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번서 MSI코리아 대표 “노트북 혁신 20년, 원칙 지키며 발전해 나갈 것”
[IT동아 강형석 기자] “2024년은 엠에스아이(MSI)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해입니다. 첫 노트북 PC 제품 출시 후 20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MSI는 항상 열정과 혁신 속에 최신 기술을 녹인 다양한 노트북 PC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기조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겁니다. 더 나은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미학적 요소와 최고의 성능, 혁신적 기술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지키겠습니다.”
공번서 MSI코리아 대표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열정과 혁신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계속 알린 결과, 국내 시장 기저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메인보드, 그래픽카드로 대표되는 PC 주요 부품을 시작으로 성장해 온 MSI가 모니터, 노트북 PC 제품군, 휴대 게이밍 PC(게이밍 UMPC) 등 광범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브랜드로 거듭난 것이 증거다.
2004년 처음 노트북을 선보였던 MSI. 처음 여느 PC 주변기기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부분을 강조했으나 2010년 이후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주목받았다. 독자영역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MSI는 2023년 전 세계 노트북 시장이 10.8% 감소한 상황 속에서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패를 거쳐 완성한 ‘게이밍 노트북’
1986년 설립된 MSI는 2004년부터 노트북 생산에 뛰어들었다. 기존 노트북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시도도 많았다. 2007년에 출시한 GX600은 사용자가 작동속도를 높여 잠재력을 끌어내는 ‘오버클럭(Overclock)’이 가능했다. 다음해에는 10인치 화면을 탑재한 윈드(Wind) U100 넷북을 선보이며 시장 판도를 바꿨다. 합리적인 가격에 노트북 PC를 제공하자는 의도로 개발된 넷북은 대부분 7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MSI는 과감하게 큰 화면을 탑재하며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하지만 2009년 MSI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라는 콘셉트로 개발한 X340이 시장의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부상한 시기적 어려움도 있었다.
공번서 대표는 “당시 내부 분위기가 무거웠어요. 하지만 변화는 필요했습니다. 스마트 기기의 부상으로 노트북 PC 무용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자는 의견도 있었어요. 이 시기에 PC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를 위한 노트북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래 전부터 PC 부품 개발과 제조에 일가견 있는 MSI였어도 아무것도 없는 시장에 뛰어드는 일에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게이밍 노트북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내부 동료를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하지만 변화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 속에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아무도 해본 적 없었기에 처음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이밍 노트북을 만들려면 우리 스스로 게이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게이머의 요구를 이해해야만 제대로 된 노트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은 거죠.”
MSI는 게이밍 노트북 개발을 위해 프로 게이머부터 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받기 시작했다. 마케팅과 영업 인력도 게임 커뮤니티와 이스포츠(e-sports) 팀 경험자를 중심으로 꾸렸다. 시장 동향도 살폈다.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려면 성능 외에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띈 것은 ‘네트워크’였다. 온라인 게임은 시스템과 서버간 연결성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끊기거나 지연이 발생하면 승패에 영향을 준다. MSI는 지연시간을 줄이고 입출력 신호가 강하게 유지되는 장치를 찾았고 그렇게 ‘킬러 네트워크(Killer Network)’ 게이밍 네트워크 카드를 개발했다.
한정된 공간에 고성능 부품을 접목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기존 부품으로는 한계가 있어 제조업체와 협력해 기판과 냉각장치 등 대부분의 부품을 새로 개발했다. 이때 새로운 문제가 부각됐다. 제품 가격이다. 시중에 판매 중인 노트북 가격의 최대 3배 가량 비싼 게이밍 노트북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했죠.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고 게이밍 노트북의 가치를 이해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했어요. 새로운 판매 채널도 찾아야 했습니다. MSI가 생각하는 방향을 공유하고 게이밍에 대한 이해와 최신 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실제 판매처가 요구하는 재고관리, 마케팅 활동 지원도 적극 제공했고요.”
공번서 대표는 처음 게이밍 노트북이 글로벌 및 국내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뛰어난 성능과 화려한 디자인이 시장에 통한 것이다. MSI 게이밍 노트북은 향후 크리에이터(Creator), 비즈니스(Business)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데 선봉장 역할도 했다.
최근 MSI는 생산성을 중시하는 직장인과 전문가를 겨냥한 비즈니스 노트북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에 성능, 휴대성을 갖춘 프레스티지(Prestige), 누구나 부담 없이 쓸 수 있도록 노트북 PC 기본기에 충실한 모던(Modern), 보안과 기능적 요소를 강화한 써밋(Summit) 등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꾸준한 연구개발 및 다양한 협업으로 브랜드 가치 제고
공번서 대표는 MSI의 경쟁력을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술적인 부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디자인, 기능 등 종합적인 경험을 의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게이밍 노트북에 스틸시리즈(Steelseries) 기계식 키보드를 먼저 적용했고 덴마크 오디오 브랜드 다인오디오(Dynaudio)의 스피커, 자이언트 스피커, 듀오 웨이브 스피커 적용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안정적인 성능 유지를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특히 ‘완전한’ 성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번서 대표는 “대다수 노트북은 발열 때문에 성능을 조절합니다. 처음에는 속도를 계속 높이다가 온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속도를 낮추는 식이죠. MSI는 지속적인 성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냉각장치 및 공기순환 설계가 이뤄집니다”라고 설명했다.
유명 브랜드, 아티스트의 협업도 빼놓을 수 없다. 자동차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메르세데스-에이엠지(Mercedes-AMG), 스트리트 패션 문화를 이끈 후지와라 히로시(Fujiwara Hiroshi) 등이 있다. 두 제품은 단순 컴퓨터를 넘어 소유하고 싶은 가치까지 제공하려는 의지를 담았다.
공번서 대표는 제품과 서비스 혁신을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그는 “제품 구상부터 개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 생산 등 모든 과정을 자체 처리하고 있습니다. 제품 품질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죠. 소비자 요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광범위하게 진행하는 일도 병행합니다”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미래 기술 준비하며 다음 20년 준비할 것
MSI가 준비하고 있는 미래 기술은 무엇일까? 공번서 대표는 ‘인공지능(AI)’이라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인공지능 시장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 본 것이다. 하지만 하드웨어 성능은 여전히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인공지능 PC가 어떻게 정의되든 성능과 편의성을 제공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MSI 인공지능 아티스트(AI Artist), 인공지능 엔진(AI Engine) 등 지능형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서비스 공급업체와 협력하는 것도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 중 하나다.
“현재 인공지능은 대부분 클라우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는 방대한 데이터 검색 및 분석이 필요한 작업에 적합하지만, 향후 온-디바이스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온-디바이스는 PC 시스템(로컬) 내에서 작동하기에 처리속도가 요구되는 작업에 적합하기 때문이죠. 개인이 사용하는 PC에 온-디바이스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고성능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미학적 요소ㆍ최고의 성능ㆍ혁신적 기술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뚜렷한 목표와 방향을 두고 제품을 개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MSI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고 지금은 전 세계 유명 노트북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 중이다. 노트북 PC 시장에서 20년간 쌓은 경험은 향후 20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MSI 노트북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MSI코리아도 다음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공번서 대표는 “지금의 MSI가 있기까지 많은 파트너와 소비자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MSI는 앞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꾸준한 기술 혁신을 통해 놀라운 제품과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