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TV를 똑똑하게, LG전자 스마트TV 업그레이더

예전에는 TV를 보고자 할 때 원하는 화면 크기의 TV를 사서 안테나 선만 연결하면 더 이상 생각할 거리가 없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화면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HD TV, 풀 HD TV, 3D TV 등의 용어가 등장하고, 방송을 수신하는 방법에 따라 디지털 TV, 아날로그 TV, 케이블 TV, IP TV와 같이 분류되기도 한다. 따라서 관련 지식을 제대로 습득하지 않으면 원하는 형식의 TV를 선택하기 어렵다.

그리고 최근 들어 상당수 제품은 ‘스마트 TV’ 를 지향하기도 한다. 스마트 TV란 외부에서 방송 신호를 수신 받아 시청하는데 그치는 일반 TV와 달리,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각종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해 PC에 준하는 기능을 기대할 수 있는 신세대 TV를 뜻한다. 과거의 TV가 단방향 TV였다면 스마트 TV는 쌍방향 TV라고 할 수 있다.

다만, TV라는 것이 보급을 시작한 지 매우 오래된 데다 한 번 사면 10년 이상 쓰는 일이 많기 때문에 스마트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새 TV를 구매한다는 것은 부담되는 일이다.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 일부 업체들은 기존의 TV에 연결하면 스마트 TV에 준하는 기능을 쓸 수 있게 되는 셋탑박스 형식의 추가 장비를 내놓고 있다. 애플의 ‘애플 TV’, 다음의 ‘다음 TV 플러스'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국내의 대표적인 스마트 TV 제조사인 LG전자도 이와 비슷한 기기를 내놓았다. 제품명은 ‘스마트 TV 업그레이더(SP820)’로, 말 그대로 이를 사용하면 일반 TV가 스마트 TV로 업그레이드 된다는 의미다. 한층 격화되고 있는 차세대 TV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LG전자의 야심작을 한 번 살펴보자.

TV 곁에 두기에 이질감 없는 작고 슬림한 외형

SP820의 크기는 조금 두꺼운 문고판 책 한 권 정도이며, 모양은 디지털 케이블 TV나 IP TV용 셋탑박스와 유사하다. 특히 두께가 얇아서 최근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LCD나 PDP TV의 화면 하단 스탠드 옆에 두면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후면 구성은 심플하다. 전원 포트와 인터넷 신호를 받는 유선랜 포트, 그리고 TV로 영상 및 음성을 동시 출력하는 HDMI 포트를 갖추고 있으며, 별도의 홈시어터 장비가 있으면 거기로 5.1채널 입체음향을 출력할 수 있는 S/PDIF(광출력)포트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무선랜(Wi-fi)기능도 갖췄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2개의 USB(2.0 규격)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SP820는 별도의 USB메모리나 외장하드를 꽂아 저장된 콘텐츠(음악, 동영상, 사진 등)를 감상할 수 있으며, USB 형식의 유선, 혹은 무선 키보드를 연결해 인터넷 서핑이나 콘텐츠 검색을 할 수도 있다. 2개의 포트를 갖춘 덕분에 외장하드와 키보드를 동시에 연결해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영상 출력용 인터페이스가 HDMI 포트뿐이라는 점은 조금 생각해 볼 문제다. 물론 최근 출시되는 TV가 대부분 HDMI 포트를 갖춘 것이 사실이고, 720p(1,280 x 720, HD급)나 1080p(1,920 x 1,080, 풀HD급)와 같은 고화질을 구현하려면 HDMI가 가장 적합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날로그 TV나 2000년대 초에 나온 구형 디지털 TV는 HDMI 입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SP820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자신의 TV에 HDMI 포트가 있는지부터 우선 체크하는 것이 좋겠다.

모션 센서 내장한 리모컨, 감도는 기대이상

SP820의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이라면 바로 리모컨이다. 일반적인 TV 리모컨과 달리 채널이나 볼륨 버튼이 없고 전반적인 버튼 구성이 매우 단순한데, 이는 내부에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모션 센서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에서는‘매직 모션 리모컨’이라 부르고 있는데, 이를 들고 움직여 보면 화면에 커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커서를 움직여 화면 내의 아이콘이나 메뉴를 클릭해 조작한다. 모션 센서가 매우 민감하고 반응도 빠르기 때문에 누구라도 스트레스 없이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SP820를 TV에 연결해 직접 제품을 사용해 볼 차례다.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누르니 15초 정도 후에 메뉴 화면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이 부팅 속도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것 같다. SP820는 LG전자의 스마트 TV 플랫폼인 ‘넷캐스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여러 가지 앱을 내려받아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LG 스마트월드’, 인터넷 서핑을 위한 '웹 브라우저', 그리고 PC나 스마트폰, 혹은 USB 기기에 저장된 콘텐츠를 구동할 수 있는 ‘스마트쉐어’ 등이 대표적인 기능이다.

