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가성비’ 넘어 ‘프리미엄’ 노릴 때[K비즈니스 가이드]
80억 인구가 기다리는 글로벌 시장은 무한한 기회의 땅입니다. 본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는 K팝, K뷰티, K푸드 등의 뒤를 이은 새로운 K트렌드의 등장을 응원하기 위한 공동기획, ‘K비즈니스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KOTRA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경제 정보 포탈인 ‘KOTRA 해외시장뉴스’에 최근 올라온 소식 중, 주목할 만한 것을 소개합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용어에 대한 해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덧붙여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참고: 글로벌 유통망 K-소비재 트렌드 (2023. 6. 30, KOTRA)
요약: K콘텐츠의 힘은 K푸드, K뷰티 등으로 통하는 한국산 소비재의 글로벌 전파에 큰 영향을 미쳤음. 특히 한국산 화장품의 스킨케어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라면, 스낵 등의 간편식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 호평을 받고 있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도 한국산 소비재의 수출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임.
[IT동아 김영우 기자] 2023년, 넷플릭스 드라마 카테고리에서 ‘더글로리’는 전세계 기준 4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BTS)의 ‘지민’은 올해에만 빌보드차트 ‘핫 100’에 9번이나 들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과시했죠. 글로벌 시장에서 K드라마, K팝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대중문화는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또다른 K비즈니스 분야인 ‘K뷰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KOTRA의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K팝 아이돌과 같은 완벽한 피부를 가꾸기 위한 스킨케어 루틴(과정)을 소개하는 기사가 관심을 끌고 있다는 소식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난달 29일, 독일에서 열린 ‘2023 프랑크푸르트 한류박람회(Korea Brand & Entertainment Expo 2023, Frankfurt)’는 이러한 K트렌드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확인한 기회였습니다. 산업통산부와 KOTRA가 주축이 되어 개최한 이 행사에는 국내외 기업 317개사가 참여했고, 1만 5,000여명에 이르는 K뷰티, K푸드, 그리고 K패션 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스테이씨(STAYC)와 카드(KARD)가 등장한 개막식 공연은 만원사례를 빚기도 했고요.
다만, 그렇다고 하여 K뷰티의 앞에 탄탄대로만 있는 건 아닙니다. K드라마, K팝을 좋아하는 한류 팬들 덕분에 K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이것 만으론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동안 각국에 관련 비즈니스를 전개하면서 드러난 K뷰티의 강점, 약점, 그리고 나아갈 길까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0년을 전후해 매출 성장률이 크게 하락했다가 2021~2022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산 화장품의 경우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도 수출량이 증가했죠. 특히 제3세계 및 중진국 시장에서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루마니아의 경우,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이 2019년에 173만 6,000 달러였지만 2020년에 539만 4,000달러로 급증했으며, 2021년(671만 7,000 달러), 2022년(831만 4,000 달러)에도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칠레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9년에 330만 8,000 달러, 2020년 455만 8,000 달러, 2021년 910만 8,000 달러로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2022년에도 701만 5,000 달러의 적지 않은 수입액을 기록했죠.
이러한 K뷰티의 선전은 한국산 화장품 특유의 판매 방식에 힘 입은 바가 큽니다. 화장품 시장은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판매가 중요했습니다.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접하고 테스트해 본 후에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비교적 후발 주자인 한국산 화장품은 상대적으로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 비중이 높았습니다.
때마침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화장품 유통망 역시 온라인의 비중이 부쩍 커졌습니다. 2019년에 18.4% 정도였던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2022년에 25.4%로 높아졌고, 2025년에는 3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더불어, K드라마, K팝 등을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다는 것 역시 이점으로 작용했죠.
K뷰티 제품의 특성도 최근의 트렌드에 잘 맞았습니다. 한국산 화장품은 색조 제품군 보다는 스킨케어 분야에서 평가 및 선호도가 높습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수년 사이 피부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였습니다. 실제 스킨케어 화장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6년 36% 정도였지만 2019년부터는 40%대로 높아졌습니다.
특히 상당수 국가에선 전문점 외에 약국도 주요한 화장품 유통 채널 중 하나입니다. 약국에서 파는 화장품은 스킨케어 제품군의 비중이 높은 편이며, 한국산 화장품을 유통하는 해외 업체들 중에는 약국 공급망에 비중을 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한국산 스킨케어 제품 역시 해외 약국을 통해 인기리에 판매되었죠.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 한국산 마스크가 해외 약국에 대량으로 공급된 점 역시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이렇게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본궤도에 오르는 과정에서 드러난 약점, 극복해야 할 점도 눈에 띕니다. 우선 이미 시장을 선점한 서구권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점입니다. 이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죠. 시장조사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가 9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프랑스, 그리고 미국 등의 대형 시장에서 화장품 구매 시 브랜드를 중요시한다고 답한 소비자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또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프리미엄급 제품의 경우는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확실히 높습니다. 브랜드를 중시하는 소비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35%) 이탈리아의 경우, 온라인 유통 채널의 판매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는 있지만 2022년 기준으로 아직 10% 초반 대 정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온라인 유통망에 비중을 두고 있는 K뷰티 입장에선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오프라인 진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지요. 이 점이 개선된다면 K팝, K드라마를 좋아하고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20~30대 소비자 외에 보다 높은 연령대의 소비자에게도 K뷰티를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제품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산 화장품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을 제공한다는 이미지가 있고, 특히 스킨케어 부문에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운데이션 등의 제품군은 색상 범위가 제한적이라 다양한 피부톤을 가진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죠. 스타티스타의 전세계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38%의 소비자가 한국산 화장품의 다양성 부족을 아쉬워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재무적 성과를 넘어 환경 친화성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개선까지 반영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관련 트렌드에 K뷰티도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소비자들은 화장품의 가격이나 품질 외에도 개발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피하고 친환경 포장을 적용하는 등의 ‘착한’ 제품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비건 인증이나 친환경 인증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글로벌 뷰티 시장에 뛰어들 대한민국 기업인이라면 이 점을 꼭 기억해두세요.
그리고 국가별 화장품 시장 및 K뷰티의 동향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KOTRA에서 운영하는 해외시장뉴스 사이트에 올라오는 ' 글로벌 유통망 K-소비재 트렌드' 등의 자료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니 참고 바랍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