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스타트업 in 홍릉] 에스엠하엘 “펩타이드로 약물 중독·피부 염증 완화”
[IT동아 차주경 기자] 아미노산 단위의 모임인 펩타이드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 가운데 하나다. 단백질과 호르몬, 효소 등 우리 몸 속 다양한 물질과 상호 작용하며 사람의 대사와 생명 현상에 관여한다. 그래서 펩타이드를 연구하면 사람의 몸에 이로운 물질이나 약품을 만든다. 홍릉강소특구 보육 스타트업 ‘에스엠하엘’이 연구하는 것도 펩타이드다.
에스엠하엘이 다루는 부문은 약물 중독 치료제와 피부 치료제(피부손상복구 펩타이드) 두 가지다. 약물 중독 치료제의 원리는 뇌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마이크로 RNA-206(MicroRNA-206)’을 억제하는 것이다. 약물 중독자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이 단백질은 뇌 전두엽의 신호전달 단백질 PLC-감마 1을 줄인다. PLC-감마 1이 줄어들면 사람은 이상행동을 반복한다.
약물 중독자들이 환각과 환청, 구토감 등 이상을 느끼거나 이로 인한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이 이 까닭이다. 약물 중독자뿐만이 아니다. 암 환자들의 고통을 줄일 목적으로 마약성 진통제가 쓰이는데, 이 약물도 환각과 환청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그래서 환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준다.
에스엠하엘은 마이크로 RNA-206의 발현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구상했다. 뇌를 제어하는 PLC-감마 1 단백질이 원활하게 만들어지도록 해서 환자가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 이 원리를 활용해 약물중독을 완화하거나 치료한다. 에스엠하엘은 이 물질을 주사가 아닌, 몸에 붙이는 패치 형태로 만든다. 그러면 몸 어디든 간편하게 붙여서 쓰고 주사와 달리 감염 우려도 없다.
에스엠하엘의 또 하나의 사업 부문, 피부 치료제를 구성하는 펩타이드는 ‘RPS.3’다. 이것 역시 김준 교수가 항암치료 신약 연구 중 발견한 천연 물질이다. 암 세포는 다른 세포처럼 죽지 않고 계속 분화한다. 이 원리를 연구하던 연구진은 자외선을 받으면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는 특정 아미노산을 발견한다. 이 물질이 RPS.3이다.
RPS.3은 복구뿐만 아니라 특정 효소(MMP1)의 활동을 막는 역할도 한다. MMP1은 사람의 뼈와 살과 피부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 콜라겐을 파괴한다. 따라서 특정 효소의 활동을 막으면 피부 손상을 줄이고 탄력을 높이며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소수성이라 피부에 잘 흡수되는 장점도 가졌다.
에스엠하엘은 RPS.3를 피부 치료제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어 임상에 들어가기 전, 먼저 화장품 원료 펩타이드로 만들어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려 한다. 에스엠하엘은 RPS.3으로 한국화학시험연구원 인체 적응 실험을 포함한 적응 실험을 마쳤다. 국제화장품원료집(ICID) 등록과 중국에서의 위생 허가 취득도 마쳤다.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IST)와 함께 중국 연태시에서 RPS.3의 IR 피칭을 마친 후 중국 기업과의 협업 여부를 타진 중이다.
에스엠하엘의 기술 가운데 피부손상복구 펩타이드를 고안한 것은 김준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와 그의 연구진들이다. 항암제와 암 진단 키트, 바이오 마커와 치료 약물을 연구 개발하는 기업 하엘이 이들의 기업이다. 이들은 암 환자의 고통을 줄일 목적으로 약물 중독 치료제를 개발했다.
KIST는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 환자의 이상행동을 줄일 약물 중독 치료제를 찾고 이 기술을 에스엠하엘에 이전했다. 에스엠하엘은 이전 받은 기술을 토대로 약물 중독 치료제, 그리고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일 다양한 펩타이드 제품을 연구 개발한다.
이들의 펩타이드 제품이 사람들에게 전해지도록, 홍릉강소특구가 힘을 더한다. 각종 인허가 취득을 돕고 실험실, 임상 비용 등을 지원했다. 우리나라 유력 제약 기업과의 공동 연구 개발을 주선하고 해외로의 진출 경로도 함께 탐구했다. 에스엠하엘은 덕분에 대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파이프라인도 현실화했다며 고맙다고 밝혔다.
에스엠하엘은 2024년, 약물 중독 치료제와 피부 치료제 모두를 고도화한다. 먼저 강화할 것은 피부 치료제다. 상품화가 비교적 쉽고 적용 가능한 상품군이 많은데다 우리나라 내외의 시장 규모도 큰 덕분이다. 에스엠하엘은 한국화학실험연구원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한다. 이를 위한 화장품 상품화도 마쳤다. 에스엠하엘의 RPS.3 앰플은 콜라겐 합성과 염증 완화, 세포 복구 효용을 발휘한다. 피부에 잘 흡수되며 우리 몸 속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물질이라 독성도 없다.
이들은 RPS.3의 효능을 화장품으로 검증한 후 펩타이드 피부 치료제 연구 개발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이미 확보한 특허 21개 이외에 관련 특허를 추가 등록하고, 이를 토대로 기술 사업화에 매진한다. 에스엠하엘은 이미 우리나라 곳곳의 대학교의 사업화를 돕고 있다며, 사업화 단계를 밟을 때 어려움을 겪는 연구실에 손을 내밀어 함께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에스엠하엘은 올해 우리나라 내외의 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TIPS를 포함한 주요 성장 프로그램도 수행한다. 지금까지 에스엠하엘은 투자금을 유치하지 않고 자생했다. 이에 첫 투자금을 모아 기술을 고도화하고 상품군을 늘려 기업의 체질을 강화한다.
물론, 주력 사업 부문 가운데 하나인 약물 중독 치료제의 연구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에스엠하엘은 올해 우리나라의 한 초대형 병원과 함께 약물 중독 치료제의 인체 실험에 나선다. 이 기술을 다루는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도 강화한다.
서동범 에스엠하엘 부사장은 “첨단 기술 펩타이드로 화장품과 약물 중독 치료제를 만들고 상용화, 세상과 사람을 이롭게 만드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