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 맞았던 글로벌 게임시장, 왜 중국만 역성장?[K비즈니스 가이드]
80억 인구가 기다리는 글로벌 시장은 무한한 기회의 땅입니다. 본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는 K팝, K뷰티, K푸드 등의 뒤를 이은 새로운 K트렌드의 등장을 응원하기 위한 공동기획, ‘K비즈니스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KOTRA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경제 정보 포탈인 ‘KOTRA 해외시장뉴스’에 최근 올라온 소식 중, 주목할 만한 것을 소개합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용어에 대한 해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덧붙여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참고: 콘텐츠산업 x 해외시장뉴스+ (2023. 4. 20, KOTRA)
요약: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글로벌 게임 시장은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으며,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의 비중이 커지며 게임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음. 이와 더불어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의 최신 기술과 결합에 적극적인 일본,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이 특히 눈에 띔.
[IT동아 김영우 기자] 3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많은 산업이 침체에 빠졌으나, 오히려 호황을 누린 산업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 분야입니다. 올해 초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의 내용에 따르면, 국내 게임 산업 매출액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1년, 전년도 대비 5.8% 증가한 20조 9913억원을 기록했으며, 2022년은 22조 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국내 게임 시장 규모가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돌파했다는 의미죠.
글로벌 시장도 대부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는데, 가도카와 아스키종합연구소에서 작년 8월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 게임 콘텐츠 시장은 2020년도에 전년도 대비 20%가량 성장해 2조엔을 돌파했습니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0.8%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2조엔대를 유지했죠. 그 외에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 역시 2021년도에 전년대비 16.7% 성장했고, 2022년도에는 9.2% 성장이 예상된다고 글로벌 컨설팅 기관 PwC는 보고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된 2023년부터는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보고도 적지 않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게임 시장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예전보다 더 많이 게임을 하게 되었다는 의미죠.
그런데, 대부분 국가의 게임 산업이 ‘코로나 특수’를 맞은 반면, 같은 시기에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이 두드러진 국가도 있었습니다. 이는 다름 아닌 중국입니다. 앞서 소개한 KOTRA의 ‘콘텐츠산업 x 해외시장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2022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 규모도 커서 전년도 대비 10.3%나 매출이 줄어든 2659억 위안을 기록했죠.
매출액 감소와 더불어 게임 산업에 투자하는 비용 역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중국 현지의 게임 개발 규모가 전년도보다 13.1% 줄어든 2223억 7000만 위안에 그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위와 같은 현상이 왜 유독 중국에서만 나타난 걸까요? 중국 게이머들이 게임을 하지 않게 된 것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중국 게임 시장 관련 지표가 눈에 띄게 하락한 가운데, 같은 시기 중국 온라인 게임 이용자 수는 전년도 대비 0.33% 줄어든 6억 6,400만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개발 및 출시되는 게임의 수가 줄고, 매출액도 줄어들었지만 정작 게임을 즐기는 인구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를 알아보려면 해당 시기 동안 중국 정부에서 발표된 각종 게임 관련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2018~2022년 사이, 중국 정부는 새로운 게임의 출시를 막고, 미성년자 게이머들의 게임 플레이 시간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다양한 시장 통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2018년 3월, ‘게임신고 신사비준 중요사항 통지’를 발표해 모든 게임 판호(서비스 허가) 발급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으며, 같은 해 8월에는 ‘아동청소년 근시 종합 예방통제 실시방안’, 2019년 11월에는 ‘미성년자의 온라인게임 중독 방지에 관한 통지’를 발표해 게임의 총량 및 미성년자의 게임 플레이 시간을 제한할 것을 예고했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윽고 2021년 6월에는 새로운 ‘미성년자 보호법’을 의결했습니다. 이는 미성년자의 심신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콘텐츠의 제작과 배포를 막는 것과 더불어, 18세 미만 청소년이 휴일은 하루 3시간, 그 외의 날에는 하루 1.5시간만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런 강력한 규제와 더불어 2021년 8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게임판호의 심사비준을 다시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 게임 시장을 급속히 냉각시켰는데, 출시되는 게임의 수가 급감하고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의 상당수는 이용자들의 플레이 시간이 크게 줄었습니다. 일부 게임은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죠.
