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x IT동아] 큐빅 “민감정보 노출 위험 없는 고품질 합성 데이터, AI 혁신 앞당길 것”
[SBA x IT동아 공동기획]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 성수·창동·동작에 창업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 초기 창업부터 성장기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지원해 육성합니다. 이에 본지는 SBA와 공동으로 2024년 두드러진 활동을 펼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AI 모델을 학습시킬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에 있는 많은 데이터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어 사용에 제약이 따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에서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지우는 ‘비식별화’ 처리를 하거나 실제 데이터와 유사하게 인위적으로 생성한 ‘합성 데이터’를 쓰곤 한다.
하지만 비식별화나 합성 데이터도 완벽한 해법은 아니다. 비식별화한 데이터는 원본 데이터보다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합성 데이터는 품질과 보안이 반비례하는 문제가 있다.
큐빅(CUBIG)은 차등정보보호 기반 합성 데이터 솔루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다. 정민찬 큐빅 대표는 “기존의 합성 데이터에서 품질과 보안은 시소처럼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은 내려가는 관계”라고 설명한다.
합성 데이터도 결국 AI가 실제 데이터를 원본삼아 학습한 결과로 생성한 데이터이니 원본의 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그렇다고 실제 데이터 없이 합성을 하면 데이터 품질도, 이를 통해 학습한 인공지능의 성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큐빅은 차등정보보호 기술을 합성 데이터에 적용해 원본 데이터와 같은 수준의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보안성을 높였다. 차등정보보호 기술은 원본 데이터에 노이즈를 추가해 민감정보를 식별할 수 없게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AI 학습에 사용했을 때 원본 데이터와 같은 수준의 성능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한 대학교 학생들의 성적 데이터를 비식별화할 때, 단순히 이름을 일부 가리는 것만으로는 개인정보 보호에 한계가 있다. 성별, 연령, 학과 등 다른 정보를 종합하면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안성을 더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가리게 되면 그 데이터로는 연령이나 학과에 따른 성적 통계를 낼 수 없게 된다.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데이터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차등정보보호 기술을 적용하면 원본 데이터의 통계적 속성은 같으면서도 원본의 정보에 담긴 민간정보는 유추할 수 없는 데이터셋을 만들 수 있다. 이름, 성별, 연령, 학과 등 개별적 정보는 실제 원본과 전혀 다르고 그 어떤 연결고리도 없지만 통계를 내보면 원본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이미지에도 마찬가지로 차등정보보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피부 트러블 진단을 위한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얼굴 사진의 경우, 단순히 눈이나 입가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대신 눈과 입은 전혀 다른 형태로 바꿔놓는 방식이다. 원본 데이터 속 인물과는 전혀 다르지만 AI가 학습하는 데 필요한 피부 트러블에 관한 정보는 그대로 간직한 데이터가 탄생한다.
품질이 높은 합성 데이터일수록 원본이 유출될 위험성도 높아지만 큐빅은 AI가 원본 데이터에 직접 접근하지 않는 방식을 구현해 이 위험을 원천 차단했다. 합성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AI가 원본은 보지 못한 채 원본과의 유사한 합성 데이터만 뽑아내는 것이다.
정민찬 대표는 “산업 재해, 자율주행, 비전 AI 등 분야에서 시뮬레이션 기반 합성 데이터를 제공하는 회사는 수천수백 개가 있다. 하지만 큐빅처럼 원본 데이터의 대용품이 될 수 있는, 기존 비식별화보다 더 고차원적인 비식별화 처리가 가능한 합성 데이터 기술을 보유한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큐빅을 포함해 4곳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큐빅에서는 이 기술을 활용해 기업에 DTS(Data Transform System)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데이터 활용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직접 내부에서 합성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이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뿐만 아니라 설치형(On-Premises) 방식으로도 제공해 보안 문제로 데이터 외부 반출이 불가능하더라도 합성 데이터로 만들어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거나 외부 AI 개발 업체와 공유할 길을 열어준다.
실제 민감한 군사기밀을 다루는 공군이 큐빅과 실증(PoC)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네이버, SK텔레콤과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민찬 대표는 “같은 조직 내에서도 부서나 계열사 간에 데이터를 공유하지 못하는 이른바 ‘데이터 사일로’ 현상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공급자 역할을 하고자 하는 기업, 기관 등을 위한 데이터 장터 플랫폼 ‘에이주(Azoo)’ 또한 지난 6월 선보였다. 데이터 분석부터 거래, 결합, 검증까지 모두 해결 가능한 서비스다. 에이주를 활용하면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과 기관들은 원본에 담긴 민감정보가 없는 안전한 합성 데이터를 만들고 판매해서 추가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데이터 수요 기업들도 개인정보보호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양질의 데이터를 손쉽게 얻게 된다.
큐빅을 창업한 배호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인공지능대학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인공지능 및 개인정보보호 기술 분야의 전문가다. 서울대 박사 과정 중이던 2016년부터 일찌감치 AI의 보안,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연구했다. 알파고의 등장이 대중들에게 인공지능의 존재를 이제 막 각인한 해에 AI 시대에 대두될 새로운 문제를 미리 내다본 것이다. 서울대에서 함께 연구하던 이들, 차등정보보호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에 주목한 정민찬 대표 등이 배호 대표를 구심점으로 모이며 2021년 큐빅이 탄생했다.
큐빅은 네이버 D2SF, 브이엔티지, 이화여대 기술지주의 시드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최근에는 씨엔티테크, 한국산업은행 등이 참여한 프리A 투자도 유치했다. 서울경제진흥원(SBA)도 팀빌딩 지원사업으로 큐빅의 성장에 힘을 실었다. 정민찬 대표는 “SBA를 통해 다양한 멘토를 만나 사업 모델의 문제점을 개선하거나 투자 유치 활동을 위한 조언을 받았다. 기술적으로는 강점에 있지만 사업적으로는 놓치고 있었던 문제를 한 번 짚을 수 있었고, 빠른 성장 속도로 인해 생겼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큐빅의 기술에 주목한다. 세계적으로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원본 데이터 노출 위험을 차단한 합성 데이터를 만드는 큐빅의 기술은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정민찬 대표는 “한국에서 다양한 고객사들과 좋은 성과를 내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