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고려대] 스페이스점프 “자영업·소상공인 기자재의 모든 것, 소상공간”
[IT동아 x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는 연구부총장 직속 스타트업 창업·보육 기관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운영합니다. 크림슨창업지원단과 함께 성장하며 변화와 혁신을 꿈꾸는 고려대학교 학생 창업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창업만큼 중요한 것이 폐업이다. 특히 매장 인테리어를 꾸미고 주방에 기자재도 많이 들여놓는 요식업, 상품 판매업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각종 조리 도구와 업소용 냉장고, 커피머신과 제빙기 등 전자 제품, 의자와 탁자 등 비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중고 기자재를 처리하다보면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한다.
중고 기자재를 사고 파는 업체도 늘 고민한다. 중고 기자재를 사러 이동하는 비용과 보관하는 비용, 팔려는 가격을 잘 가늠해야 손해를 보지 않아서다. 그러려면 중고 기자재의 품질 점검, 가격 산정 기준을 세워야 하는데 이 역시 아주 어려운 일이다.
스타트업 스페이스점프가 만든 플랫폼 ‘소상공간’이 이 고민 해결을 돕는다. 스페이스점프를 이끄는 배상일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안 600만여 명이 인공지능 자동화 솔루션을 토대로 중고 기자재를 한결 원활하게 사고 팔고 구하도록 도우려고 소상공간을 만들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재학 중 카페, F&B 레스토랑 등 자영업 매장에서 일을 하던, 지인의 폐업을 돕던 그는 문제를 발견했다. 폐업 비용이 창업 비용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창업 비용보다 훨씬 많이 드는 점이다. 폐업을 하려는 사람은 기자재의 처분, 매장 철거 복구와 신고 등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밟아야 한다. 특히 기자재 처분에 많은 수고를 들이는데, 여기에 기준이 없다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일이 많았다. 불과 몇 개월 쓴 중고 기자재를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파는 일, 심지어 비용을 들여 처분하는 일도 잦았다.
배상일 대표는 중고 기자재가 모이는 공간인 서울 황학동을 방문해 관계자들의 고민,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자리에서 중고 기자재를 다루는 기업들을 파트너로 맞아 자문을 구했다. 이어 중고 기자재 거래 시장이 낙후된 원인을 분석했다. 이내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자동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업계 관계자들에게 비용 부담을 줄이고 편의를 줄 사업 개념도 세웠다. 이 이념에 공감하는 구성원도 속속 모았다.
이렇게 태어난 스페이스점프 소상공간은 중고 기자재를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모두에게 다양한 편의를 준다. 먼저 폐업, 매장 이전 등의 사유로 중고 기자재를 팔려는 사람에게 ‘온라인 자동화 거래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 시스템은 거래자끼리 시기와 상황에 맞춰 거래하도록 돕는다. 이들이 중고 기자재를 합당한 가격에 팔도록 시세 조회 기준도 제시한다.
첫 창업자나 프랜차이즈 기업처럼 중고 기자재를 사려는 수요도 있다. 이들에게 유용한 것이 스페이스점프 소상공간의 ‘맞춤형 정보 추천’이다. 첫 창업 혹은 매장 리뉴얼을 할 때 어떤 기자재를 어느 정도의 가격에 사야 하는지 수요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프랜차이즈 기업에게는 새 가맹점에 어떤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지, 새 기자재와 중고 기자재 어느 쪽을 사는 것이 효율이 좋은지, 이들 설비의 무게와 총 견적은 어느정도 인지까지도 알려준다.
배상일 대표는 소상공간이 ‘중고 기자재를 사고 파는 업체’에게 탁월한 편의를 준다고 강조한다. 소상공간은 중고 기자재의 위탁·일반 판매와 경매를 각각 지원한다. 위탁 판매는 매장을 폐업하거나 이전하려는 사람들이 중고 기자재를 팔도록 돕는다. 일반 판매는 중고 기자재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한다. 경매는 입찰 과정을 거쳐 중고 기자재의 가격을 정하도록 돕는다.
