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차세대 CPU에 인공지능 전용 처리 장치, 'VPU' 심는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인텔이 차세대 프로세서부터 디바이스에서 추론 기능을 지원하는 통합 AI 엔진을 프로세서에 탑재한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인텔은 컴퓨텍스 2023이 개최되고 있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글로벌 기자단을 상대로 1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 메테오레이크)에 탑재되는 인공지능 기술의 개요를 사전 공개했다.
현재 인텔 12세대 및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인텔 7 공정으로 제작된다.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2년 전 출시된 11세대와 비교해 40% 빨라진 단일 코어 성능과 2배 빨라진 다중 코어 성능, 세배 향상된 코어 수를 달성했다. 12세대 및 13세대가 성능 코어와 효율 코어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으면, 올 하반기 출시될 1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인텔 4 공정을 바탕으로 더 최적화된 전력 효율과 인공지능 성능을 앞세운다.
메테오레이크는 여러 개의 칩렛(Chiplet) 혹은 타일을 포베로스 3D 패키징 기술로 연결한 새로운 방식의 시스템 온 칩(SoC)다. 칩렛은 분산 제조된 여러 개의 칩을 하나로 합친 형태의 반도체 단위를 뜻하며, 포베로스 패키징 기술은 인텔이 독자 개발한 반도체 연결 기술이다. 그전까지 프로세서는 하나의 다이(Die)에 서로 다른 기능의 칩을 한 번에 실장하는 방식으로 제조되었는데, 칩렛 기술을 활용하면 서로 다른 기능의 칩을 각각 제조한 다음 이후에 합치기 때문에 칩 별 공정을 최적화하고 제조 단가도 낮출 수 있다. 대신 대역폭이나 결합 등에서 성능 저하가 생길 수 있는데 이 문제는포베로스 3D 기술을 활용해 단일 설계와 같은 수준의 완성도로 끌어올린다.
그 결과 메테오레이크 프로세서는 기존 하이브리드 아키텍처에서 전력 효율과 배터리 수명이 더 늘어난 형태의 전력 관리가 이뤄지며, DX12 기반의 실시간 광선 추적(레이 트레이싱) 이나 업스케일링 기술인 XeSS(Xe 슈퍼 샘플링) 등의 외장 그래픽 기능을 CPU 내장 그래픽으로 구현한다. 또한 인텔 프로세서로는 처음으로 장치에서 인공지능 추론 기능을 구현한 통합 AI엔진이 탑재된다.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되는 이유에 대해 존 레이필드 인텔 부사장 겸 클라이언트 AI 부문 총괄은 “인공지능 기술이 대두되면서 컴퓨터에 많은 자원이 요구되고 있다. 2021년과 2023년의 오디오 노이즈 억제 조건만 살펴봐도 50배의 컴퓨터 자원이 필요한 상황이며, 저전력 및 백그라운드 세분화 측면에서도 10배 많은 자원이 요구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저전력에서도 우수한 사용자 경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메테오레이크는 중앙 처리 장치인 CPU와 그래픽 처리 유닛인 GPU, 그리고 인공지능 처리를 위한 전용 저전력 엔진인 VPU(Vision Processing Unit, 비전 프로세싱 유닛)가 새롭게 추가된다. CPU는 단순 추론 등 지연시간이 짧은 인공지능 작업에 사용되고, GPU는 미디어나 고해상 렌더링 등 병렬 처리가 필요한 인공지능 작업에 투입된다. 여기에 문서 작업이나 화상회의 등 자주 사용하고 지속적인 자원이 요구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VPU가 맡는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영역은 하드웨어가 25%, 소프트웨어가 75%라고 할 정도로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인텔은 개방형 모델 표준인 오닉스(ONNX)와 인텔의 오픈비노(OpenVINO),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렉트ML(DirectML) 등의 환경을 지원하며, 인텔 CPU 및 GPU를 지원하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 기업 100여 곳과 협력해 VPU 지원을 앞당기고 있다.
또한 언리얼 엔진 플러그인을 제공해 GPU가 필요한 작업을 VPU로 처리하는 식으로 제공하며, 블랜더(Blender)나 오다시티(Audacity), OBS, GIMP 등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협력해 지원 생태계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발표에서는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GIMP에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인 ‘스테이블 디퓨전’의 플러그인을 VPU가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경우 전력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시스템의 응답성도 향상되는 이점이 있다.
클라우드 아닌 장치 AI에 초점 맞추는 인텔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클라우드 중심적이다. 클라우드는 확장성이 뛰어나고 대규모 컴퓨팅에 적합하다. 하지만 시간 지연이 있기 때문에 개인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용자 기기에서 직접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장치에 따라 기대 성능이 다르고, 또 현세대 장치가 인공지능 처리에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어도비 포토샵의 Camera RAW 기능 중에 인공지능으로 노이즈를 제거하는 기술을 사용하면, 사진 한 장당 10~20분씩 클라우드로 처리하는데 그나마 장치로 하면 더 오래 걸린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하드웨어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인텔이 노리는 부분이 바로 이 시장이다. 인공지능은 하드웨어가 25%, 소프트웨어가 75%라고는 해도 장치의 기본은 하드웨어다. 소프트웨어가 충분하더라도 하드웨어 성능이 갖춰지는 게 전제 조건이다. 기능이 빠르게 대중화하고, 더 편리하게 쓸 수 있게 될수록 소비자들은 인공지능을 지원하는 장치를 찾게 될 것이며 그 수요를 인텔이 맞추려고 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VPU가 앞으로 얼마나 하드웨어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