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페라리' 4도어 4인승 쿠페 ‘푸로산게’ 최초 시승
[IT동아 김동진 기자] 달리기에 특화된 슈퍼카는 2인승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다수 슈퍼카 브랜드가 내놓은 SUV가 연이은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한때 SUV를 만들지 않겠다고 했었던 페라리도 달리기 성능과 공간 실용성을 함께 요구하는 소비자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75년 페라리 역사 최초의 4도어 4인승 쿠페인 ‘푸로산게(Purosangue)’가 탄생한 배경이다.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페라리 푸로산게'를 국내 최초로 직접 시승하며 차량의 특징을 살펴봤다.
공기역학 설계 적용한 외관 디자인
페라리 푸로산게 외관을 살펴보면, 전면부 그릴이 없고 그 자리를 하부의 상반각(dihedral)으로 대체한 모습이 눈에 띈다. 양쪽 측면에 배치한 공기흡입구는 주간주행등(DRL)을 ‘ㄷ’자 형태로 감싸고 있으며 헤드램프는 주간주행등과 분리 배치됐다.
푸로산게 상단에 적용된 탄소 섬유 루프는 기존 루프보다 약 20% 가벼우면서도 기존 루프와 같은 강성과 방음 효과를 낸다. 상어의 코(Shark Nose)에서 영감을 받은 돌출된 샤크 노즈 형태의 전면부를 시작으로 넓게 자리한 보닛, 굴곡진 윙이 연결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페라리만의 전통적인 외관 디자인이 푸로산게에도 적용됐다.
페라리는 길게 뽑아낸 푸로산게 보닛을 비롯해 외관 곳곳에 공기역학 설계를 적용했다. 예컨대 A 필러 앞에 자리한 보닛 부위 에어로 브리지(Aero bridge)를 통해 차량이 달릴 때 주행 방향과 반대로 발생하는 공기흐름인 항력을 줄이는 방식이다.
푸로산게의 리어 윈드스크린에는 와이퍼가 없다. 후면의 유리 표면을 따라 기류가 흐르며 리어 스크린을 청소하도록 설계한 덕분이다. 스포일러의 하부 표면을 곡선 모양으로 설계한 것도 공기 흐름이 적절하게 리어 스크린 쪽으로 향하게 하기 위함이다. 스포일러 하단 표면의 양 끝에는 두 쌍의 보텍스 제너레이터가 있다. 보텍스 제너레이터는 C 필러에 의해 발생되는 소용돌이를 상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특수한 형태의 리어 스크린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페라리 관계자는 "루프의 후면과 리어스크린, 스포일러는 기류를 분리하고 압력 필드를 관리하는 데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작업 역량을 투입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바퀴 부위 노출된 영역은 차량의 지상고가 높은 탓에 항력을 증가시키는 요소다. 이에 페라리는 네거티브 램프를 프론트 휠 앞부분에 통합했고, 휠 아치로 유입되는 공기 양을 최대한 제한하기 위해 차체 표면의 곡선을 프론트 휠과 위시본까지 이어지도록 디자인했다.
측면을 살펴보면 긴 앞코가 두드러지며 운전석을 뒷바퀴에 가깝게 붙인 롱노즈 숏테크 쿠페 디자인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페라리 푸로산게의 전장(자동차 길이)은 4973㎜, 전폭(자동차 폭)은 2028㎜, 전고(자동차 높이)는 1589㎜,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는 3018㎜다. 건조중량은 2033kg이다.
푸로산게 트렁크 용량은 페라리 차량 중 가장 큰 473리터다.
49:51 무게 배분에 담긴 기술력
푸로산게는 프론트 미드 엔진을 장착했음에도 49:51이라는 무게 배분을 자랑한다. 페라리 관계자는 “변속기를 엔진에 직접 맞물리지 않고 후륜 쪽에 기어박스를 배치해 이 같은 무게 배분이 가능했다”며 “그러면서도 동력 전달 장치(PTU)는 엔진 앞에 결합해 특유의 4X4 변속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페라리는 푸로산게에 자연흡기 V12 6.5리터 엔진을 넣었다. 이 엔진은 낮은 회전수에서도 80%의 토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페라리 푸로산게는 최대토크 73kgf.m, 최대출력 725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3초, 정지상태에서 시속 2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6초다. 최고속도는 시속 310km에 달한다.