'중고 주방거리 업체와의 상생 구조'도 눈여겨볼 만하다. 배상일 대표는 폐업의 급격한 증가, 오프라인 방문 부담 때문에 중고 주방거리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이 어긋났다고 말한다. 중고 주방거리 업체들은 또 다른 고민에도 시달린다. 물품의 유통과 보관에 많은 비용을 쓴다.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매물은 시간에 따라 가치가 떨어지며 유지 비용도 꾸준히 쌓이면서 자금난이 심해진다. 그래서 스페이스점프는 소상공간을 중고 기자재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막힌 물꼬를 트는 플랫폼으로 만들려 한다.
이어 이들은 중고 제품 거래 앱, 온라인 중고 기자재 매입 기업과의 차별화 요소도 구상했다. 스마트폰으로 중고 기자재의 사진을 찍으면 특징, 등급, 적정 가격을 보여주는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을 거의 마쳤다. 이동통신사와 협업해서 소상공인이 중고 기자재를 원활히 접하도록 돕는 구조도 만든다. 중고 기자재의 재고와 판매를 연동하는 자동화 시스템도 그렇다. 프랜차이즈 기업이 계절마다 주로 쓰는 기자재를 보관하고 대여, 운영 효율을 높이도록 돕는 사업도 진행 예정이다.
배상일 대표는 창업 직후, 모교의 크림슨창업지원단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코엑스 넥스트라이즈 홍보 지원, 동문 창업자와의 교류와 단계별 성장 지원 정책 등이다. 그는 크림슨창업지원단이 법률과 세무, 인사와 노무, 홍보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의 성장에 필요한 직간접 지원을 풍부하게 줬다고도 말한다.
덕분에 스페이스점프는 법인으로 전환한 2024년 첫 해에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과 기술 개발, 로드맵 구성 등 성과를 거뒀다. 2025년에는 CES 2025에 참가해 이들 성과를 세계인에게 소개하고,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폐기자재 시장으로 전파할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한 프리 A 시리즈 투자금 유치 계획도 있다.
착실하게 성장한 스페이스점프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전통 산업 대부분이 그렇듯, 중고 기자재 산업은 여전히 업무 대부분을 수기와 종이 서류 등 아날로그로 처리한다. 구성원들의 연령대도 높아 아날로그를 고집하고 디지털 전환을 꺼린다. 배상일 대표는 소상공간을 처음 만든 후 지금까지 늘 발로 뛰며 구성원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인사를 건네고 일을 돕고 디지털 전환을 설득했다. 덕분에 그는 소상공간의 효용을 업계에 알렸다며, 고객의 가려운 곳을 직접 긁는 전략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전략을 토대로 스페이스점프는 성장 가설인 ‘중고 기자재의 물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구성원의 수도 많은 곳에 창고를 확보, 물류 자동화 솔루션을 토대로 중고 기자재의 가치 사슬을 만드는 것.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기자재를 손쉽게 사고 팔고 보관하고 구하도록 돕는 곳, 인공지능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을 토대로 기자재의 정확한 정보와 시세를 제공하는 곳. 스페이스점프가 만들 중고 기자재의 물류 선순환 구조의 청사진이다. 이를 알릴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도 최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했다. 글로벌 IR 데모데이 최우수상의 특전으로 한 광고 덕분에 사용자도 모였다.
배상일 대표는 후배 학생 창업가들에게 ‘내면의 대화를 강조하고, 본인에게 꾸준히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구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창업을 하려는지, 무엇을 꿈꾸고 이루려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나아갈 길의 윤곽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 그래서 부족한 것과 해야 할 일을 명확히 발견하는 것이 창업의 시작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배상일 대표는 “소상공간을 사업체를 위한 셧다운 헬퍼 플랫폼으로 고도화하겠다. 폐업 과정을 간소·자동화해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힘을 싣겠다. 폐업 장벽을 낮추면 창업 수요가 늘어나 여러 가치가 태어날 것이라는 계산 하에서다. 권리금과 브랜드, 물류 등 자산의 매각을 도와 재기와 재창업 도약의 창구 역할도 하겠다. 고객의 소리에 집중, 사업의 시작과 마무리 단계의 패러다임을 혁신하겠다.”고 전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