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NTSC 45% 노트북이 그렇게 별로인가요?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등 PC를 구매할 때 CPU는 무엇인지, 메모리와 저장공간 용량은 어느 정도 크기인지, 화면 해상도는 얼마인지 자세히 따져보고 구매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양을 따지다 보면 다소 생소하고 의미를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용어와 수치들도 등장합니다. 그중 하나가 색 영역입니다. 색 영역은 NTSC, sRGB, DCI-P3 등 디스플레이에 대해 잘 알고 익숙하지 않다면 그 의미를 가늠하기 어려운 용어로 표현되곤 합니다. 이번에 질문 주신 rkhXXXX님도 색 영역에 익숙지 않아 노트북 구매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사례입니다.

“안녕하세요. 최근 인터넷에서 50만 원 이하 저가 노트북 핫딜을 소개하는 게시글을 봤습니다. 안 그래도 가볍게 들고 다닐 저렴한 노트북을 찾고 있었던 지라 혹했는데 댓글을 보니 ‘NTSC 45%라서 비추천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대강 찾아보니 NTSC가 화면 색상 품질과 관련된 수치인 거 같은데, 이게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NTSC 45%는 얼마나 안 좋길래 비추천한다는 건지 궁금합니다.” (일부 내용 편집)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디스플레이의 색상 표현 볌위를 나타내는 색 영역

결론부터 말하자면 NTSC 45%는 모니터가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의 범위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NTSC 45%가 낮은 수치인 건 사실이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노트북을 단순 문서 작업이나 웹서핑 위주로 사용한다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NTSC 45%라는 수치는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자연에 존재하는 색상은 무궁무진한 데 비해 모니터, TV 등 디스플레이가 표현할 수 있는 색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색상이 1만 개라고 단순하게 가정해봅시다. 만약 어떤 모니터가 이 중에서 7000개의 색을 표현할 수 있다면 이 모니터가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의 범위는 70%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하지만 실제 디스플레이의 색상 표현 범위는 인간이 볼 수 있는 모든 색상을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이때 사용되는 기준이 바로 색 영역입니다. 색 영역은 특정 기업, 협회 등이 모든 색을 3차원 좌표로 표현한 색 공간(Color Space) 중 일부를 임의로 지정해 정합니다. 현재 기술 수준이나 용도 등을 고려해서 색상 표현을 위한 기준과 목표를 정해놓는 겁니다.

대표적인 색 영역들 / 출처=셔터스톡
대표적인 색 영역들 / 출처=셔터스톡

NTSC도 이러한 색 영역 중 하나입니다. NTSC는 원래 미국 텔레비전 시스템 위원회(National Televison System Committee)을 뜻하는 말이지만, 이 위원회에서 제정한 아날로그 방송 기술 표준을 지칭하는 말로도 흔히 쓰입니다. 색 영역을 말할 때 NTSC라고 하면 정확히는 NTSC에서 정한 색 영역 규격인 SMPTE-C를 의미합니다.

이 외에도 대표적인 색 영역으로는 sRGB, DCI-P3 등이 있습니다. sRGB는 마이크로소프트와 HP가 PC 모니터 환경에 맞춰, DCI-P3는 미국 영화 업계가 디지털 영사기 배급에 맞춰 만든 색 영역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변화, 용도 등에 따라서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NTSC 45%, 50만 원 이하 제품 찾는다면 감수할 만한 선택지

이제 NTSC 45%가 어떤 의미인지 감이 오실 겁니다. NTSC가 정한 색 영역 중에서 45%만 표현이 가능하다는 의미죠.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니 상당히 낮은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NTSC는 1953년 제정된 아날로그 방송용 규격임에도 당시 기술 수준에 비해 넓게 설정된 영역이라는 걸 고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40년이나 더 뒤에 만들어진 색 영역인 sRGB가 NTSC의 72%로 더 좁게 설정됐을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NTSC 72% 디스플레이가 sRGB 100% 디스플레이와 같은 수준의 색 영역을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 점을 고려해도 NTSC 45% 디스플레이는 색상 표현 능력 측면에서는 아쉬운 성능이라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NTSC 45%를 sRGB로 환산하면 62% 수준인데, 최근에는 sRGB 100%는 물론이고 그 이상의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흔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접하는 스마트폰 화면들도 대부분 sRGB보다도 넓은 DCI-P3를 100%를 채우고도 남는 수준입니다.

NTSC 45% 디스플레이는 '물 빠진 색감'이라고 느껴지지만, 저렴한 제품을 찾는다면 감수할 만한 선택지다 / 출처=셔터스톡
NTSC 45% 디스플레이는 '물 빠진 색감'이라고 느껴지지만, 저렴한 제품을 찾는다면 감수할 만한 선택지다 / 출처=셔터스톡

다시 한번 결론을 짚어봅시다. 만약 노트북으로 영상을 감상할 계획이 없고, 단순 문서 작업이나 간단한 웹서핑 정도가 목적이라면 NTSC 45%라도 사용에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어차피 50만 원 이하 노트북이라면 성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순 사무용 이상으로 활용하기 힘들기도 하고요. 따라서 내 사용 목적에 화면 색감이 얼마나 중요할지, 그리고 제품 가격이 낮은 디스플레이 품질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히 저렴한지 잘 저울질해 보고 결정하시면 되겠습니다.

'IT애정남'은 IT제품이나 서비스의 선택, 혹은 이용 과정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PC, 스마트폰, 카메라, AV기기, 액세서리, 애플리케이션 등 어떤 분야라도 '애정'을 가지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기사화하여 모든 독자들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도움을 원하시는 분은 pengo@itdonga.com으로 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사연이 채택되면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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