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비 역량 강화하는 이통3사, ‘통신 두절’ 막는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예측 불가능한 재해 발생 빈도가 높아지면서 재난 상황 속 통신망 유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와 국내 이동통신사업자는 재난 발생 시에도 국민들에게 원활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난 발생 전후 긴급 구조 단계부터 재난 발생 시 끊김 없는 통신망 구축, 그리고 최근 위성통신과 같은 첨단 기술 개발 및 도입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이통3사의 주요 추진 방안을 살펴본다.
재난 로밍, 끊김 없는 통신 지원
재난 발생 시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는 ‘재난 로밍’이다. 재난 로밍은 특정 지역에 통신 장애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가 가입한 통신사와 상관없이 이용 가능한 다른 통신사의 망을 통해 음성 통화, 문자 메시지 등 필수적인 통신 서비스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통3사는 2020년 6월부터 구축한 재난 로밍 전용 인프라를 기반으로 재난 로밍 서비스를 추진해왔다. 덕분에 특정 통신사에게 광역시 규모의 통신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4G·5G 이용자가 별다른 조치 없이 다른 통신사의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재난 로밍은 재난 시 비재난 통신사의 기지국에서 재난 통신사의 네트워크식별번호(PLMN)를 송출해 재난 통신사 단말기에 로밍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지난 3월 21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과기정통부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경상북도 의성군 등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정보통신분야 지원 대책을 시행했다. 특히 울산광역시 울진군 지역 전체에서 SKT 이동통신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과기정통부는 KT에 재난 로밍을 명령했다. 4월 1일 기준 이통3사 기지국 2901개소가 피해를 보았고, 2763개가 복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통3사는 이재민에 대해 방송통신 피해 복구 지원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통신 지원도 강화했다. 와이파이(Wi-Fi), IPTV, 스마트폰 충전 부스 등을 설치 및 운영하고, 보조 배터리, 충전기를 지원했다. 이와 더불어 과기정통부는 특별재난지역을 대상으로 이동전화, 유선전화·인터넷전화 및 초고속 인터넷 등 통신 서비스는 물론 인터넷 텔레비전(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서비스 요금도 1개월분 감면(기본료 50% 이상 수준)하도록 조치했다. 피해 주민이 해당 지자체(시군구)에 신고하면, 통신사업자가 요금을 일괄 감면하는 방식이다.
골든타임 확보 위해 위치정보 정확도 향상
이통3사는 개인의 긴급 구조를 위한 위치정보 품질을 높이는 데도 공들인다. 재난 상황에서 긴급 구조가 필요할 때, 조난자의 정확한 위치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방·경찰 등 긴급 구조기관에 전달되는 이통3사의 위치정보의 정확도가 높을수록 구조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 이통3사는 기지국, GPS 등 복합 정보를 활용해 2019년부터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을 측정, 그 결과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공해왔다.
2024년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측정 결과에 따르면, 이통3사의 위치정보 정확도 및 응답시간은 전년 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11월 이통3사는 ▲기지국 ▲위성항법 시스템(GPS) ▲와이파이(Wi-Fi) 등 측위 기술별로 ‘위치기준 충족률’, ‘위치정확도’, ‘위치 응답시간’ 등을 측정했다. 위치정확도는 실제 위치좌표와 측정된 위치좌표와의 거리 오차 평균값이며, 위치 응답시간은 구조기관이 위치정보를 요청한 시간과 위치정보를 수신한 시간의 차이다. 위치기준 충족률은 전체 위치정보 요청건수 중 거리오차 기준 및 위치 응답시간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건수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는 도시, 지형, 실내외 등 다양한 환경을 반영해 전국 163개 지점에서 실시됐다.
품질측정 결과, 2023년 대비 이통3사의 위치기준 충족률, 위치정확도, 위치 응답시간이 전반적으로 향상됐고, 특히 위치 응답시간이 크게 개선됐다. 기지국 방식에서 위치정확도는 52.3m에서 25m로 향상됐고, 위치 응답시간이 3초에서 1.4초로 개선된 것. 와이파이 방식에서도 위치기준 충족률(96.8%→98.9%), 위치정확도(20.1m→18.7m), 위치 응답시간(4.2초→2.4초) 모두 향상됐다. 다만, GPS 방식에서 위치기준 측정률(97.7%→99.0%)과 위치 응답시간(4.6초→1.7초)은 개선됐으나, 위치정확도(11.3m→12.7m)는 다소 낮게 측정됐다.
지상망 마비 대응 가능한 위성통신 도입 전망
산불, 지진, 태풍 등으로 인한 재난 지역의 범위가 넓어 지상 통신 인프라가 대규모 파손되는 상황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하다. 통신장비에 재난에 강한 설계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과 통신망 이중화, 통신 시설 지하화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나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세대 통신 기술로 주목받는 위성통신은 지상망이 닿지 않는 음영지역에서 끊김 없는 통신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최근에는 기존의 정지궤도 위성이 아닌 500\~2000km 상공에서 운영되는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통신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위성 직접 통신(D2C)’ 기술은 일반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위성과 직접 최소한의 통신(문자, SOS 등)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부각된다. 현재 최소한의 긴급 구조 신호를 전송하는 단계에서 음성 및 데이터 통신을 지원하기 위해 통신사는 스마트폰 제조사, 위성 기업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위성통신 서비스 기업 미국 스타링크(Starlink)는 세계 110개 국가에서 400만 명 가입자를 확보한 것을 바탕으로 B2C 및 B2B 고객에게 위성통신 서비스 제공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통3사가 스타링크와 손잡고 올해 1월 출시를 예고했으나, 2분기로 미뤄진 바 있다. 지난 3월 킨텍스 보안엑스포에서 아이디스파워텔(IDIS powertel) 부스에 함께 참여한 SK텔링크 관계자는 “스타링크의 인터넷 신호를 활용하는 기지국 역할을 하는 펨토셀(Femtocell) 솔루션을 통해 5월 중에는 스타링크의 국내 도입이 이뤄질 것”이라 말했다.
정부와 이통3사의 노력 덕분에 ‘통신 두절’은 점차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안정적인 통신의 보장은 국민의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각적인 통신 기술 개발 및 품질 강화 노력이 단순한 서비스 개선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재난 대응 역량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 국민들이 실질적인 도움이 받을 수 있는 지속적인 통신 인프라 투자가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