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초창패 2022] 반암주식회사 “박막형 반도체 시장 주도”
※고려대학교는 2023년 초기창업패키지 주관기관이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103곳에게 초기 운영 자금과 맞춤형 컨설팅, 실증 검증 등 지원을 제공해 성장을 이끌었다. 2023년 고려대학교 초기창업패키지를 딛고 도약할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오늘날 우리가 쓰는 전자 제품에는 다양한 반도체가 쓰인다. 반도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저장용 ‘메모리 반도체’, 그리고 데이터 분석·연산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 밖에도 복잡한 회로 구성 없이 소재 자체의 특성을 활용한 개별소자와 센서 등의 반도체도 있다.
개별소자와 센서 등의 반도체는 산업계의 주류로 불리지는 않지만, 세계 시장 규모는 연 100조 원 규모로 크다. 전자 제품을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라서다. 이들 반도체는 수 mm~cm 단위 크기의 벌크형으로 만든다. 그래서 이들을 ‘벌크형 반도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벌크형 반도체의 발전 속도는 메모리 반도체 혹은 시스템 반도체의 그것보다 더디다. 벌크형 반도체는 부피가 큰 탓에 전자 제품의 소형화를 가로막는다. 만들 때 재료를 많이 써야 하고, 인체에 유해한 가스를 활용해 만들어야 해서 환경 오염 문제도 일으킨다. 세계 벌크형 반도체 시장을 일본 기업이 장악한 탓에 수입 비용도 써야 한다.
고려대학교 초기창업패키지 기업 반암주식회사의 목표는 벌크형 반도체의 단점을 보완해 활용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들은 두께가 나노미터(nm) 수준으로 얇은 반도체 박막의 소재와 제작 기술을 활용, 벌크형 반도체를 대체할 ‘박막형 반도체’를 연구한다.
벌크형 반도체를 박막형 반도체로 교체하면 수많은 장점을 얻는다. 형광등에서 LED로의 진화 사례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형광등은 유해한 가스를 사용해 만들고 부피도 크다. 수명도 짧고 집적하기도 어렵다. 반면, LED는 만드는 절차가 쉽고 부피가 아주 작다. 수명도 길고 집적하기 쉽다. 형광등을 벌크형 반도체에, LED를 박막형 반도체에 각각 대입해서 이해하면 쉽다.
반암주식회사를 이끄는 한수덕 대표는 '벌크형 반도체를 박막형 반도체로 바꿀 때 단점이 단 하나도 없다'고 강조한다.
0.5mm 크기 벌크형 반도체를 수십 nm 두께의 박막형 반도체로 만들면 전자 제품의 부피를 많이 줄인다. 반도체를 집적해 효율과 성능을 함께 높이는 것도 된다. 벌크형 반도체는 세라믹 파우더와 독성 유기물을 사용하는 공정으로 만들지만, 박막형 반도체는 인체 무해한 가스를 쓰는 물리기상증착법으로 만든다. 따라서 유해 가스 논란이 없다. 실제로, 반암주식회사는 반도체 생산 공장 허가 절차를 철저하게 지킨 채 서울 도심 한가운데, 길 바로 건너편에 초등학교가 있는 곳에 공장을 세웠다.
박막형 반도체의 생산 공정은 한결 간결하다. 반암주식회사에 따르면, 제작까지 약 한 달쯤의 시간이 걸리는 벌크형 반도체와 달리 박막형 반도체는 6시간 정도면 만든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드는 셈이다. 제작 공정이 간결하면 설비 구축 비용과 인건비도 많이 줄인다. 박막형 반도체의 국산화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기에, 한수덕 대표는 벌크형 반도체가 멀지 않은 미래에 모두 박막형 반도체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까지 예상한 그는 박사 과정을 밟던 중에, 원자를 배열하는 원천 기술을 활용한 고결정성 반도체 박막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서 세계 최초로 에너지 감응형 반도체 박막도 만들었다. 박막 증착에 집중하는 새로운 개념의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시설)를 구상하고 여기에 ‘마이크로파운드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수덕 대표는 반도체가 대기업만 다루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한다. 후배 학자에게 대기업 취업 외에도 창업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점을, 공학자에게 기술 창업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에 한수덕 대표는 반암주식회사를 함께 키울 파트너를 찾는다.
