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와 ‘경주’로 떠난 게임 캠프…‘알파 게임 탐험대’ 현장
[IT동아 김동진 기자] 공부하라는 학부모와 게임하려는 자녀. 이 사이 간극은 좁힐 수 없는 것일까. 이같은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게임과 교육의 접목을 시도, 세대 간 소통을 돕는 교육의 장이 열렸다.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알파 게임 탐험대’ 캠프다. 1박 2일간 캠프에 참여해 직접 현장을 살펴봤다.
알파 게임 탐험대는 경북테크노파크가 2023 경북 지역 기반 게임산업 육성 사업, ‘슬기로운 경북 게임 리터러시’의 일환으로 마련한 게임 활용 교육 캠프다. 캠프는 지난 16일~17일까지 이틀간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열렸으며, 고려아카데미컨설팅과 클래스포에듀가 운영사로 참여했다.
이날 캠프에는 경북 지역 가족(학부모·초등학교 자녀 1팀으로 구성된 18개 팀 참여)이 모였다. 이들은 앞서 지역별(▲8월 12일 경산 ▲8월 19일 구미 ▲8월 26일 안동)로 열린 ‘슬기로운 경북 게임 리터러시(게임 활용 교육 8시간 수료)’에 참여해 알파 게임 탐험대 캠프의 참가 자격을 얻었다.
이번 캠프는 이틀간 ▲우리 가족 e스포츠단 만들기 ▲가족 게임 대항전(보드게임·모바일게임 등) ▲가치관 카드 게임 ‘메이플라이’ ▲게임 문화 특강(전문가 특강)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캠프의 첫 프로그램, ‘우리 가족 e스포츠단 만들기’는 가족을 대표할 게임단 이름과 로고, 슬로건 등을 만들며 가족 게임 대항전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스타’라는 이름의 가족 e스포츠단이 주목받았다.
학부모 양유미 씨(42세, 경북 구미 거주)는 “나를 포함한 많은 학부모는 게임을 잘 모르고 게임 실력도 없어 깜깜한 밤과 같다”며 “반면 자녀는 게임에 해박하고 게임 실력도 반짝반짝 빛날 정도기 때문에 별이라고 생각한다. 밤과 별이 합쳐진다면 하늘에서 빛나지 않을까 싶어 스타라는 이름의 가족 e스포츠단을 만들었다. 이번 캠프를 계기로 자녀와 게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가족 게임 대항전에서는 보드게임 ‘카이트’와 모바일게임 ‘브롤스타즈’를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겼다.
보드게임 카이트는 협동이 필수인 게임으로 어떤 모래시계가 다 떨어져 가는지, 누가 모래시계를 언제 뒤집으면 좋을지 등을 서로 상의하며, 도움을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쟁이 아닌 협동을 바탕으로 진행되므로,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학부모와 자녀 간 소통과 친밀감이 형성된다.
모바일 슈팅 게임 ‘브롤스타즈’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게임이다. 이날 캠프에서는 학부모와 자녀가 브롤스타즈 팀을 구성해 협동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했다.
브롤스타즈 역시 아군을 향해 공격하면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게임이므로, 학부모와 자녀 사이 협동이 필수다. 이 게임을 처음 접한 학부모는 자녀를 통해 룰을 배우기도 했다.
이어진 가치관 게임 ‘메이플라이’는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고안한 게임으로, 상호 간 중요한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알파 게임 탐험대에서 진행된 메이플라이의 목표는 학부모가 자녀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게임 시작 전 플레이어들은 인생의 가치관이 적힌 카드 125장을 중 5장의 카드를 나눠 받는다. 이후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핵심가치 1장을 남겨두고 나머지 카드를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메이플라이를 진행하다 보면, 마지막까지 남겨둔 가치관이 왜 중요하고 나머지는 왜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학부모와 자녀 사이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간다. 이 과정에서 잘못 알고 있던 자녀의 가치관을 다시 파악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가족과 즐길 수 있는 게임 문화 조성해야
캠프 둘째 날에는 게임 전문가 특강과 닌텐도 스위치로 마리오 파티 실력을 겨루는 가족 게임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전문가 특강 연사로 나선 이경혁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은 가족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문화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경혁 편집장은 “과거 부모 세대가 즐긴 게임은 오락실에서 이뤄졌다. 조이스틱 2개를 두고 협업하며 주변에 구경꾼들까지 있어 상호 소통이 활발했었다”며 “현재 자녀 세대가 즐기는 게임은 용돈으로 구입하기 상당히 비싼 타이틀이 대부분이다. 유튜브 스트리머가 게임하는 것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녀 세대에게 게임 안에서 함께 한다는 의미는 온라인상 누군지 모르는 이와의 협업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게임을 함께 한다는 의미의 해석이 서로 다를 수 있고 게임을 둘러싼 환경 또한 급변했다. 왜 그렇게 게임하는 게 재밌냐는 식으로 자녀에게 접근해서는 대화가 어렵다”며 “부모 세대에 즐겼던 게임 방식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가족과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많이 나와 소통을 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가족 게임대회 결승전에서는 각 팀의 자녀가 대표로 나와 게임 콘솔인 닌텐도 스위치로 마리오 파티의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토너먼트 대결을 펼쳤다. 학부모는 자녀를 응원하는 동시에 관찰자와 코칭의 역할을 수행하며 협력했다.
이틀간 캠프에서 열린 가족 대항전의 결과를 합산, 최종 우승팀은 가족 e스포츠단 ‘A 게임’과 ‘삼깽이’로 결정됐다.
가족 e스포츠단 A 게임 구성원인 학부모 안성우 씨(41세, 경북 예천 거주)는 “닌텐도 스위치와 브롤스타즈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어려웠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즐거웠다”며 “일상이 바쁘지만 틈나는 대로 자녀와 게임하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녀 안상원 군(호명초등학교 5학년)은 “평소에는 아빠가 바쁘셔서 게임을 함께 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캠프로 같이 게임도 하고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서 즐거웠다”고 전했다.
가족 e스포츠단 삼깽이 구성원인 학부모 김혜진 씨(37세, 경북 경산 거주)는 “지인을 통해 게임 리터러시 교육과 캠프 정보를 접하고 신청했다”며 “게임을 잘 몰라 아이들과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하며 접근하니 어려운 게 아니었다.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자녀인 이재우·이재하 군(압량초등학교 4학년·2학년)은 “집에서 게임을 많이 못 하는데 친구들과 실컷 게임해서 좋았다”며 웃었다.
1박 2일간 캠프를 참관한 류종우 경북테크노파크 ICT융합산업센터장은 “MZ세대인 학부모와 알파세대인 자녀가 바라보는 게임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예컨대 학부모는 게임을 시간으로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 1시간만 하라며 시간제한을 둔다. 하지만 최근 게임은 시간으로 끊을 수 없는 미션 위주라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종우 센터장은 이어 “경북은 게임을 문화 못지않게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고 보기 때문에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며, 이번 프로그램도 그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자리를 만들어 학부모와 자녀가 게임을 더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