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서빙은 저에게 맡기세요”, 서빙용 모빌리티 로봇의 등장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는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헛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숨은그림찾기만큼 어려워진 숨은 알바 찾기
대학에 다니던 시절 수많은 알바를 섭렵했던 때가 있습니다. 당시 면접을 보면서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어려운 시험에 통과한 것처럼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많은 면접을 봤고, 꽤 많은 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했었죠.
그런데, 요즘은 일자리 사정이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국내 자영업자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직원을 뽑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지만, 젊은 층에서 특정 알바를 기피하는 현상도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MZ세대가 장악했던 서비스업은 구인난 심화로 일부 매장에선 중장년층 직원을 모집하는 구인방식을 채택하기도 했죠.
서비스 직군에서 특정 나이대의 종사자 수가 감소하자 시니어 알바 비중이 증가하는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렇지만, 구인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고용원 없이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 수는 2020년 415만 9000명, 2021년 420만 6000명, 2022년 426만 7000명으로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고령 세대가 MZ세대를 대체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용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셈이죠.
아직 크게 체감하지는 못했지만, 편의점이나 일부 매장에서 고령의 직원들이 응대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직원 수가 많이 부족하다니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꽤 난감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최근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됐는데 손님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객 응대가 어렵다면 자영업자와 직원들 모두 체력적으로 많이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영업장의 숨통을 트이게 할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모빌리티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죠.
자영업자가 활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로봇은 크게 배달로봇과 서빙로봇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현재 무인 자율주행 배달로봇은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는 규제샌드박스로 일부 기업에서 실증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지금 당장 자영업자의 구인난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유관 법률에서 해결되어야 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러나, 서빙로봇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자영업자의 인력난을 빠르게 해결해줄 수 있죠. 서빙로봇은 기본적으로 자율주행을 전제로 하는데요. 자율주행 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은 카메라, 내장 센서, 소프트웨어 내 데이터 등을 활용해 장애물을 탐지하고, 목적지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 소프트웨어 및 라이다, 카메라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율주행 로봇이 빠르게 발전했죠.
매장에 자율주행 서빙 로봇을 도입하면 다양한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빙로봇 내 제품 탑재 공간을 층으로 구분해 여러 메뉴나 상품을 한 번에 원하는 테이블까지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고, 충전만 제대로 하면 원하는 시간 동안 근무를 계속할 수 있죠.
많은 음식을 한 번에 서빙하고, 하루 종일 기복 없이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근데, 이렇게 장점만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장점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직 극복해야 할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서빙로봇은 아무리 바쁜 시간대여도 한결같이 여유로운 이동 속도를 유지하는데요. 때로는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서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 일정한 속도로 여유롭게 움직이는 서빙로봇을 보면 손님이나 사장님 마음이 조급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센서 기반 이동하는 자율주행 로봇이라면 사람들이 밀집한 장소에서 비효율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나 장애물을 피하려고 계속해서 뒤로 돌아가거나, 앞에서 오는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음식이 다 식어버릴지도 모릅니다. 또, 음식이 도착하면 울리는 알람 소리로 인해 손님들의 대화가 끊어질 수 있고, 고객이 음식을 테이블로 옮긴 뒤 ‘확인’ 버튼을 눌러야만 로봇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고,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기술이 다방면적으로 개발되고 있어 머지않아 해결될 문제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자영업자들이 서빙로봇을 도입할 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가격입니다. 서빙로봇의 대략적인 가격은 5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다양합니다.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의 서빙로봇이 존재하는 만큼 도입에 앞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기능적인 측면과 효율성을 고려했을 때 생각보다 서빙로봇 가격이 꽤 높은 편이네요.
그렇죠. 코로나19의 여파와 경기침체 등 여러 이유로 매출 유지도 어려운 상황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닙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방식이 서빙로봇에 구독경제를 접목하는 것이죠. 다른 이름으로는 RaaS(Robot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로봇)라고도 불리는데요. 파트타임 직원을 고용하는 것처럼 로봇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하는 형태입니다. 필요할 때 로봇을 렌탈해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서빙로봇을 일시불로 구매한다면 꽤 부담이 되지만, 3~5년 약정 조건으로 구독이나 렌탈을 하게 되면 월 50~80만 원 정도로 부담은 낮아집니다.
자율주행 로봇인 서빙로봇 상용화에 성공해서 이 분야에서도 앞서나가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인데요. 2017년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돼 같은 해 자사 최초의 서빙로봇인 ‘페니(Peny)’를 공개했습니다.
