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드론 불법 비행 막아라”…美 대처 방안 살펴보니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농가의 방제 활동에서부터 산불과 산업단지 감시까지, 드론의 활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허가 드론의 불법 비행으로 국가 중요시설이 위협받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美, 드론 식별 체계 만들어 불법 비행에 대응

2021년 11월,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국가스공사 인천 LNG 기지 내에서 직경 25cm 드론이 추락해 발견됐다. 인천 LNG 기지는 국가중요시설 가급(최고등급)이다. 지난 2월에도 국가중요시설 가급인 제주공항 국내선 여객터미널 옥상에 드론이 추락해 발견된 데 이어, 4월에는 드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제주국제공항 서쪽 제2검문소 상공에 날아들어 16분간 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시로 국가중요시설에 날아드는 불법 비행 드론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며, 자칫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인천 LNG 기지에 추락해 발견된 드론 / 출처=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인천 LNG 기지에 추락해 발견된 드론 / 출처=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드론 불법 비행에 맞서 미연방항공국(이하 FAA)은 드론 식별 체계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드론 식별 체계는 원격 식별장치를 기체에 장착한 후 고유 식별 번호로 기기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FAA는 무게와 위험도, 용도 등 다양한 기준으로 드론을 분류한다. 특징은 FAA에 등록된 드론이면서 최대이륙중량 250g 이상 25kg 미만의 기기라면, 취미용이든 사업용이든 모두 원격 식별장치 장착을 의무화했다는 점이다. 250g 미만의 드론이어도 사업용도의 드론은 역시 원격 식별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최대이륙중량 2kg를 초과하는 드론을 의무 신고 대상으로 삼은 우리나라보다 강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드론에 대한 식별 체계를 갖추지 않아 불법 비행 드론을 선제 차단하지 못하는 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드론 식별 체계를 도입해 불법 비행을 차단하는 동시에 체계적인 개별 기기 관리, 타 국가와 통일된 형식의 드론 식별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드론 식별 체계, ‘방송’과 ‘네트워크’ 방식으로 구분

드론 식별 체계는 방송 방식 또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구분된다. 먼저 미국이 운영 중인 방송 방식의 드론 식별 체계는 비행 중인 드론이 조종자의 위치와 기체 고도, 속도 등 원격식별 정보를 담은 메시지를 방송하면, 감독기관이 해당 기체가 보낸 방송을 이동식 수신기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후 데이터베이스 내 식별번호와 일치하는지 체크해 비행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단점으로 단방향 메시지 방송만 가능하며 무선 주파수를 활용하므로, 가시거리에 따라 식별과 정보 확인 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

드론 식별 체계 예시 / 출처=Open Drone ID 홈페이지
드론 식별 체계 예시 / 출처=Open Drone ID 홈페이지

네트워크 방식의 드론 식별 체계는 비행 중인 드론의 정보를 담은 메시지를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전송하므로,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네트워크에 연결만 돼 있다면 송신기에서 수신기까지의 거리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방송 및 네트워크 방식의 드론 식별 체계를 구축하는 기업으로 미국 인텔과 ANRA 테크놀로지, 중국 DJI, 한국 기업 씨너렉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인텔과 DJI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등을 활용한 방송 방식의 드론 식별 체계를 구축한 기업이다. 인텔은 와이파이 또는 블루투스를 통해 자사 오픈 드론 ID(Open Drone ID) 애플리케이션을 활용, 드론의 비행정보 방송을 수신하며, DJI는 스마트폰 와이파이 연결을 통해 원격 식별이 가능한 드론 투 폰(Drone-to-Phone)을 개발해 활용 중이다.

ANRA 테크놀러지와 씨너렉스는 네트워크 방식의 드론 식별 체계를 구축한 기업이다. ARNA 테크놀러지는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한 드론 식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항공 운영 솔루션인 스마트스카이즈(SmartSkies) 시리즈를 개발했다. 해당 솔루션으로 드론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며, 등록과 권한 부여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씨너렉스는 지상의 기준국을 기반으로 위성 신호 오차를 보정해 초정밀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위성항법 장치(RTK GPS)를 개발한 기업이다. 외산 장비가 대부분인 위성항법 장치 시장에 국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기존 일반 GPS 기반의 위치정보로는 위·경도와 고도의 오차가 커 드론의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려웠다. 씨너렉스가 개발한 RTK GPS를 드론에 탑재하면 기기의 정밀한 위치정보를 위·경도 2cm 미만, 고도 10cm 미만의 오차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MBC는 위성 신호의 오차를 보정해 줄 40여개 기준국을 전국에 보유하고 있어, 씨너렉스와 상호 협력하고 있다.

국산 RTK GPS 장치에 드론식별정보 전송 기능을 추가한 개요 / 출처=씨너렉스
국산 RTK GPS 장치에 드론식별정보 전송 기능을 추가한 개요 / 출처=씨너렉스

씨너렉스는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이 드론 우수기술의 조기 상용화와 우수 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K-드론시스템 실증지원 사업도 수행 중이다. 씨너렉스·MBC 등은 국산 RTK(Real-Time Kinematic) GPS 기반 드론의 실시간 위치 정보 파악 및 정밀 위치정보 기반 드론식별번호 전송 기능 구축 등을 맡았다.

박재덕 씨너렉스 대표는 “드론 식별 체계를 우리나라에 구축하려면, 관련 법 개정과 더불어 제도 마련 등 많은 절차가 필요하므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며 “식별 체계 구축으로 불법 비행하는 드론을 막고 여러 기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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