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法] 판례로 보는 휴가철 교통사고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많은 사람이 휴가를 떠납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24시간 365일 언제 어디서나 발생합니다. 교통사고는 휴가가 없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경찰청은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함께 휴가철인 7월부터 8월까지 음주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전국 특별단속에 나선다고 합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휴가지에서 음주운전과 과속으로 빚어진 참극을 판례를 통해 살펴보기로 합니다.
제주 오픈카 음주 사망 사건
[제주지방법원 2021고합73, 광주고등법원 (제주) 2022노2, 대법원 2022도12937판결]
피해자는 남자친구 A씨와 교제한 지 300일을 기념하기 위해 함께 제주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사고는 음주로 인한 우발적인 행동으로 빚어졌습니다. A씨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경 제주시 한림읍의 한 도로에서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로 렌터카를 몰았습니다. 사고 당시 정황은 A씨 여자친구 휴대폰에 두 사람의 대화가 녹음된 덕분에 밝혀졌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본인 위주로 행동하는 A씨와 다퉜습니다. A씨는 피해자가 이별을 고하자 응해주지 않았고, 사고 19초 전 A씨는 '안전벨트 안 했네?'라고 물은 후 급가속을 합니다. 사고 5초 전 A씨는 가속페달을 밟아 시속 114㎞로 달렸습니다. 그러다 도로 오른쪽에 있던 연석과 돌담, 경운기를 차례로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당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조수석에 타고 있었던 피해자는 사고 충격으로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면서 머리 등을 크게 다쳤습니다. 이후 의식불명 상태에서 치료받다가 결국 사망했습니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녹음 파일을 확인한 검찰은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사고 5초 전 A씨가 가속페달을 밟아 시속 114㎞까지 속도를 올린 점으로 과실 교통사고가 아닌 고의 교통사고로 기소한 것입니다.
해당 사건에서 쟁점은 살인죄 적용 여부였습니다. 검찰은 A씨가 전방이 막혀 있지 않은 오픈카를 운전하면서 피해자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걸 확인하고도 급가속했으므로,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과 2심, 3심 모두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A씨가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케 한 것은 맞지만 고의 살인까지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무모한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해 지금까지 법원이나 검찰은 특별한 동기가 없다면 무조건 과실범으로 판단했었는데,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살인의 고의까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과실교통사고로 달리 판단했습니다. 이에 A씨는 음주운전 사망교통사고에 대해서 음주운전죄와 위험운전치사죄를 적용받아 2심에서 징역 4년 형에 처해졌습니다.
제주 렌터카 전복 사고
(제주지방법원 2022고단2242, 제주지방법원 2023노324, 대법원 2023도11988 판결)
2022년 7월 20일 오전 3시경,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해안도로에서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번 사고의 원인도 음주였습니다. 당시 20대 남성 3명은 렌터카를 대여해 여행하다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며, 게스트하우스 관계자 A씨와 술을 마셨습니다. 그러다가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10%의 만취 상태에서 남성들이 빌린 렌터카를 운전하게 됩니다. A씨는 음주 상태에서 제한속도 시속 50km인 구간에서 시속 105km로 과속 운전하다가 커브 길에서 조경용 바위를 충돌,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운전자인 A씨는 음주운전죄뿐만 아니라 동승자들에 대한 막대한 민사적인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하게 됐습니다. 렌터카 계약서상 운전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A씨가 계약서상 운전자였다면, 적어도 동승자들에 대한 민사적인 손해액은 어느 정도 보험처리로 부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렌터카를 이용할 때는 계약서에 명시된 운전자가 운전해야 합니다. 만약 계약서에 명시된 운전자 외의 사람이 차량을 운전할 경우 이는 계약 위반이므로, 렌터카 회사의 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만약 보험이 적용되더라도 렌터카 회사나 해당 회사가 가입한 공제조합에서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상당 금액을 구상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계약서상 운전자 이외의 자가 운전하는 경우는 절대 없도록 해야 합니다.
맺음말
이번에 다룬 사건 사고들은 휴가지, 여행, 렌터카, 야간, 과속, 음주운전, 사망사고 등의 키워드를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음주와 과속이 결합, 결국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사례가 많습니다. 따라서 휴가철에 긴장을 늦춰 음주를 하고 운전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안전운전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여름휴가가 즐거운 추억으로 남도록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기를 당부드립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