다.
또한 그는 “마이다이슨 앱은 필터 관리 시점, 배터리 교체 방법, 잔여시간 확인 등 제품 유지 보수 가이드를 제공한다. 고객은 앱에서 실시간 정보를 지원받고, 청소 알림 등 기능으로 제품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팁을 얻는다. 이로써 편리하고 안정적인 사용 경험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펜슬백의 가격은 79만 9000원으로, 시중의 플래그십 모델보다도 비싼 편이다. 그러나 다이슨은 가격 대비 성능을 강조하는 경쟁사에 신경쓰기보다는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톰 무디 총괄은 “혁신적인 기술, 차별화된 기능, 뛰어난 내구성을 제공함으로써 단순히 저렴한 제품이 아닌 오래도록 만족을 주는 제품으로 선택받는 것이 다이슨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혁신적인 청소기가 시장에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이슨은 시장이 답하는 대로 또 개선점을 찾아나갈 것이다.
한편, 다이슨은 한국 시장에서 홈 가전과 뷰티 분야를 핵심 성장 축으로 내다봤다. 톰 무디 총괄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두 분야를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제품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들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예컨대, 배터리 기술, 인공지능(AI) 기반 인텔리전스,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등이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