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제조 창업 도전자에게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 미국 서해안에 위치한 도시 샌프란시스코 인근 지역인 이곳에는 미국의 첨단산업단지가 몰려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실리콘(규소)이 주 재료인 반도체 제조사가 이 지역에 많이 모여 들며 붙은 이름이지만, 2000년대 이후 반도체와 컴퓨터 관련 기업, 연구소 및 벤처 기업 육성, 지원 기관 등이 자리잡으며 이제는 각종 첨단 기술 기업 본거지이자 스타트업 메카로 여겨진다.
실리콘 밸리에서 전 세계를 대표하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는 이유는 탄탄한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반한다. 기존의 문제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해결하기 위해 거침없이 도전하는 비상한 '괴짜'들과 이들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인재를 배출하는 '스탠퍼드 대학교', 그리고 구멍가게에 가까운 초기 스타트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벤처캐피털(VC)' 등의 힘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같은 삼박자는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인프라로 자리 잡으며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국가와 도시(지자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가, 투자자 및 자원을 유치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투자한다. 인재, 자본, 문화, 인프라, 지원 조직, 정부 정책, 커뮤니티, 다양성 및 포용성 등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로 꼽힌다. 이제 막 탄생한 아기와 같은 스타트업이 먹고, 걷고, 뛸 수 있기 위한 필수 요소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부 및 지자체, 민간 기업 등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정책 등을 마련해 지원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도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노력한다. ‘창업교육센터’, ‘창업사업화지원센터’, ‘창업보육센터’, ‘창업메이커지원센터’, ‘LINC3.0’ 사업 등 창업 전담 조직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 2022년부터 선정되어 운영하고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사업 중 ‘예비창업패키지(이하 예창패)’와 ‘초기창업패키지(이하 초창패)’, 그리고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 등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올해부터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의 일환으로 구축한 다양한 제조 장비 및 설비, 제조 공간 등의 인프라를 더 많은 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 일반 기업 등에게 지원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계가공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계 부품 가공, 반도체 장비, 금형, 가공 등 제조 관련 전문가로 활동한 이정필 매니저(이하 이 매니저)와 3D프린터, SLA 프린터, UV 프린터, 레이저커팅기 등의 장비 교육과 관리에 경험을 가진 최태호 매니저도 전문가로 모셨다. 두 전문가는 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 등에게 시제품 제작 상담 및 기술 지원 등에 전념하고 있다.
이에 IT동아가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이정필 매니저(이하 이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제조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 및 예창패, 초창패 등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과기대에서 제조 창업 스타트업을 위해 많은 것을 담당하고 있다고 들었다. 제조 관련 전문가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이 매니저: 하하.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에 합류하기 전 기계 부품 가공, 반도체 장비, 금형, 가공 등 제조 관련 업계에서 일했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3D프린터, 레이저커팅기, 금속 가공, 목공 장비 등 제조 장비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제조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시제품 등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일반 기업과 교내 연구소에서 필요로 하는 작업도 함께하고 있다.
IT동아: 제조 장비 관련 교육과 노하우 등을 전수한다고 생각하면 될까.
이 매니저: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맞다. 하지만, 결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제조 관련 장비를 다룬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자칫 섣불리 다룰 경우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장비도 많다. 특히, 제조는 현실에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초기부터 제작 비용이 들어간다. 때문에 잘못할 경우 비용과 시간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다.
제조 창업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장비 중 하나인 3D프린터를 예로 들어보자. 3D프린터란 무엇일까. 전통적인 프린터는 종이와 같은 2차원 평면에 글이나 사진을 인쇄하는 장치를 말한다. 3D프린터는 평면이 아닌 3D 즉, 입체적인 공간에 인쇄하는 장치다. 따라서 일반적인 프린터는 글이나 사진 등의 데이터를 이용하지만, 3D프린터는 3차원 도면 데이터를 이용해 물품을 만든다.
특히, 3D프린터는 3D 도면만 있으면, 다양한 디자인의 맞춤형 시제품을 필요한 만큼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3D프린터 관련 기술의 발달로 여러 제조 분야에서 많이 도입하는 장비다.
