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가 만든 전기 CUV,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IT동아 김동진 기자] 크로스오버 유틸리티(CUV)는 세단과 SUV의 특성을 조합한 차량을 뜻한다. 세단보다 약간 높은 전고에 SUV의 공간 활용성을 더해, 세단과 SUV를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최근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 벤츠 EQA나 폴스타2 등이 그 예다.
전동화 물결에 합류하며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출시한 포르쉐도 라인업 확장을 위해 전기 CUV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를 선보였다. 주행모드에 따라 자동으로 서스펜션 높이를 조절하는 적응식 에어서스펜션과 사륜구동을 조합한 포르쉐의 전기 CUV는 어떤 모습일지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고유의 디자인 유지…측면에서 도드라지는 CUV 라인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정면부를 살펴보니, 네 개의 유닛으로 구성한 헤드라이트와 바람을 가르면서 달리는 듯한 보닛 위 캐릭터 라인이 눈에 띄었다.
개구리를 연상케 하는 포르쉐 특유의 디자인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정면부만 보면, 타이칸 세단 모델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측면으로 갈수록 CUV 디자인을 적용한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만의 개성이 드러난다.
포르쉐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의 전장(자동차 길이)은 4,975㎜, 전폭(자동차 폭)은 1,965㎜, 전고(자동차 높이)는 1,410㎜,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는 2,904㎜다. 이 차량은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품고 있는 탓에 공차중량 2,285kg의 육중한 차체를 지녔지만, 날렵한 디자인 덕분에 외관에서 그 무게를 느끼기 어렵다. 전고는 CUV답게 기존 타이칸보다 약 30㎜ 높아졌다.
리어램프를 길게 뺀 포르쉐 특유의 디자인이 후면부에 그대로 적용된 모습이다.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의 트렁크 공간은 446리터이며, 2열 폴딩 시 1,212리터까지 늘어난다.
전기 CUV인 이 차량은 엔진룸 공간에도 최대 84리터까지 짐을 실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실내 곳곳에 포르쉐 DNA 배치
전동화 물결에 합류한 포르쉐지만, 실내 곳곳에는 특유의 물리 버튼과 내연기관 시절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스티어링 휠에는 드라이브 모드를 돌려서 바꿀 수 있는 모드 변경 휠이, 스티어링 휠 옆에는 레버식 변속기를 탑재했다. 대시보드 위에는 포르쉐 아날로그 시계를 배치했다.
각종 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 센터패시아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물리 버튼이 아닌 터치스크린을 넣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공존을 꾀했다.
주행 정보를 전하는 클러스터 역시 디지털로 꾸렸고, 중앙과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설정에 따라 켜거나 끌 수 있어 맞춤형 인터페이스 구성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선명한 OLED 디스플레이가 큰 만족감을 줬다.
포르쉐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는 4인승 차량이지만, 2열에 성인 남성이 앉으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센터 터널도 전기차치고 다소 높은 편이어서 2열 공간감이 답답했다.
도어트림을 포함해 차량 곳곳에 배치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인포테인먼트 이용 시 만족감을 더했으며, 프레임리스 도어는 날렵한 차량의 이미지와 성능에 보탬을 주는 요소였다. 덕분에 포르쉐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의 공기저항계수는 0.26Cd에 불과하다.
돋보이는 적응식 에어 서스펜션…제로백 4.1초의 성능
주행을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경기도 시흥시로 경로를 설정했다. 서울을 빠져나가기 전 도심 정체가 이어졌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 스포츠 모드로 바꿔 가속 페달을 밟으니,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는 이내 포르쉐 스포츠카의 성능을 뽐냈다.
프런트와 리어 액슬에 각각 전기 모터를 배치한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는 최고출력 490마력, 최대토크 66.3kgf·m의 성능을 발휘하며, 최대 571마력의 오버부스트 성능 또한 지녔다.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1초 만에 도달할 수 있으며, 최대속도는 시속 240km에 육박한다. 여기에 가속 시 전기모터음을 최대치로 들을 수 있는 ‘E-스포츠 사운드’ 기능까지 켜면, 마치 내연기관이 뿜어내는 듯한 엔진음을 들으면서 주행할 수 있다.
주행 모드에 따라 섀시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적응식 에어 서스펜션은 과속방지턱과 같은 울퉁불퉁한 노면의 마찰을 상쇄하며 안정적인 주행을 도왔다. 각 모드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는 에어 서스펜션이 불편하다면, 수동으로도 제어가 가능하다. 험로를 만났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자갈(Gravel) 주행모드가 추가된 점도 눈에 띄었다. 자갈 모드를 설정하면 적응식 에어 서스펜션이 작동하며 차체를 약 30㎜ 들어올린다.
포르쉐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의 국내 기준 공인 주행가능 거리는 287km다. 약 3시간 동안 115.6km 주행한 결과, 전비 3.9km, 잔여 주행거리 203km가 기록돼 실제 주행가능 거리는 300km를 상회하는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르쉐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는 주행 성능과 편의성, 승차감에서 만족을 주는 차량이었다. 단점으로 좁은 2열과 아쉬운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를 꼽을 수 있다. 이 차량의 기본 가격은 1억5,450만원이며, 옵션을 모두 추가하면 2억1,410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글 / IT동아 김동진(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