2022년 11월에 와서야 중국 정부가 새로운 미성년자 보호법이 성과를 거두었다며 온라인 게임의 감독을 완화해 게임 시장이 한숨을 돌리긴 했습니다만, 2021년에만 14,000개에 달하는 중국 게임 업체가 문을 닫는 등의 타격이 발생했죠.
물론 중국 게임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 꼭 정부 정책 때문만은 아닙니다. 업계 전반의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인건비 등 원가상승의 압력으로 신제품 출시가 감소한 원인도 크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중국만이 글로벌 시장과 정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중국 게임 시장에서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시사하는 사례입니다.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을 노리는 대한민국 기업이라면 이러한 시장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중국내에 외국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한 기본 조건부터 엄격합니다. 2016년 중국 국가신문출판서에서 발표한 ‘인터넷출판서비스관리규정’ 제10조에 따르면, 외국 기업은 온라인 게임을 비롯한 인터넷 출판 서비스에 종사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대다수의 외국 기업들은 중국내 기업과 손잡고 게임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중국에서 온라인 게임을 유통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중국 국가신문출판서에 '게임운영비안(온라인게임의 출판경외저작권 권한부여 신청서, 온라인게임 스크린샷 등)'을 제출하고, 비준이 되면 '컴퓨터소프트웨어저작권등기증', 'ICP 허가증', '게임판호(ISBN)'를 등록해야 합니다.
이 중 게임판호가 특히 발급받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중국 국가신문출판서 발급하는 서비스 허가권의 일종으로, 판호가 없을 경우 온라인 테스트만 할 수 있고 유료 서비스는 할 수 없으니 필수 조건이나 다름없죠. 게임의 품질이나 내용이 중국 당국에서 정하는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상당히 엄격합니다. 특히 채점 기준 중에는 게임의 내용이 사회주의적 핵심가치관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관념 지향’이라는 항목도 있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중국에 출시되는 외국 게임들은 게임 주제나 연출, 플레이 방식 등을 수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유령’과 같이 유물론에 어긋나는 존재, ‘해골’과 같이 신체 훼손을 연상시키는 요소, ‘붉은 액체’와 같이 피를 연상시키는 표현 등이 포함된 게임은 판호 발급이 거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나라 기준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유독 중국 시장에서만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외의 외부요인, 특히 정치적인 문제로 외국 게임의 판호 발급이 거부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2016년 주한미군 사드 배치로 인해 촉발된 이른바 ‘한한령(限韓令, 한류 제한령)’이 대표적이죠. 이를 통해 중국내 한국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타격이 컸습니다.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도 한동안 중단되었죠. 물론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지시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만, 암암리에 이런 분위기를 유도한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2년 12월에 한국 게임 7종이 판호를 발급받는 등, 한한령도 어느정도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수의 한국 게임 업체들은 다시 중국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간만에 중국 판호를 통과한 ‘로스크아크’, ‘블루아카이브’ 등의 한국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작품이라 중국 내 게이머들의 관심도 매우 높죠.
정리하자면, 중국 게임 시장은 굉장히 크고 그만큼 해외 기업들의 관심도 역시 높습니다. 다만 각종 시장 규제가 촘촘하게 존재하며, 특히 외국계 게임의 경우는 더욱 장벽이 높습니다. 이와 더불어 정부 정책이나 외교 관계를 비롯한 정치적 이슈에 따라 시장 분위기 및 비공식적인 규제의 기준이 급격하게 변화합니다.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대한민국 기업이라면 이러한 점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을 하길 바랍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