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니어브레인 [2] 분당서울대병원 “메타버스로 의료진·환자 돕는다”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코리아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2023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코리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각각의 스타트업이 지금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 중인 문제를 조명합니다. 이를 해결하도록 여러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SBA와 함께하는 스타트업 니어브레인은 환자의 뇌 MRI(자기공명영상), MRA(자기공명 혈관영상) 데이터를 활용해서 정교한 뇌 3D 모델링을 만든다. 이들이 만든 뇌 3D 모델링은 뇌혈관의 두께와 크기, 분포는 물론 피가 흐르는 속도와 혈관의 압력까지 표현한다. 기존의 기술보다 완성도가 높은 덕분에 활용 범위도 넓다.
니어브레인의 기술로 뇌혈관질환 환자의 뇌를 재현하면 수술의 완성도와 성공 가능성을 함께 높인다. 뇌혈관이 어디에 있는지, 피가 흐르는 속도와 압력은 어느 정도인지 미리 파악해 실수를 없애고 예후를 좋게 하는 덕분이다. 나아가, 니어브레인의 뇌 3D 모델링 기술을 뇌수술 시뮬레이터로 만들어 의료진의 수술 숙련도를 높이는 것도 된다.
니어브레인은 이미 뇌 3D 모델링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닥터 니어 뉴로’, 그리고 이를 활용한 뇌수술 메타버스 시뮬레이터 ‘닥터 니어 메타’를 개발했다. 나아가 여러 파트너 기관과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 이 가운데 이태린 니어브레인 대표가 든든한 파트너로 소개하는 곳이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다. 창업 초기에 이태린 대표의 기술 검증을 돕고 격려한 것도, 현장의 경험과 개선의 목소리를 건넨 것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라서다.
니어브레인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경상국립대학교병원과 함께 보건복지부 가상 환자·가상 병원 기반의 의료기술 개발사업, 과제명 ‘신경외과 전공의를 위한 인공지능 및 메타버스 기반 뇌수술 실습 및 평가 플랫폼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스케일업코리아는 이태린 니어브레인 대표와 황기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이들이 함께 수행 중인 과제의 진척 상황과 장점, 메타버스 수술 실습 플랫폼이 뇌신경외과에서 발휘할 효용을 물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3D, 메타버스 기술로 신경외과 도울 기술 기획”
황기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기초 뇌종양과 종양생물학을 연구하는 의사다. 뇌종양이나 뇌 내시경 등 하기 어려운 수술을 여러 차례 집도한 권위자이자, 디지털 치료 의학과 메타버스 등 최신 기술에 관심을 갖고 적극 도입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황기환 교수 : 최근 많은 뇌출혈 환자들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도울 필수 의료 기술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신경외과 전문의와 전공의를 위한 수술 학습 도구였습니다.
오늘날 개두술, 동맥류처럼 어려운 뇌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 인원은 전체의 5% 이하에 불과할 정도로 적어요.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가장 큰 것은 실습할 여건이 부족한 것입니다. 뇌수술을 하려면 고도의 설비가 필요하기에 대형 병원에서만 가능해요. 실습 대상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수술 경험을 쌓기 어려우니 실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어요.
사람의 뇌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뇌 3D 모델링 기술이 있다면, 이들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나아가 이 기술을 클라우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만들면, 의사들이 언제 어디서나 실습 수준의 뇌수술을 체험하고 기술을 배우도록 돕는 교육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했어요.
찾아보니, 제 기대를 현실로 이끌 기술이 멀리 있지 않더군요. 더군다나, 이 기술을 가진 이와 이전에 함께 연구한 인연도 있었습니다. 이전에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 저희 병원이 공동 연구과제를 수행할 때 처음 알게 된 이가 이태린 대표였어요. 그가 마침 저와 같은 고민을 안고, 스타트업 니어브레인을 세워 뇌 3D 모델링과 메타버스 수술 실습 기술을 연구 중이더군요.
그래서 함께 뇌혈관 수술을 도울 필수 의료 기술을 연구하자고 권했습니다. 니어브레인의 기술의 완성도가 여느 의료 기술 연구 개발 스타트업의 그것보다 좋은 점, 특히 신경외과에 도입하기 좋은 기술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뇌수술 현장 그대로, 선배 의사의 경험까지 전달하는 메타버스 수술 실습 플랫폼
황기환 교수와 이태린 대표, 국립경상대학교가 함께 수행 중인 과제, 신경외과 전공의를 위한 인공지능 및 메타버스 기반 뇌수술 실습 및 평가 플랫폼 개발의 골자는 인공지능·메타버스 수술 실습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지역 내 다른 의료기관과 시뮬레이션 센터를 연계, 플랫폼 연구 개발에 힘쓴다. 니어브레인도 힘을 싣는다.
이태린 대표 : 니어브레인을 세울 때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신경외과 의료진들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받았어요. 덕분에 신경외과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반영한 기술, 의료진을 도울 기술들을 차근차근 개발하고 고도화할 수 있었습니다. 황기환 교수와도 여러 차례 논의한 끝에, 수술 실습의 시공간 제약을 없애고 의료진의 숙련도를 높일 메타버스 수술 실습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은 한창 아이디어를 모으고 어떤 플랫폼을 만들지 개념을 정하는 단계에요. 올해 안에 이 작업을 마치고 데이터를 모을 예정입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국립경상대학교가 의료 데이터 취득 승인을 받으면, 이를 토대로 2024년에 메타버스 수술 실습 플랫폼의 프로토타입을 만들 거에요. 고도화를 거쳐 2025년에는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우리의 기술을 쓰도록 이끈다는 타임라인을 설계했습니다.
