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레임 확장으로 활용도·가성비↑ AMD 라데온 RX 7600 XT
[IT동아 남시현 기자] 2014년, AMD는 4세대 APU를 공개하면서 ‘AMD 플루이드 모션 비디오’라는 기능을 함께 공개했다. 플루이드 모션 비디오는 24, 30프레임 등으로 재생되는 동영상 사이에 추가 프레임을 끼워넣어 60~144프레임으로 재생하는 기술이다. 프레임을 채워넣는 방식이어서 품질이 완전하진 않았지만, 저품질 영상을 더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래픽 아키텍처가 RDNA로 교체된 시점부터는 플루이드 모션 지원이 중단되었으며, 굳이 사용하려면 구형 GCN 아키텍처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플루이드 모션의 명맥이 끊기는 듯했으나, 2023년 9월, AMD가 다시 한번 플루이드 모션 기술을 게임 환경으로 부활시켰다. 새로운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이하 AFMF)은 RDNA 2 아키텍처 이상의 그래픽 카드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게임 프레임 사이에 프레임을 끼워 넣어 실질 프레임을 1.5배에서 그 이상 끌어올린다. 기존 AMD 라데온 RX 7600에서 동작 성능과 메모리 용량을 더욱 늘린 라데온 RX 7600 XT를 통해 AFMF와 신작 그래픽 카드의 성능을 함께 살펴본다.
성능 더 끌어올린 AMD 라데온 RX 7600 XT
AMD 라데온 RX 7600 XT는 지난해 5월 출시한 AMD 라데온 RX 7600의 상위 버전이다. 코어는 RX 7600과 동일한 RNDA 3 기반의 Navi 33 풀칩을 사용했으나, 기본 동작 속도를 1720MHz에서 1980MHz로, 최대 동작 속도를 2655MHz에서 2755MHz로 끌어올렸다. 또한 GDDR6 메모리 용량을 8GB에서 16GB로 크게 늘려 병목 현상과 작업 효율도 크게 늘렸다. 기존 RX 7600의 경우 동작 속도를 크게 높이지 않아 실질 성능이 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번 XT 버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완성도를 높였다.
RX 7600 XT의 경우 기존 RDNA 3 기반 7000 시리즈의 중간 라인업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지만, 활용도 면에서 주목받는 제품이다. 기존 7600의 경우 보급형 제품에 가까웠지만, RTX 4060 Ti 16GB와 마찬가지로 메모리 용량을 크게 늘려 장기적인 활용도를 넓혔고, 그러면서도 AMD FSR 3.0 기반의 신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단순 프레임으로 치면 엔비디아 RTX 4070 슈퍼에 가까운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하드웨어는 AMD의 레퍼런스 그래픽 카드(기준 카드) 없이 XFX, 기가바이트 등의 제조사 제품만 출시되며, 600W 파워 사용이 권장된다. 리뷰용 그래픽 카드는 파워컬러 헬하운드 AMD 라데온 RX 7600 XT 16GB가 사용됐으며, AMD 라데온 RX 7900과 MSI PRO B650M-A WIFI, 마이크론 32GB 메모리를 조합해 사용했다.
조금은 아쉬운 실사용 성능, FSR 3.0으로 보완돼
그래픽 카드의 게임 성능과 작업 성능을 변별력 있게 파악하기 위해 3D 마크의 파이어스트라이크와 블렌더 4.0 벤치마크를 각각 진행했다. 해당 테스트에서 RX 7600 XT는 약 3만 2358점을 획득했다. 하위 라인업인 RX 7600의 3만1422점과 비교해 소폭 상향됐고, 엔비디아 RTX 4060 Ti 16GB의 3만4394점보다는 소폭 낮다.
