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일럿+PC가 연 'AI PC 시대', 제조사 별 시장 전략은?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5월 20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종류의 윈도우 PC인 ‘코파일럿+PC’를 공개했다. 코파일럿+PC는 기존 윈도우 PC에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한 형태의 카테고리로, 기존 PC 대비 20배 더 우수한 AI 작업 성능과 최대 100배에 가까운 전력 효율을 제공한다. 원칙상 AI PC에 탑재된 신경망 처리 장치(NPU) 성능이 40 TOPS(초당 1조 번 연산) 이상, 코파일럿 전용 버튼을 가진 PC를 코파일럿+PC로 분류한다.
업계에서는 AI PC 지원을 두고 경쟁이 한창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파일럿+PC라는 분류로 제품을 구분하지만, AI PC 호환성은 이와 별도로 프로세서 제조사가 확보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시장 자체가 초기인 만큼, 인텔은 점유율을 사수하기 위해 호환성을 넓혀야 하고, AMD와 퀄컴은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AI PC 시장 경쟁의 상황, 그리고 앞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대해 짚어본다.
인텔, 높은 시장 점유율 바탕으로 AI PC 시장 섭렵
2024년 7월 현재 AI PC용 CPU 제조사는 인텔, AMD, 그리고 퀄컴이다. 애플 역시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방향으로 AI PC 시장 개척에 뛰어들었지만, 코파일럿+PC나 윈도우 운영체제가 아닌 독자적인 시장이므로 별도 시장으로 보아야 한다. 머큐리리서치가 조사한 2024년 1분기 x86 프로세서 출하 보고서에 따르면, AMD 노트북의 점유율은 19.3%로 이전 분기의 20.3%에 비해 소폭 떨어졌다. 인텔의 점유율은 8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퀄컴 제품은 x86 프로세서가 아니고, 또 2분기 중에 제품을 출시해 현재는 평가가 어렵다.
인텔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노트북 시장 자체를 인텔이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인텔은 2000년 대 초반부터 노트북에 무선 네트워크 어댑터를 함께 제공하는 ‘센트리노’ 브랜드로 허허벌판이던 노트북 시장을 일궈냈다. 노트북에 무선 인터넷을 추가하는 인텔의 혜안 덕분에 노트북 시장에서 인텔에 대한 신뢰는 대단히 높고, 그나마 AMD가 가격대 성능비와 고성능 게이밍 제품 일부로 점유율을 조금 가져온 상황이다.
AI PC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텔은 지난 2019년, 초경량 노트북에 대한 새로운 인증 기준인 ‘아테나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2020년에 인텔 이보(Evo)라는 브랜드로 프리미엄 급 노트북 인증 기준을 세웠다. 인텔 이보는 11세대 인텔 코어 이상 탑재 및 절전 모드에서 1초 이내 해제, 9시간 이상의 긴 배터리 지속시간 및 30분 충전에 4시간 사용의 고속 충전 등의 기준을 내세웠고 소비자가 복잡하게 성능을 비교할 필요 없이 이 브랜드 제품만 고르면 됐다.
소비자들이 인텔 이보라는 브랜드를 각인할 때쯤 등장한 것이 AI PC다. AI PC는 기존 노트북에 인공지능 처리를 위한 NPU를 더한 제품으로 크게 다른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텔 제품이 프리미엄 급이라는 인식이 있고, 여기에 AI PC에 맞춤 설계된 인텔 코어 울트라를 브랜드로 내세우다 보니 자연스레 AI PC 시장 점유율도 가져오게 됐다.
인텔은 현재 소프트웨어 제조사 100여 곳과 협력해 인텔 기반 AI PC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300개 이상의 프로그램에서 AI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2025년까지 NPU 탑재 PC를 1억 대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마이크로소프트 및 제조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생태계 확장을 위해 AI PC 가속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파트너사 기술 지원을 위해 인텔 AI 파트너 얼라이언스도 운영하고 있다.
AMD, 인텔 철옹성 넘으려 도전장
AMD 역시 지난 9일(현지 시각) AMD 라이젠 AI 300 시리즈 노트북 프로세서를 공개해 AI PC 재편에 나섰다. 인텔의 2세대 AI 프로세서인 코드명 루나레이크 출시에 앞서 먼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실 AMD는 인텔보다 앞선 지난해 6월, 라이젠 AI 엔진을 탑재한 라이젠 7040HS 노트북을 먼저 출시했고, 11월에도 8040HS를 공개하며 AI PC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지만 AI PC 시장 자체가 열리기도 전에 문을 두드리다보니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이번에 3세대 제품인 라이젠 AI 300으로 다시 시장에 도전한다.
AMD 역시 150여 개 이상의 소프트웨어 파트너와 서비스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개발자를 위한 AMD 라이젠 AI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배포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이 적고, 시장 자체가 초기인 만큼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AMD가 다시 한번 날을 벼리고 인텔 코어 울트라와의 경쟁에 나설 예정이지만, 원체 인텔의 영향력이 강력한 시장이어서 험난한 경쟁이 예상된다.
예상외의 변수, 엔비디아 RTX 탑재 노트북
인텔과 AMD가 AI PC시장에서 격돌하는 가운데, 하반기 이후 AI PC 시장의 지각에 큰 변동이 생길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정의하는 코파일럿+PC의 주요 특징은 15~28W 내외의 프로세서를 탑재해 얇고 가벼울 것, 저전력 환경에서 최대 20시간에 가까운 배터리 사용 시간을 제공할 것, 그리고 서버 연결 없이 AI 연산을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게이밍, 고성능 노트북보다는 사무용 제품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올해 3분기 출시될 인텔 루나레이크 기반 노트북의 TOPS 총합이 약 100 TOPS 수준인데, 2021년 출시된 RTX 3060 모바일의 TOPS가 100을 넘는다. 최신 프로세서인 RTX 4060 모바일이 233 TOP로 루나레이크 성능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장 그래픽 탑재 PC는 아직 코파일럿+PC나 AI PC로 분류되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6월 초 컴퓨텍스 2024에서 엔비디아 기반 PC에서 코파일럿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관련 서비스는 올해 말에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고, 가까운 미래에 RTX 40 시리즈가 장착된 코파일럿+PC 노트북이 출시될 것이라 밝혔다. 만약 기존 외장 그래픽 탑재 PC가 AI PC로 전환된다면 AI PC에 대한 시장 상황도 바뀔 것이다.
AI PC, 소비자는 가늠할 필요 없이 구매할 것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적절한 AI PC 조합은 무엇일까. 물론 AI PC 자체는 프로세서와 호환성, 이용 소프트웨어에 따라 만족도가 다르다. 어떤 소프트웨어가 인텔에서 효율적이고, 어떤 구성이 AMD PC에서 고성능을 발휘할지는 서비스를 써봐야 안다. 초기 단계에서는 특정 PC에서 효율적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다 잘될 수 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생태계가 더 큰 인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소프트웨어 제조사 역시 가능한 많은 고객이 쓸 수 있도록 소비자가 많은 인텔 노트북을 우선으로 업데이트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20여 년간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서 인텔 CPU 및 엔비디아 GPU 조합이 대세였던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프로그램에 따라 호환성, 확장성은 다를 수 있으나, 인텔 노트북에 대한 시장 신뢰도는 AI PC 시대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