한수덕 대표는 함께 세계 수준의 소재 박막을 연구하던 재료공학자 동기를 CTO로 영입한다. 이어 반암주식회사의 박막형 반도체 기술 특허를 튼튼하게 세울 변리사가 합류했다. 덕분에 2022년 한 해만에 특허 5건을 출원하고 1건을 등록했다. 건축 담당 임직원도 힘을 보탠다. 반암주식회사의 친환경·도심형 박막형 반도체 생산 시설 마이크로파운드리를 설계하고 구현할 인재다.
한수덕 대표는 모교인 고려대학교의 크림슨창업지원단으로부터도 여러 도움을 받았다고 강조한다. 초기창업패키지 지원 당시, 반암주식회사는 시제품 없이 기술과 이론만 가진 극초기 스타트업이었다. 박막형 반도체의 역할과 시장의 특성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려대학교 크림슨창업지원단은 반암주식회사에 초기창업패키지를 지원했고, 팀 구성과 운영 이론 전수 등 멘토링을 제공했다. 각종 지원 사업을 주선하는 한편, 고려대학교기술지주의 투자금도 받도록 도왔다. 덕분에 반암주식회사는 기술보증기금 벤처캠프 우수 기업으로도 선정됐고, IBK 창공 육성 기업 자격으로 최종 데모데이에도 출전했다.
든든한 지원을 딛고, 반암주식회사는 도전 과제를 하나씩 해결 중이다. 먼저 서울 영등포구에 친환경·도심형 박막형 반도체 공장의 주요 장비와 사무실을 마련했다. 핵심 반도체 증착 장비는 설계와 생산 모두 어렵고, 가격도 한 대에 수억 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과 초기 투자금 덕분에 비교적 일찍 준비를 마쳤다.
그 다음 부딪힌 장벽은 인재 채용이다. 반도체 연구자들은 대부분 국내외 대기업으로 향한다. 반암주식회사와 같은 스타트업을 찾는 연구자는 극히 적다. 한수덕 대표는 박막형 반도체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알리고, 이 제품을 앞세워 기존 기술이나 기기의 혁신을 이끈 사례를 전파하면 비전을 공유할 인재를 섭외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암주식회사는 2023년, 이들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가장 우선한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박막형 반도체 제작 기술을 고도화해 시제품을 만들고, 이를 시장에 선보여 벌크형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신으로 증명한다. 박막형 반도체의 장점과 가능성이 알려져 시장이 만들어지면 기술력과 시제품을 앞세워 선점한다는 목표다.
박막형 반도체의 활용 범위는 아주 넓다. 이 가운데 반암주식회사가 주목하는 것은 급격하고 불안정한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는 ‘에너지 반응형 반도체’다. 화재 경보기, 전자 제품이나 배터리의 보호 회로를 만들 때 쓴다. 한수덕 대표는 보호 회로를 가진 모든 전자 기기에 박막형 반도체를 적용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안전하게 동작하는 에너지 반응형 반도체의 박막화를 이끌어 사회의 안전에 기여하고, 전자기기 전반에 박막형 반도체를 보급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전파할 목표도 밝혔다.
한수덕 대표는 “세계 반도체 업계에 바람직한 창업 사례, 기술력을 앞세워 장벽을 깨고 성공한 선례를 남기고 싶다. 친환경·도심형 박막형 반도체 생산 공장의 설립과 운영 지식도 전파하려 한다. 박막형 반도체의 생산과 설계, 제작과 보급 등 모든 절차를 주관하는 마이크로파운드리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