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고령 운전자 사고…실효성 부족한 대책에 이동성 보장·안전 확보 ‘요원’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연이은 고령 운전자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하는 등 운전 미숙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뒤따른다. 갈수록 고령 운전자 수가 급증할 전망이어서 이대로라면 고령자의 이동성 보장과 안전운전 관리 모두 취약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고령 운전자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 급증

고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일어나는 사고 수가 급증하고 있다. 도로교통관리공단에 따르면 재작년 기준, 사망에 이르는 사고를 가장 많이 낸 운전자 연령대는 65세 이상으로 전체 사고의 24.3%를 차지했다.

최근에도 고령 운전자 사고는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전북 순창에서 74살 고령 운전자가 몰던 트럭이 농협 앞에 있던 주민들을 덮쳐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일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에서는 79살 운전자가 몰던 SUV 차량이 행인 2명을 치고 식당 문으로 돌진해 내부 손님을 포함, 총 7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사고 모두 고령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20일 부산진구에서 발생한 고령운전자 사고 현장. 출처=부산소방본부
지난 20일 부산진구에서 발생한 고령운전자 사고 현장. 출처=부산소방본부

정부는 연이어 발생하는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75살 이상 운전자에 3년마다 면허 갱신을 하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는 한편, 인지능력 자가 진단이 포함된 교통안전교육을 신설했다. 또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에 선불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정책도 마련했지만, 지난해 기준 반납률은 2.6%에 그쳤다. 문제는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사이, 해마다 고령 운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 목전…급증하는 고령운전자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와 경찰청 자료로 연평균 증가율 산출), 최근 10년 사이(2012년~2022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4.6% 수준, 고령 운전면허소지자 수는 10.2%로 증가 추세에 있다.

장래 고령인구 수와 고령 면허소지자 보유 수 추정치. 출처=통계청·경찰청·국회입법조사처, 그래픽=국회입법조사처
장래 고령인구 수와 고령 면허소지자 보유 수 추정치. 출처=통계청·경찰청·국회입법조사처, 그래픽=국회입법조사처

2025년에는 전체 고령 인구 1,059만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498만명이 운전면허 소지자로 예측되며, 2040년에는 고령 인구 1,724만명 중 76.3% 해당하는 1,316만명이 운전면허를 소지할 전망이다.

이송림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 입법조사관은 “고령운전자 수 증가에 비례해 고령운전자가 야기하는 사고 비율 또한 증가하고 있다”며 “인지능력 자가진단을 포함한 교통안전교육을 신설하는 등 고령자의 운전 적합성 평가 체계를 일부 강화했지만, 현행 방식은 실차 평가(도로주행 등)를 포함하지 않아 실제 운전능력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면허 유지 또는 취소 외에는 절충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 살펴보니

현행 대책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면 해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뉴질랜드의 경우 고령 운전자에 2년 주기로 면허 갱신을 요구하고 있으며, 갱신 시 의사의 운전면허용 진단서를 필수 발급하도록 정책을 마련했다. 진단서도 세분화해 의학적으로 운전에 문제가 없어도 안전 운전 능력이 의심된다면, 도로안전시험을 통과해야만 면허를 발급하는 조건부 진단서를 발급한다. 또 시간이나 공간 등에 제한을 둔 조건부 운전 면허증을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일리노이주 역시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갱신할 때 도로주행시험을 의무화했으며, 일반 면허가 적합하지 않을 시 시간이나 공간 등에 제약을 둔 조건부 면허를 발급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주의 경우도 75세 이상 운전자는 매년 운전적합성에 대한 의료평가와 운전실기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송림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 입법조사관은 “지금처럼 고령 운전자 면허 관리를 유지 아니면 취소 식으로 운영한다면,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 보장과 안전운전 관리 모두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과 교수는 “고령 운전자 면허 관리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차량을 기반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고령층이 많고, 일부의 운전 미숙을 고령층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은 부담”이라며 “해외 사례처럼 고령층 중에서 운전 미숙자를 선별할 수 있는 장치나 제도를 더욱 촘촘하게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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