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얼어붙은 중고차 시장…주인 기다리는 차량 즐비
[IT동아 김동진 기자] 중고차 시장에 냉기가 가득하다.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매매장에는 주인을 만나지 못한 매물이 즐비하다. 국토부 자동차 등록 정보를 종합한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중고차 재고는 14만9,707대로 전년 6만3,840대 대비 135% 급증했다. 얼어붙은 중고차 시장을 실감케 하는 수치다. 인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아 현장의 분위기를 살폈다.
중고차 시장 냉기의 원인은 ‘고금리’…매매장 재고 즐비
냉기가 흐르는 중고차 시장의 배경은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다. 중고차 시장은 고금리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녔다. 통상 매매업자들은 캐피털사를 통해 단기 자금을 끌어와 중고차 매물을 구매한다. 중고차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도 현금으로 완납하기보다는 할부로 차량을 구매한다. 즉, 고금리로 높은 할부 이자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구매 의사를 접자, 딜러들에게 돈이 돌지 않아 차를 매입할 자금을 융통할 수 없는 악순환이 형성된 것이다. 단기 자금으로 끌어온 매물이 팔리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 부담은 고스란히 딜러의 몫이다.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매매업자들이 캐피털사로부터 융통하는 재고 금융 금리는 연 12~14% 수준으로 1년 동안 2배 가까이 올랐으며, 소비자가 차량을 구입할 때 이용하는 중고차 할부 금리 또한 기존 3~5%대에서 7~15%대까지 치솟았다.
18일 방문한 인천 엠파크허브 중고차 매매장에도 재고 차량이 즐비했다. 평소라면 명절 전 자동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가득했을 매매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실제 딜러가 체감하는 시장 상황은 어떨까. 인천 엠파크허브 입주사 아이엔지 임태현 대표를 만나봤다.
임태현 대표는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금리 영향을 체감했다”며 “시장 특성상 재고 금융 금리가 1%만 올라도 타격이 엄청난데, 두 배 가까이 올라 매물을 끌어오기 힘든 상황이다. 중고차를 현금 완납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도 거의 없기 때문에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수록 중고차가 팔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재고가 쌓이면서 재고 이자를 버티지 못해 업종을 바꾸거나 문을 닫는 딜러도 속출한다”며 “중고차 시장에서 최선호 모델 중 하나인 포터2 매매가가 1년 전 2,350만원대였는데 지금은 2,050만원으로 내려앉았다”고 전했다.
중고차 구매 지금이 적기라고 보는 시각도
중고차 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그동안 관망하던 소비자가 구매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임태현 대표는 “중고차 가격이 내려간 지금이 구매 적기라고 보고 찾아오는 소비자도 있다”며 “생계를 위해 중형 트럭이 필요한 구매자의 경우 신차 출고 지연으로 차를 바로 받을 수 없어 가격이 내려간 중고차를 찾는다. 또 대형 고급 차량의 경우 감가가 커 그동안 고민하던 소비자가 구매를 결심, 계약을 맺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출퇴근용 차량이 필요하지만 현금 완납으로 차량을 구매할 여유가 없는 사회초년생이나 새 차 운전이 부담스러운 초보운전자, 자녀 통학 용도로 세컨카가 필요한 주부 등이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한 중고차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고차 시장의 반등을 기대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놓는 지원책이다.
예컨대 경남 의령군은 지난해 말, 만 18세 이상 49세 이하 연령대 지역민 중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에 속한 50명을 선별해 중고차 구입비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1,500만원 이하 중고차를 구매한 후 관내에 취·등록세를 납부한 지역민에게 의령사랑상품권으로 15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국 최초로 진행된 중고차 구입비 지원 사업의 큰 호응으로 의령군은 지원 사업 접수를 연장하기도 했다.
올해 3월부터 1600cc 미만 소형차를 신규·이전 등록할 경우 공채매입 의무도 면제된다. 지난해까지 자동차를 신규 또는 중고로 구매할 경우,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차량 가격의 최대 20%까지 지역개발채권(서울 제외 전국 시도)과 도시철도채권(서울·대구·부산)을 의무 매입해야만 했다. 올해 3월부터는 소형차 공채 매입 의무가 사라져 구매를 고려하는 이들의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고차 시장 상황이 어려워 개점휴업을 선언하는 딜러도 속출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는 전망도 나온다”며 “하지만 지금이 중고차 구매의 적기라고 보는 소비자도 존재하고 구매를 장려하는 지원책도 나오고 있어 고금리 기조가 완화되면 시장 상황도 풀릴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