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발전에…"아동·청소년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커져"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얼굴 사진 검색 서비스인 ‘핌아이즈(PimEyes)’가 아동 사진 검색을 차단하기로 했다.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지난 23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핌아이즈는 무해성 정책(No harm Policy)에 따라 미성년자에 대한 검색 서비스를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했다. 이번 조치는 뉴욕타임스가 지난 14일 핌아이즈의 아동 사생활 침해 우려를 제기한 이후 이뤄졌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핌아이즈는 얼굴 인식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지아 소재 기업이다. 이용자가 얼굴 사진을 전송하면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중에서 해당 얼굴이 나온 사진들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핌아이즈 측에 따르면 약 30억 건의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핌아이즈 측은 공식적으로는 자사 서비스를 이용자가 원치 않는 곳에 게재된 사진이나 도용된 사진을 찾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찾아낸 사진의 삭제 조치를 대행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잊힐 권리’를 위한 서비스를 표방하는 셈이다.

하지만 본인 확인 절차가 없어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용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 사진을 검색해 신상 정보를 알아내는 등 악용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아동 사진의 경우 소아성애자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도 부모들이 핌아이즈를 인터넷에 퍼진 자녀들 사진을 찾아내고 지우는 데 사용하는 긍정적 사례도 있지만, 그만큼 악용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전문가인 빌 피츠제럴드는 “핌아이즈 같은 도구는 (자녀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들만큼이나 스토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핌아이즈 측도 아이 얼굴을 부적절한 용도로 검색한 계정을 200개 이상 정지했다고 밝혔다.

얼굴 인식 사진 검색 서비스인 핌아이즈 / 출처=핌아이즈 홈페이지 캡처
얼굴 인식 사진 검색 서비스인 핌아이즈 / 출처=핌아이즈 홈페이지 캡처

매체는 핌아이즈와 같은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의 발달이 '셰어런팅(Sharenting)' 문제를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을 합성한 신조어인 셰어런팅은 SNS에 자녀 사진이나 영상을 공유하는 부모들 행태를 일컫는 말이다. SNS에 친숙한 세대가 부모 세대가 되면서 부쩍 논란이 된 현상이다.

아동보호 전문가 및 관련 단체들은 셰어런팅이 아이의 권리를 침해하고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부모라 하더라도 자녀의 동의 없이 사생활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건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것이다. 2016년에는 캐나다에서 한 소년이 부모가 자신의 아기 때 나체사진을 동의 없이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합의금 35만 캐나다 달러(약 3억 4000만 원)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공유된 사진이 아동 성착취나 납치,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크다. 실제 호주 사이버안전위원회(eSafety Commissioner)에 따르면 소아성애 성향 범죄 사이트에 게재된 이미지 중 절반 가까이가 부모가 SNS에 공유한 사진이었다. 영국 금융 기업 바클레이즈도 오는 2030년이면 젊은 층 대상 신원 사기의 3분의 2가 셰어런팅으로 인한 과도한 개인정보 공유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어런팅에 대한 문제 의식이 높아지면서 SNS에 자녀 사진을 올린 유명인이 비판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배우 기네스 팰트로가 SNS에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자신의 동의 없이 사진을 올렸다는 딸의 공개 항의를 받으면서 셰어런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내 한 배우도 자녀의 나체 사진을 SNS에 공유했다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셰어런팅 문제를 의식한 듯 인스타그램에 자녀들의 얼굴을 가린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 출처=마크 저커버그 인스타그램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셰어런팅 문제를 의식한 듯 인스타그램에 자녀들의 얼굴을 가린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 출처=마크 저커버그 인스타그램

반대로 셰어런팅 문제를 의식해 자녀 사진의 SNS 공유를 경계하는 부모들도 늘어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7월 인스타그램에 가족사진을 올리면서 두 딸의 얼굴을 스티커로 가려서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셰어런팅을 비롯한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이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법안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올해 안으로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보호 대상 연령을 만 14세에서 18세로 확대하고, 본인 또는 제3자가 아동·청소년 시기에 온라인에 올린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잊힐 권리’를 제도화할 방침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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