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거래지원 자율규제 마련···7월 19일 시행
[IT동아 한만혁 기자]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 DAXA와 국내 20개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이하 모범사례)’를 마련했다. 모범사례는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것으로, 가상자산 거래지원 심사 및 종료, 심사 절차, 정보 공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투명성·이용자 보호 강화한 모범사례
지난해 6월 국회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하면서, 거래소 공통의 가상자산 거래지원 관련 내부 통제 방안 마련을 업계 및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와 DAXA는 금융당국 지원 아래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상자산 거래지원 TF’를 구성해 관련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
모범사례는 DAXA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시행 중인 ‘거래지원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국내 거래소 주요 심사 항목, 해외 주요국 감독당국의 심사 가이드라인을 반영하고 학계, 법조계의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 및 고도화한 결과물이다.
주요 거래소가 시행하고 있는 거래지원 심사 항목에 최근 발생한 사고 사례 등을 추가로 반영하고, 불명확한 심사 기준 및 절차를 개선했다. 또한 독립적인 심의·의결 기구 설치, 심사 기록 관리·보관 등의 항목을 명시해 투명성을 개선했으며, 거래소의 가상자산 관련 자료 공개, 발행 주체 공시 매체 안내 등을 통해 이용자 보호 조치를 강화했다.
DAXA는 “모범사례는 거래소가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각 거래소는 모범사례를 기반으로 자체 심사 기준을 추가해 운영할 수 있다”라며 “향후 시장 발전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DAXA는 모범사례 전문이 아닌 주요 부적격 요건만 공개했다. 그 외의 내용은 악용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형식적·질적 요건 모두 심사
모범사례에 따르면 신규 가상자산을 거래지원하는 경우 거래소는 형식적 요건과 질적 요건을 모두 심사해야 한다. 형식적 심사 요건은 부적격 요건이 하나라도 발생하면 거래지원이 불가하며, 질적 심사 요건은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한다.
심사 요건은 크게 ▲발행 주체 신뢰성 ▲이용자 보호 장치 ▲기술·보안 ▲법규 준수 항목으로 나뉜다.
발행 주체 신뢰성 항목의 주요 내용은 ▲가상자산 발행, 운영 주체가 총발행량, 유통량 계획, 사업 계획 등 이용자 투자 판단이나 가상자산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항을 공시하지 않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로 변경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 ▲발행, 운영 주체의 가상자산 거래 내역 모니터링을 위한 중요 지갑 정보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등이다.
이용자 보호 장치 항목에는 ▲발행, 운영 주체가 작성한 가상자산 관련 중요 사항 설명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분산원장 거래 확인을 위한 적절한 감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기술·보안 항목에서는 ▲발행, 운영 주체가 관리하는 가상자산 지갑, 가상자산이 발행·전송·저장되는 분산원장 등에 원인이 밝혀지지 않거나 치유되지 않은 보안 사고가 발생한 경우 ▲분산원장의 스마트 컨트랙트 소스 코드가 확인되지 않거나 가상자산 발행·소각, 실행 권한자 변경, 계정 비활성화 등이 중요 사건에 대한 이벤트 함수가 적절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 등을 심사한다.
법규 준수 항목에서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10조 제5항에 규정된 가상자산 사업자 또는 특수 관계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인 경우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감독규정 제28조 제2호에 규정된 가상자산 사업자가 전송 기록을 확인할 수 없는 가상자산인 경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2조 제1호 각 목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가상자산이 자금세탁, 테러 자금 조달, 법규 우회 등 위법행위에 사용할 목적으로 설계됐거나, 그러한 목적으로 이용 및 이용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지원이 현행 법규에 위반되는 것으로 확인되거나 위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여부를 확인한다.
단 비트코인 등 발행 주체가 확인되지 않는 가상자산의 경우 형식적 심사 요건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규제가 이루어지는 해외 가상자산 시장에서 2년 이상 거래된 가상자산은 가상자산 관련 중요 사항 설명자료, 가상자산 관련 중요 사항 공시 등 일부 심사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한다. 충분한 규제가 이루어지는 해외 가상자산 시장은 추가 조사 및 거래소 간 협의를 거쳐 마련하고, DAXA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독립 기구 설치, 주요 내용 공시 등 거래소 의무도 명시
모범사례는 가상자산 거래지원 심사 투명성 확보와 이용자 보호 강화를 위해 거래소의 의무도 명시했다. 우선 거래소는 독립적인 거래지원 심의·의결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심의·의결 기구는 가상자산 최초 거래지원 개시뿐 아니라 거래 유의 종목 지정 및 거래지원 종료 등 거래지원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심의·의결을 위한 기초 자료와 회의록은 15년간 보관해야 한다. 적정성을 사후에도 통제하기 위함이다. 또한 거래지원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거래지원 담당 임직원 및 심의·의결 기구 위원은 가상자산 거래 제한 위반, 미공개정보 이용, 거래지원 대가 수취, 이해관계자 사적 접촉 등의 행위가 금지된다.
이와 함께 거래소는 이용자에게 필요한 필수 정보를 취합해 제공해야 한다. 필수 정보는 백서 원문, 백서 주요 내용을 설명한 한글 자료, 가상자산 설명서, 발행 및 운영 주체의 주요 공시 매체 링크 등이다. 이는 거래지원 개시 전에 공개하고, 분기마다 점검하면서 최신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단 거래소가 제공하는 필수 정보는 참고용으로, 거래소가 내용의 진실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7월 19일 시행, 대규모 거래지원 종료는 없을 것
이번에 발표한 모범사례는 지난 6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일인 7월 19일에 각 거래소에서 시행 예정이다. 이미 거래 중인 가상자산은 시행일로부터 6개월 동안 심사할 예정이다. 심사를 위한 자료, 발행인 정보 등의 확보를 위해 충분한 준비 기간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DAXA는 일각에서 제기된 대량 거래지원 종료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주요 거래소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모범사례 주요 심사 항목을 선제적으로 적용했고, 일부 가상자산은 거래지원 종료 등의 조치가 이미 취해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존 거래지원 가상자산 심사는 향후 6개월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일시에 여러 가상자산이 거래지원 종료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DAXA 및 20개 거래소는 “모범사례가 가상자산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이용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