IT동아: 실제로 항공우주, 건축, 바이오,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3D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고 있다. 끝을 모를만큼 다양한 용도를 지니고 있어 4차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장비 중 하나로도 언급되지 않나.
이 매니저: 맞다. 하지만, 실제로 3D프린터를 사용해 본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특히, 예비창업자나 초기 스타트업 종사자는 3D프린터를 처음 만져보는 일이 대부분이다.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는 3D프린터지만, 잘못 다룰 경우 오히려 시간과 비용만 날릴 수 있다.
때문에 3D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노하우가 필요하다. 3D 도면을 만들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노즐 청소, 소모품 등을 체크해야 한다. 자칫 노즐이 막혔다고 섣불이 손을 데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소재를 쌓는 적층 방식의 3D프린터의 경우 중간에 소재가 떨어지면, 결과물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IT동아: 아… 맞다. 기자도 3D프린터 관련 소식이나 활용법 등 다양한 소식을 접하고 전달하고 있지만, 실제 3D프린터를 다뤄 본 경험은 없다.
이 매니저: 제조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3D프린터를 잘 다룰 수 있는지,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3D프린터를 유지보수하는 관리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웃음).
3D프린터, 사용해 보신 적 있나요?
IT동아: 확실히… 맞다. 스마트폰이나 PC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쓸 수 있는 법이다.
이 매니저: 3D프린터 뿐만 아니라 제조 창업 스타트업은 다양한 제조 장비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제품을 만들고, 시중에 판매하는 양산화 제품까지 완성할 수 있다. 제조 관련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에는 이러한 장비 교육이 필수다. 장비를 다루고,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장비를 사용하다가 발생하는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해결할 수도 있어야 하고… 이런 부분을 돕고 있다.
IT동아: 3D프린터에 들어가는 소재도 무시 못할 비용 아닌가.
이 매니저: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 중 ‘금속 3D프린터’를 예로 들어보자. 금속 파우더를 고출력 레이저로 용융해 출력물을 적층하는 이 장비는 10kg 소재 비용만 약 200만 원에 달한다. 정밀도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디자인의 에펠탑을 만든다면 약 10cm 높이로 뽑아낼 수 있다. 그런데 중간에 실패했다? 그럼 200만 원 가량의 비용과 시간만 허비하는 셈이다.
보편적인 장비 중 하나인 ‘FDM 3D프린터’는 PLA 필라멘트 소재로 노즐을 가열해 적층하는 3D프린터다. 이 장비를 활용해 같은 10cm 높이의 에펠탑을 만든다면 소재 비용은 3만 원 정도지만, 역시 계속 관리해야 한다. 사출하는 도중에 소재가 떨어지면 망쳐버릴 수 있다. 때문에 3D 도면에 따라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소재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IT동아: 신경쓸 게 많다는 것으로 들린다.
이 매니저: 맞다. 제조 장비 중에 상대적으로 사용하기 쉬운 3D프린터지만,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기본 지식은 있어야 한다. 제대로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하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소재 비용과 시간만 날릴 수 있다. 더 많은 소재를 넣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3D프린터는 사출하는 도중에 떨어진 소재를 보충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때문에 처음에 소재를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를 미리 파악해야만 한다.
IT동아: 궁금하다. 3D프린터를 왜, 언제 찾는지 알고 싶다.
이 매니저: 음… 쉽게 얘기하자면, 원하는 제품을 가장 빠르게 구현해볼 수 있는 장비가 3D프린터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는 FDM 3D프린터의 경우 제품 크기와 부피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조금 다르지만, 24시간 정도면 원하는 디자인의 시제품을 사출할 수 있다. 이렇게 사출한 시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금형을 제작하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아, 가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3D프린터로는 사출하기 어려운 도면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이를 모르고 바로 사출한다면 어떻게 될까? 애꿎은 소재와 시간만 소모해 버린다. 그마나 플라스틱 소재라면 어느 정도 비용 부담을 감당하겠지만, 금속 소재라면 200만 원의 비용을 허비하는 셈이다.