활용도 높은 앱도 있지만, 전반적인 콘텐츠 확충 필요

SP820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앱은 크게 일반 앱과 프리미엄 앱으로 나뉜다. 그 중에 프리미엄 앱이 이 기기의 핵심 기능이라 할 수 있다. 프리미엄 맵은 별도로 내려받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본체에 내장되어 있다. 공중파 방송을 다시 볼 수 있는 KBS, MBC 앱, VOD(주문형 비디오)를 볼 수 있는 씨네21 앱, 방대한 양의 인터넷 동영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유튜브 앱, 올 시즌에 열린 야구 경기의 전체 영상 및 하이라이트를 골라 감상할 수 있는 한국야구위원회 앱 등이 제공되며, 전반적인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일반 앱은 LG전자 스마트 TV를 위한 앱 스토어인 LG 스마트월드를 통해 사용자가 직접 내려 받아 설치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그것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LG 스마트월드에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생활, 교육, 뉴스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앱이 준비되어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LG 스마트월드에서 제공되는 앱 중 상당수가 일반 스마트 TV 전용이라 SP820와 같은 스마트 TV 업그레이더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제법 있었고, 지원되는 앱 중에서도 태반이 한글화가 되어있지 않아 영어에 약한 사용자라면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콘텐츠의 확충이 요구된다.

3D TV 사용자들의 위한 배려 갖춰

SP820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중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3D 월드’다. 이름 그대로 3D 입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인데, 영화 외에도 뮤직비디오, 스포츠, 다큐, 키드 등을 3D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최근 3D TV의 판매에 힘을 쏟고 있는 LG전자다운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기능을 활용하려면 사용자의 TV가 3D TV여야 한다.

2012년 8월 현재 SP820로 감상할 수 있는 3D 콘텐츠는 수 백여 편 정도다. 다만, 콘텐츠 수 자체는 많지만 그 중에 영화는 15편 정도고 나머지 대부분이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 등이라 아쉬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아직 시장 전체에서 절대적인 3D 콘텐츠의 양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정도 만해도 LG전자가 상당히 노력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파일 호환성 높은 멀티미디어 파일 재생 기능에 ‘만족’

그 외에 SP820의 기능 중에 생각 이상으로 쓸만한 것이 외부 기기에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구동할 수 있는 스마트쉐어 기능이다.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있는 PC나 스마트폰, 혹은 SP820 본체의 USB 포트에 연결된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에 담긴 음악이나 사진, 동영상 파일을 구동할 수 있는 기능이다. 특히 USB 연결은 사용도 쉽고 매체 호환성도 높다.

몇몇 동영상 재생 기기의 경우에는 고용량 외장하드나 NTFS 방식(윈도 PC 전용 규격)으로 포맷된 저장장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 코덱(압축방식)의 동영상이 재생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SP820는 NTFS 방식으로 포맷된 2TB의 대용랭 외장 하드도 호환된다. 그리고 Xvid, MKV, WMV 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동영상 코덱을 지원하며, 풀HD급의 고화질 동영상도 끊김 없이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SP820의 동영상 파일 재생기로써의 역할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제품 자체는 합격점, 장기적인 콘텐츠 확충에 기대

LG전자 스마트 TV 업그레이더 SP820은 제품 자체의 만족도가 상당한 수준이다. 설치도 쉽고 모션 센서 리모컨을 이용한 조작성도 우수한 편이다. 그리고 멀티미디어 재생 및 인터넷 서핑 기능이 생각 이상으로 충실하다. 이 정도만 해도 17만원 남짓(2012년 8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의 제품 값만큼의 역할은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정작 스마트 TV 기능의 핵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앱의 다양성 면에서 아직 다소 부족함이 느껴진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스마트 TV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LG전자, 그리고 콘텐츠 개발사들의 추가적인 노력이 절실한 부분이다.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제품, 그것이 SP820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