블렌더 4.0 테스트는 특정한 3D 장면을 렌더링 한 뒤, 분당 처리한 프레임을 기준으로 성능을 측정한다. 해당 테스트에서 RX 7600XT는 총합 1271.84점을 획득했는데, AMD 라데온 RX 6600 XT의 1095.83점과 비교하면 분명한 상승세다. 다만 블렌더 자체가 엔비디아 쿠다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다보니 블렌더 한정으로는 RTX 3050보다도 성능이 떨어진다. 단순 게임 성능은 RTX 4060 Ti에 준하지만, 오픈CL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렌더링, 3D 환경에서는 부족한 면이 많다.
보다 자세한 실사용 성능을 확인해보고자 사이버펑크 2077, 호그와트 레거시를 다양한 해상도 및 옵션에서 테스트했다. 우선 사이버펑크 2077 FHD(1920x1080) 울트라 옵션에서는 77.97프레임이 나왔고, FHD 울트라에 레이트레이싱 사이코 옵션에서 21.11프레임이 나왔다. 동일한 테스트에서 AFMF를 적용하고 기록한 결과, 일반 프레임은 평균 156.48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고, 레이트레이싱 옵션에선 39.22프레임으로 상승했다.
AMD 피델리티 슈퍼 해상도(FSR)와 AFMF를 모두 조합하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제공한다. 4K(3840x2160) 해상도 울트라에 FSR 2.1와, AFMF까지 모두 활성화했다. 그 결과 FSR 2.1을 켠 조건에서의 프레임은 33.06으로 측정됐고, AFMF의 조합으로 62.77프레임을 확보했다. 물론 화면 끊어짐이나 품질의 하락이 없진 않으나, 실질적인 프레임 상승 체감이 훨씬 크다. 그래픽 카드의 성능이 부족할 때 2단 추진 로켓처럼 프레임을 보조로 높일 수 있다.
AFMF의 가장 큰 장점은 게임이 지원하지 않더라도 드라이버에서 프레임 향상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RX 7600 XT의 경우 아드레날린 24.1.1 버전 이상을 권장하며, 인게임 프레임 향상은 게임 내 라데온 오버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권장 사양이 GTX 1080 Ti 및 AMD 라데온 RX 5700으로 높은 호그와트 레거시를 QHD 해상도로 시험했다.
해당 테스트에서 RX 7600 XT는 QHD 울트라 기준 47.66프레임을 획득했고, QHD 울트라에 AFMF를 활성화했을 때 76.58프레임을 획득했다. FSR까지 활성화하면 약 110프레임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AFMF는 게임의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프레임을 크게 늘릴 수 있고, 그 향상 폭이 누구나 체감할 수 있을 만큼 크게 느껴진다.
FSR 3.0의 장점 최대한 살리는 조합
엔비디아 RTX 시리즈의 성능과 호환성은 라데온보다 낫지만, 장기적인 지원 여부로 따지면 아쉬움이 남는다. 엔비디아의 딥러닝 슈퍼 샘플링(DLSS) 3의 경우 RTX 20 및 30 시리즈와는 호환되지 않는다. 최신 기술을 누리고 싶으면 최신 제품을 사라는 것이 엔비디아의 철학이다. 반대로 AMD는 기술적으로 호환이 된다면 이전 제품도 지원 목록에 넣고, 심지어는 인텔과 엔비디아도 교차 지원한다.
이런 맥락에서 RX 7600 XT는 무난한 성능, 16GB의 넉넉한 VRAM 용량을 갖췄고, 꾸준히 사후 지원이 될 것이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이번에 추가된 AFMF 덕분에 50만 원대 제품이 사이버펑크 2077을 4K 울트라 60프레임으로 즐길 수 있게 됐으며, 또 다른 최신 기능이 꾸준히 업데이트되면 상황은 더욱 개선될 수 있다.
가격만 놓고 보자면 RX 7600 대비 14~16만 원 정도 높고, RTX 4060 보다도 10만 원 정도 높다. 실 사용 성능은 4060 Ti보다 조금 부족하나, FSR과 AFMF의 지원, 16GB의 장기적인 활용도를 고려한다면 가격대 성능비 측면에서는 제법 매력적인 제품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