베어로보틱스의 시작이 참 흥미롭습니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하정우 대표가 2016년 한식당을 차린 뒤 뜨거운 뚝배기를 쉽게 나를 방법을 생각하다 로봇개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페니’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개발하여 완성 후 1년 만에 서비스를 운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페니를 공개한 이후 750만 달러의 엔젤투자를 시작으로 2018년 280만 달러, 2020년 3200만 달러, 2022년 8100만 달러를 차례로 투자받으며 성장 가능성을 평가받았습니다.
베어로보틱스는 페니 개발 이후 개선작업을 거듭해 후속 모델인 서비(Servi), 서비+, 서비리프트를 순차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서비는 라이다 센서와 여러 개의 카메라를 장착해 음식을 실은 뒤 가장 효과적인 동선으로 고객의 테이블로 서빙합니다. 이 로봇은 음식이 내려진 것을 스스로 감지하여 원래 위치로 복귀하는 기능을 갖췄습니다. 충전하는 데 4시간이 소요되고, 작동 가능한 시간은 12시간 정도가 된다고 하네요. 매장 특징을 고려해 다양한 설정이 가능하고, 빠른 공간 맵핑(지도제작) 기능이 탑재돼 있어 긴 세팅 작업 없이도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베어로보틱스의 특징은 로봇을 단순히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구독 서비스는 기계 관리를 위한 지식이나 도구가 필요하지 않아, 전문 지식이 없는 자영업자도 도입해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죠.
현재 베어로보틱스는 한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KT,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TGIF, 온더보더, 빕스, 파리크라상, 서리재 미국 칠리스, 데니스, 일본 야키니쿠킹 등 여러 외식 브랜드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급식업체, 요양병원, 호텔에서도 서비가 움직이고 있고요.
앞으로 베어로보틱스는 방역로봇, 공기살균 로봇, 엘리베이터 연동 시스템을 탑재한 고층건물 서빙로봇 등 지속적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베어로보틱스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서빙로봇 구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서빙로봇을 도입하는 곳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죠. 인터넷에 ‘서빙로봇’이라고 검색만 하면 다양한 종류의 서빙로봇의 정보를 찾아보고 구독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대표 기업으로 ‘배달의민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우아한형제들’에서 운영하는 배달 주문 서비스 브랜드로 외식업계의 배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딜리플레이트’인데요.
딜리플레이트는 외식업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받고 서빙로봇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전국 1000여 개 외식업체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제품이 하루 약 10시간 이상씩 운용된다고 합니다. 딜리플레이트 서비스는 매장의 평수와 테이블 수에 따라 딜리플레이트S 슬림, 딜리플레이트S 와이드 등으로 구분됩니다. 로봇을 활용해 메뉴 추천, 테이블 안내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업장이 원하는 대로 화면을 구현할 수 있어 지점만의 개성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Research&Markets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자율주행 로봇 시장 규모는 약 30억 8000만 달러(한화 약 3조 7,939억 원)로 평가되며, 향후 16.8%의 연평균성장률을 기록해 2030년에는 약 106억 6000만 달러(한화 약 13조 1,33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로봇 산업은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5G 등 차세대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미래 산업을 견인하는 주요 분야로 대두되고 있어, 서빙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시장에 공개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리나라가 서빙로봇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서비스업의 무인화, 높은 인건비의 완화 등 다양한 이점 때문에 서빙로봇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우선, 주요 경쟁국인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전 세계적 대부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서빙로봇 뿐 아니라 제조용 로봇, 4족보행 로봇 등 다양한 로봇 산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나라는 가격 경쟁력을 뛰어넘을 기술이나 적용 가능한 산업의 확대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겠죠. 현재 국내 로봇 기술 관련 개발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어려움은 실증평가, 시제품 제작 및 기능검증 부분인데요. 정부에서는 국가로봇테스트 필드 구축 등을 계획하고 있고, 필드가 구축되면 이곳에서 실제 환경처럼 제품 안전성, 성능평가 등 다양한 테스트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아직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 사업 통과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서빙로봇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라면 유지보수 서비스가 중요합니다. 매장에서 서빙하던 로봇이 갑자기 멈춘다면 도움은커녕 걸림돌이 될 텐데요. 가게의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탄탄한 A/S는 필수입니다. 국내에서 서빙로봇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스타트업 수준인 곳이 많기 때문에, 전국적인 유통망이나 서비스센터를 구축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비하려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로봇산업은 미래 사회를 책임질 주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이 가속화돼 우리나라가 전 세계 로봇산업을 견인하는 국가로 도약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 최근에서야 핫해진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고 몇 년 전부터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를 진행해 왔다. 작년에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이름으로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웹서비스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