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고려대 초창패] 아이젠텍 “40분 만에 결과 나오는 PCR 검사, 국내 기술로 가능합니다”
[IT동아 x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는 연구부총장 직속 스타트업 창업·보육 기관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운영합니다. 크림슨창업지원단과 함께 성장하며 변화와 혁신을 꿈꾸는 2023년 초기창업패키지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코로나19 기간 모두에게 익숙해진 단어 중 하나가 ‘PCR’이다. PCR은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를 증폭해 바이러스 유무를 검사하는 분자 진단 기술을 말한다. 항원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높지만 검체 채취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하루 정도 소요되고, 비용도 더 비싸다.
PCR 검사가 오래 걸리고, 비용도 비싼 이유는 검체에서 핵산을 추출, 증폭하는 등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해 주는 대형 자동화 장비도 있지만 밀폐 공간이 마련돼야 해 병의원이나 선별진료소 등 현장이 아닌 별도의 진단센터 위주로 사용됐다.
이런 기존 PCR 검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게 바로 현장진단 (PoC, Point of Care) 플랫폼이다. 현장진단 플랫폼은 빠른 검사 시행과 결과 확인이 가능해 의료 현장에서 그 필요성과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아이젠텍은 이 현장진단 플랫폼, 그중에서도 추출과 증폭이 한 번에 가능한 일체형 플랫폼을 개발하는 의료기기 전문 스타트업이다.
2022년 아이젠텍을 창업한 김경호 대표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아이센스, 씨젠 등을 거치며 진단 검사를 위한 의료기기 개발에 오랜 기간 헌신한 기계공학박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씨젠에서 POC 분자진단시스템 개발 랩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던 김 대표는 누구보다도 일체형 현장진단 플랫폼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김경호 대표는 “추출과 검사를 따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은 이미 시중에 많지만 검체를 옮기는 과정에서 검체가 뒤바뀌거나 오염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추출과 증폭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체형 플랫폼 형태로 구현해야 이런 문제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일체형 플랫폼을 구현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검체 오염이나 바이러스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밀폐 환경을 구현하면서 여러 복잡한 과정을 자동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신뢰성과 사용자 편의성도 갖춰야 한다. 세계적으로 세페이드, 비오메리으 등 소수의 선도 기업만 성공적인 일체형 플랫폼을 개발해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다.
김 대표는 “소수 외국 제품이 시장을 선점하면서 높은 가격 구조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현장진단 플랫폼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저렴하면서 성능이 우수한 국내 기술의 플랫폼이 있었다면 코로나 시기에 더 많은 사람이 현장 분자진단의 편리성에 혜택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쟁력 있는 현장진단 플랫폼을 개발하려면 미세유체를 활용하는 기존 유체 제어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기존 현장진단 플랫폼은 밀폐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1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미세한 유체를 아주 얇은 관을 통해 옮기는 방식을 썼다. 그러다 보니 구조도 복잡해지고, 정밀한 제어도 힘들어진다는 게 김 대표의 분석이었다.
김 대표는 기존 대형 자동화 장비에도 사용하는 파이펫팅(Pipetting) 방식을 현장진단 플랫폼에도 적용하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연구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장진단 플랫폼에도 가능한 새로운 파이펫팅 방식과 이를 위한 카트리지 설계를 적용한 플랫폼 ‘모임 Dx100(MoiM Dx100)’ 개발에 성공했다. 검사 실패율이 대형 자동화 장비에 준하는 2% 미만으로, 5~7% 수준인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현장진단 플랫폼보다 높은 신뢰성을 지닌 건 물론, 카트리지 비용도 절반 수준이다. 폭 10cm 수준의 작은 사이즈에 최대 16종의 바이러스를 다중 진단할 수 있고, 검사 시간이 40분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아이젠텍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는 검사에 사용되는 시약 또한 함께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김경호 대표와 함께 아이젠텍에서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강진석 대표는 씨젠 진단플랫폼연구소, SK텔레콤 융합바이오연구소, LG생명과학 등을 거친 카트리지, 시약 개발 전문가다. 김 대표는 “글로벌 선두 기업들은 대부분 플랫폼과 시약을 함께 개발한다”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약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에 강 대표님을 설득해 동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약 개발 역량을 갖춘 덕분에 아이젠텍은 플랫폼의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었다. 강 대표가 이끄는 아이젠텍 시약 개발팀은 효소 등 다양한 용액 기반 시약을 동결 건조해 실온 보관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이를 바탕으로 동결 건조 시약과 일체화한 카트리지를 개발하는 등 플랫폼의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카트리지를 오픈 프로토콜이 가능하도록 제작해 확장성을 확보한 점도 특징이다. 기존 업체 시약을 포함한 다양한 시약을 프로토콜 변경만으로 구현할 수 있다.
모임 Dx100은 현재 전자기인증을 완료하고 2등급 인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3월 중에는 심사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본격적인 시약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김 대표는 밝혔다. 강진석 대표를 비롯한 아이젠텍 구성원들은 이미 여러 시약 개발 프로젝트를 허가까지 완료한 경험이 있는 만큼 올해 안에는 모든 과정을 문제없이 마칠 수 있을 거라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시약 임상 완료 이전까지는 우선 반료동물, 산업동물, 식품안전 등 분야의 전문 시약 회사들과 협력해 사업화를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아이젠텍은 2023년 범부처 감염고도화 사업 과제, 딥테크팁스 과제 등 굵직한 과제에 선정되며 제품 개발을 무사히 마쳤지만 그 과정에서 설움도 겪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몇 개 업체만이 성공한 어려운 기술을 저희처럼 작은 기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도 많았다. 지금은 의심하는 분들이 계시면 당당히 실제 구동 모습을 시연해 드린다.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하시라고”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젠텍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 게 고려대 크림슨 창업지원단이다. 김 대표는 “고려대 크림슨 창업지원단의 초기창업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모임 Dx100 플랫폼 인허가 과정까지의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인허가, 투자유치, IR 등 사업에 필요한 여러 부분에서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 저희 같은 초기 기업에게는 이런 지원 사업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모임 Dx100 초기 도입 비용과 카트리지가 저렴하면서도 충분한 성능을 갖춘 만큼 인허가 절차 마무리 후 상용화가 된다면 시장 진입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아이젠텍은 기대하고 있다. 보험 수가와 비용 사이 마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병의원들 입장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김 대표는 “POC 플랫폼의 시장은 기술적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사용자 편의성, 성능, 양산성을 모두 확보한 국내 기술은 이전까지는 개발되지 못했다”면서 “제대로 시장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즉, 성능과 사용 편의성, 신뢰성을 모두 만족하는 현장진단 플랫폼이 출시된다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장 진출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