페라리 75년 역사상 최초 4도어 4인승 차량
푸로산게 실내 구성은 다른 페라리 차량과 동일하면서도 새로운 요소가 반영됐다. 예컨대 4개의 시트를 열선이 내장된 전동 시트로 분리 배치했으며, 버메스터 오디오 시스템을 처음 적용해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앞좌석에는 10개의 에어백을 장착하고, 5가지 유형의 마사지 기능을 3단계 강도 조절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렸다.
페라리는 자사 최초로 루프에도 퍼스널라이즈 옵션을 제공한다. 기본 제공하는 탄소섬유 루프 대신 전기를 활용해 변색이 가능한 글라스 루프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해당 글라스의 하부 표면은 전기 감응성 필름으로 코팅됐기 때문에 미세한 전류가 필름을 통과하면 색조 수준을 변경, 실내에 햇빛을 가득 채우거나 필요한 경우 그늘을 만든다. 페라리 최초로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 시스템 호환 기능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중앙에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타사와 달리 조수석과 운전석에 동일한 크기인 10.2인치 디스플레이를 배치, 듀얼 콕핏 콘셉트라는 차별화를 꾀했다.
비좁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실제로 탑승한 2열 공간은 나쁘지 않았다. 헤드룸 여유가 없는 편이었지만 레그룸 공간은 긴 휠베이스 덕분에 넉넉했다.
‘눈은 도로에, 손은 스티어링 휠에’라는 페라리만의 철학은 푸로산게에도 적용됐다.
운전자가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차량 기능의 대부분을 제어할 수 있는 멀티터치 컨트롤 기반의 신형 스티어링 휠이 적용됐으며, 주행 모드뿐만 아니라 와이퍼와 방향지시등까지도 스티어링휠에서 모두 조작하도록 꾸렸다.
울퉁불퉁한 노면과 급격한 코너에도 안정적으로 차체 제어
주행을 시작했다. 구불구불한 스피드웨이 트랙과 짧은 직선 코스를 주행한 후 외곽 노지를 짧게 시승하는 코스였다. 긴 시간 차량을 시승하지는 못했지만, 푸로산게의 인상적인 성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직선 코스에서 가속 페달을 밟자, 푸로산게를 위해 페라리가 새로 구성한 V12 6.5L 엔진만의 사운드와 함께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돌파했다. 코너링 시에는 페라리 사륜구동 시스템과 섀시 다이내믹 센서가 정확한 코너 진입과 탈출을 도왔다.
동승한 페라리 인스트럭터는 “급격한 코너링에도 차체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푸로산게에 새로 적용한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 덕분”이라며 “해당 시스템은 운전자의 개별적인 조절 없이도 반대쪽 롤을 억제하며 차량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서스펜션 코너에서 가속도계와 위치 센서를 사용하며, 사이드 슬립 컨트롤과 섀시 다이내믹 센서와 상호 작용한다. 스테빌라이저 바가 없이도 페라리만의 독점적인 제어 로직 덕분에 고속에서도 균형감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계, 동력 및 제어 등 모든 각도에서 성능을 발휘하는 새로운 8단 듀얼 클러치도 안정감을 더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노면이 울퉁불퉁한 노지를 만났을 때 속도를 높일수록 노면 스트레스를 상쇄하는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의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페라리 푸로산게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자동 비상 제동 시스템(AEB) ▲자동 하이빔(HBA/HBAM) ▲차선 이탈 경고(LDW) ▲차선 유지 보조(LKA) ▲사각지대 감지(BSD) ▲후방 교차 교통 신호 경계 경보(RCTA) ▲교통 표지 인식(TSR) ▲운전자 졸음 및 주의(DDA) 및 후방 주차 카메라(NSW)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기본 옵션으로 장착됐다.
이 차량의 가격은 5억5700만원부터 시작한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