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취약 해소할 배리어 프리·인공지능 키오스크 나온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키오스크는 기존의 오프라인·대면 유통을 온라인·비대면 유통으로 바꿔 사용 편의를 높인 주역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소개, 주문과 결제, 쿠폰 입력과 배송까지 도맡는다. 키오스크 덕분에 유통가는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한다. 소비자들도 줄을 서 기다리지 않고 키오스크로 편리하게, 정확하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산다.

하지만, 키오스크를 불편하게 여기는 소비자들도 있다. 터치 스크린과 모바일 결제 등 디지털 기술을 쓰기 어려워하는 고령자, 눈 혹은 귀가 불편하거나 휠체어를 타는 탓에 키오스크를 다루기 어려워하는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이다.

정부는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 키오스크의 하드·소프트웨어 제작 기준을 포함, 디지털 취약 계층도 손쉽게 키오스크의 장점을 누리도록 이끈다. 스마트 상점 업계도 이 흐름에 발맞춰 자동 높낮이 변형, 인공지능 피사체 인식 등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물리, 제도 장벽을 낮추려는 운동) 키오스크 기술을 연구 개발한다.

장애인,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키오스크가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출처 = 엔바토엘리먼츠
장애인,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키오스크가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출처 = 엔바토엘리먼츠

디지털 취약 계층 가운데 장애인은 키오스크를 다루는 것 자체를 어려워한다. 시각 장애인은 키오스크의 화면을 보기 어렵고, 청각 장애인은 키오스크의 설명을 듣기 어렵다.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마련된 키오스크의 화면을 다룰 수 없다.

이에 장애인 차별 금지법은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의 하드·소프트웨어 제작 기준을 제시한다. 하드웨어는 ▲음성출력장치를 이용 가능한 단자 및 연결 기능 ▲점자 표시가 있는 물리적 키패드 ▲화면 또는 인터페이스에 부착된 콘트롤 위치가 바닥으로부터 1,000mm~1,200mm 사이 위치 ▲음성입력 기능이 필요할 경우 대체 가능한 수단 제공 등의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기준은 ▲고대비 화면 및 4:5:1 이상의 명도 대비 제공 ▲화면 내 버튼 간 충분한 간격을 유지 ▲모든 동작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 제공 등이다.

장애인 차별 금지법은 입법 예고를 거쳐 올 1월 28일부터 시행 중이다. 2024년 1월 28일부터는 공공·교육·의료·금융 기관에 설치할 키오스크는 위 기준을 반드시 만족해야 한다. 2025년 1월 28일부터는 이 기준이 복지 시설과 문화예술 사업자, 체육 시설과 상시 100인 미만 사업주가 설치하는 키오스크로까지 확대 적용된다.

스마트 상점 기술 업계는 이 기준을 토대로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부가 기능을 키오스크에 적용한다. 본체에 센서를 탑재, 사용자의 키를 파악해 조작부의 높낮이를 자동으로 바꾸는 기술이 좋은 사례다. 청각장애인용 수어 안내, 시각장애인용 음성 안내, 고령자를 위한 글자 크기 확대 기능도 속속 키오스크에 탑재된다.

스타트업 닷이 개발한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 소비자의 신체에 맞게 화면 높낮이를 자동 조절한다. 출처 = 닷
스타트업 닷이 개발한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 소비자의 신체에 맞게 화면 높낮이를 자동 조절한다. 출처 = 닷

최근 스마트 상점 기술 업계는 급격히 발전한 인공지능을 활용해, 디지털 취약 계층의 키오스크 사용 편의를 높이려 한다. CES 2023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스타트업 닷(Dot)은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 스마트 점자 촉각 디스플레이 등에 인공지능을 더한다. 장애인 소비자가 다가오면 신체에 맞게 화면 높낮이를 자동 조절하고, 이들이 검색한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촉각화하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할 계획이다.

넥스트페이먼츠는 카메라로 소비자의 겉모습을 분석하고, 장애인이나 고령자라고 인식하면 자동으로 UI(User Interface, 키오스크 화면 속 아이콘과 글자 등 콘텐츠)를 바꾸는 키오스크를 개발 중이다. 디지털 취약 계층이 키오스크를 따로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가장 알맞은 사용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겉모습 분석 데이터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을 만큼, 최소한으로만 활용한다.

엘젠은 인공지능 음성인식과 발화, 자연어 처리 기술을 키오스크에 적용해 시각장애인 전용 키오스크를 만든다. 시각장애인들은 상품이나 서비스 안내와 구매, 결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키오스크 인공지능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용 가능하다.

넥스트페이먼츠의 인공지능 사용자 인식 기술. 출처 = 넥스트페이먼츠
넥스트페이먼츠의 인공지능 사용자 인식 기술. 출처 = 넥스트페이먼츠

한편으로는 디지털 취약 계층의 키오스크 활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하드웨어 기술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 특히 UI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22년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고령자(60대 이상)들은 키오스크의 조작이 어려운 점(53.6%)과 작은 글씨(23.2%)가 특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키오스크의 UI를 직관적으로 설계해서 누구나 조작하기 쉽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결과다.

지광철 넥스트페이먼츠 대표는 “기술은 편의를 주지만, 때로는 차별도 만든다.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먼저 이 반향을 깨닫고 소외받는 소비자가 없도록 기술을 개선해야 한다. 스마트 상점 업계는 디지털 취약 계층을 배려해 인공지능과 비전 인식 기술, 스마트 주문 결제 기술을 고도화 중이다. 목표는 누구나 손쉽게 쓰는 키오스크를 보급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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