황기환 교수 : 이전에도 수술 실습을 돕는 3D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상호작용이 매끄럽지 않았어요. 실제 수술 환경과 다른 면이 많았고 쓸 때 반응도 원활하지 않았어요.
저희가 구상한 메타버스 수술 실습 플랫폼은 다릅니다. 먼저 뇌종양, 뇌수막종, 뇌혈관 동맥류 등 종류와 난이도별 수술을 가정해서 다양한 지식을 주도록 설계했어요. 이전에 했던 수술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서 기준으로 삼은 덕분이에요. 수술별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수술 후에는 어떤 점이 미흡했는지 피드백도 줍니다.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자신의 경력이나 난이도별로 여러 수술을 체험하고 답변을 받도록 돕는 플랫폼은 지금까지는 없었어요. 이들이 오랜 경력을 가진 선배 의료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쉽게 체득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태린 대표 : 사업에 참가하기 전에 여러 차례 다짐을 했어요. 메타버스 수술 실습 플랫폼은 의료 현장에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료진을 교육하는 기술입니다. 그래서 어떤 기술보다 완성도가 좋아야 해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듬고 3D 모델링 기술의 정확도를 높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메타버스 수술 실습 플랫폼으로 교육을 받은 의료진들이 성장하도록, 지금까지 쌓인 노하우를 체득해 어떤 수술에서든 좋은 성과를 거두도록 돕자는 다짐을 거듭했습니다.
니어브레인 “메타버스 수술 실습 플랫폼, 의사와 환자 모두 돕는 기술로”
니어브레인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국립경상대학교가 함께 수행 중인 이 사업이 현실화되면 신경외과, 그 중에서도 뇌혈관질환을 다루는 전공의와 전문의 등 의료진의 역량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황기환 교수 : 메타버스 수술 실습 플랫폼은 의료진 전반, 그 중에서도 전공의의 역량을 많이 높일 기술로 기대해요. 병원은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전공의들의 수련 시간도, 수술 참여 기회도 계속 줄어들어요. 저희 기술은 이를 보완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의료진들이 수술 경험을 두텁게 쌓도록 도와서 의료 역량 전반을 강화할 것으로도 기대해요. 우리나라 보건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의료진에게 수술 경험을 전달하고 경력을 쌓도록 돕는 메타버스 수술 실습 플랫폼은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거에요.
이태린 대표 : 니어브레인은 메타버스 수술 실습 플랫폼으로 의료 프로세스의 완성도를 높이려 합니다. 병원에 가면 늘 의료진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봐요. 신경외과는 유독 그렇습니다. 이렇게 바쁘지만, 한 치의 실수도 하면 안됩니다.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니까요. 의료진에게 과도하게 몰린 의료 프로세스를 니어브레인의 기술로 보완하는 것, 의료진이 한결 편하게 일하면서 환자를 더 잘 돌보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황기환 교수 : 니어브레인이 개발한 뇌수술 메타버스 시뮬레이터 닥터 니어 메타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쌓은 풍부한 수술 데이터를 더하면 훌륭한 기술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술 실습뿐만 아니라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질환의 질병 모델, 예후를 예측하는데 큰 도움을 줄 거에요.
황기환 교수는 니어브레인을 포함해 의료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을 눈여겨보고 격려한다. 이들의 기술·기기가 의료 현장의 불편과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고, 치료를 받은 환자의 예후를 더 좋게 할 것으로 기대해서다. 의료계와 협업, 상승 효과를 내고 싶어하는 스타트업에게 조언도 건넸다.
황기환 교수 : 의료계와 협업하고 싶다면,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기술이나 기기를 강조하기보다는, 그것이 의료 현장에서 어떤 위력을 얼마나 발휘할지를 먼저 이야기해주세요. 기술과 기기를 만들고 완성도를 높일 개발 인력도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의료 현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의료계와 원활하게 소통할 전문 인력이 있다면 더욱 좋아요.
이런 의미에서 니어브레인은 아주 바람직한 스타트업입니다. 신경외과의 의료 현장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여기에 걸맞는 서비스를 연구 개발해서 상용화할 만큼 개발 능력도 우수해요.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주말이나 한밤중 의견을 줄 때도 있는데, 이것을 원활히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모습도 인상 깊습니다. 그래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니어브레인과 업무협약도 맺었어요.
최근 등장한 디지털 의료 기술들은 완성도가 높아서 기대를 걸게 합니다. 니어브레인처럼 뇌 3D 모델링을 정교하게 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수술의 진행 과정 전반을 돕는 기술, 인공지능 사진 판독 기술도 주목합니다. 이들 디지털 의료 기술 덕분에 의료진은 실력을 쌓고 수고를 줄이면서 환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요. 다른 의료 부문에서도 이들 디지털 의료 기술이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기를 기대합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