제조 창업을 꿈꾸는 스타트업을 돕고 있습니다
IT동아: 장비를 사용하기 위한 사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이 매니저님이 돕는 부분을 자세하게 알고 싶은데.
이 매니저: ‘제조 창업 교육’, ‘제품 개발 프로그램’, ‘시제품 제작 지원’ 등 다양한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3D프린터, 레이저커팅기 등 여러 제조 장비의 안전 교육과 사용법 등을 제공한다. PPT 자료 등을 활용해 사용법을 숙지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직접 실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 같은 기초 교육을 이수할 경우 이수증을 제공한다. 이수증은 제조 장비를 신청해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제품 개발 프로그램’은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디자인과 컨설팅 과정이다. 3D 모델링 도면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3D 모델링 도면은 3D프린터로 원하는 제품을 사출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안전 교육은 정말 필요하다. 장비를 다루는 과정에서 손이 끼이거나, 제품을 절단하는 레이저커팅기의 경우 절단되는 등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일례로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는 3D프린터의 노즐 끝 온도는 230도에 달한다. 자칫 모르고 플라스틱 소재가 남아 있는 노즐에 손을 가져갈 경우 고온에 녹아있는 끈적끈적한 플라스틱 소재가 달라 붙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러한 것을 미리 교육해야 한다.
교내 학생 및 일반 창업기업, 메이커 스페이스 참여기업 등에게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시제품 제작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IT동아: 제조 관련 장비를 다루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단계별로 지원하고 교육하는 셈이다.
이 매니저: 장비를 사용하기 위한 예약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홈페이지 내에서 장비 사용을 신청하고 허가하는 과정이다. 장비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무조건 빌려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제조 관련 일반 기업, 예비창업자, 스타트업, 학생 등에게 어떻게 하면 장비를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더 많은 곳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IT동아: 고가의 제조 장비를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나 장비를 다루고 싶어하는 일반인 등에게도 장비 사용법이나 대여 등을 제공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 매니저: 맞다.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고가의 제조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고가 장비를 메이커 스페이스, 예창패, 초창패에 참여하는 제조 스타트업, 예비창업자 이외에도 일반 기업이나 일반인 등에게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은 올해로 2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최대 5년간 지원하는 사업인데, 그 이후에도 이 같은 고가 장비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장비뿐만 아니라 현재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공간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관에는 1인 미디어실, 도란도란실(최대 5명이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 3D프린터실, 코워킹 카페, 기초장비교육실, 세미나실, Design Thinking 강의실, 메이커 워크, 오픈스페이스, 공유 오피스, 스튜디오 등의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이노베이션 팩토리에는 작업실, 스프레이실(스프레이건/락카/도료), 용접실(용접봉/아크용접기/보안면/보안장갑), 목업실(레이저커팅기/CNC 라우터), 사출실(SLA/UV프린터/미니사출기), 금속가공실(CNC 머시닝센터), 금속가공 및 후처리실(방전 와이어 커팅기/에어 블라스터/연마기), 금속가공실(SLM 금속프린터), 목공실(CNC조각기/테이블쏘/절단기/벨트샌더/전동대패) 등을 갖추고 있다.
IT동아: 아… 이해했다. 제조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와 공간을 지원 사업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겠다는 의미인가.
이 매니저: 방법을 찾고 있다. 고가의 기자재 아닌가. 금속 3D프린터의 가격은 1대에 6억 원 이상이다. 일반 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이러한 장비와 공간을 갖추기는 어렵다. 실제로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이 같은 고가의 장비를 공용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 공용장비시설 이용서비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가 운영하는 장비활용 종합포털 플랫폼 ‘제우스(ZEUS)’,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운영하고 관리하는 산업기술 개발 장비 공동이용 시스템 ‘아이튜브(I-TUBE)’,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고 창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전국 메이커 스페이스 검색 및 예약 서비스 ‘메이크올(makeall)’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공간과 장비, 인프라,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싶다.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더 많은 기업과 관계자에게 제공하고자 한다(웃음). 작지만 원하고 있는 바람이다. 앞으로도 제조 창업을 위해 도전하고 있는 예비창업자, 스타트업, 일반 기업 등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