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소방연구원 “전기차 화재 진압…골든타임 10분 사수해야”
[IT동아 김동진 기자] 한번 불이 나면 쉽게 꺼지지 않는 특성을 보이는 전기차 화재의 빈도는 2021년 24건, 2022년 44건으로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42건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이 줄지어 서 있는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자, 국립소방연구원은 전기차 화재의 효율적인 진압과 대처를 위해 화재 유형을 분석, 관련 연구와 실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실험 결과를 종합해 마련한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도 배포하고 있다.
“연기 자욱할 때 폭발 위험…접근하지 말아야”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은 최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기차 화재 원인 분석과 예방 및 진압(소화)’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현장에서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는 전기차 화재 실험 결과를 토대로 ▲전기차 화재 주요 발화 유형 분석 ▲ 전기차 화재 시 진압 방안 등에 관한 기조 강연에 나섰다.
나용운 연구사는 전기차 화재 진압 원리를 알기 위해서 배터리팩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나용운 연구사는 “전기차 배터리팩 하부에는 충격방지를 위해 두꺼운 알루미늄 패드가 깔려 있고 그 위에 냉각을 위한 알루미늄 패드가 하나 더 올려진 구조를 보인다. 여기에 PC를 조립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CPU와 쿨러를 달기 전 서멀 페이스트(Thermal Paste)를 바르는 것처럼 배터리팩에도 셀 고정을 위해 서멀 페이스트를 두른다”며 “이처럼 배터리팩 하부부터 배터리셀까지 열을 잘 전달하는 소재를 두루 적용한 탓에 화재에 취약하다. 전기차 화재 진화 시 배터리팩이 있는 밑에서부터 물을 뿌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립소방연구원은 전기차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열폭주 상황을 가정한 실험과 분석을 지속하고 있다.
나용운 연구사는 “국립소방연구원은 총 30개의 모듈로 구성된 전기차 배터리팩의 모듈 중 한 곳에 열폭주를 일으키거나, 차량 충돌 상황을 가정해 세 곳의 모듈에 열폭주를 일으킨 후 화재 과정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한다”며 “실험 결과 배터리팩에서 시작되는 전기차 화재는 내부에 머문 오프가스의 유출 후 열폭주 현상인 폭발을 일으킨다. 폭발력은 발생한 오프가스의 양과 비례하며, 연기가 차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오프가스 배출 시 접근하면 이어지는 폭발 가능성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연기가 피어날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나용운 연구사는 이어 “세 개의 모듈에 열폭주를 일으키니 폭발력이 어마어마했다. 그만큼 연기도 많이 배출되므로 시야가 매우 좋지 않아 구조를 어렵게 한다”며 “보통 사고가 발생하면 앞 유리가 깨지는데 그 사이로 차량 내부에 연기가 다량 유입되므로 요구조자가 질식하는 경우가 많아 시야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열폭주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전기차 화재…골든타임 10분 내 화재 진압해야
국립소방연구원은 전기차 화재 대응 실험을 진행하며 열폭주 현상 시작부터 주변 배터리로 화재가 번지기까지 걸리는 시작을 측정해 구조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도출했다.
나용운 연구사는 “모듈 약 30개로 구성된 배터리팩 내부를 살펴보면, 모듈과 모듈 사이 간극이 있다. 화재 진압 후 배터리팩을 살펴보면 열폭주를 일으킨 모듈은 불에 탄 반면 옆에 있는 모듈은 멀쩡한 이유는 이 간극 때문”이라며 “따라서 열폭주를 일으킨 모듈에서 발생한 화재가 다른 모듈로 옮겨붙기 전까지 시간이 바로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이다. 실험 결과 열폭주를 일으킨 첫 번째 모듈에서 열폭주가 전이된 마지막 모듈까지 불이 옮겨붙는 시간은 약 1380초로, 주변으로 급격히 화재가 전이되는 열폭주 활성화가 일어나기 전 557초 전, 즉 10분 이내가 화재 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나용운 연구사는 이어 “언급한 골든타임은 모듈과 모듈 사이 간극이 있을 경우 해당되며 모듈이 모두 붙어 있는 셀투팩(Cell To Pack) 형식의 구조는 화재 진압을 어렵게 하는 케이스”라며 “소방당국은 전기차 화재 진압 전용 장비를 개발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자욱한 연기로 구조 활동을 어렵게 하는 전기차 화재 시 질식 소화포를 덮어 연기를 차단하고, 화재의 전이를 막거나 전기차 화재 진압용 노즐 또는 이동식 수조와 같은 전용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방당국은 차종마다 다른 배터리팩 모양과 구성, 각기 다른 화재 상황에 대응한 실험과 훈련을 지속해서 시행 중”이라며 “그 결과를 담은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를 공개하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이나 소방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참조 바라며, 궁금한 점이나 실험 설계 관련 자문도 언제든 환영하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