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근육질 외관에 숨은 안락한 승차감…럭셔리 SUV ’올 뉴 레인지로버’
[IT동아 김동진] 랜드로버의 5세대 플래그십 SUV, ‘올 뉴 레인지로버’의 차체는 웅장하다. 흡사 운동에 매진해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이들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차량을 시승한 후, 육중한 덩치보다 인상에 남는 것은 세단 못지않은 안락한 승차감이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2,750kg 차체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6초 만에 돌파하게 만드는 괴물 같은 성능을 지녔지만, 날렵함보다 안락함에 무게를 두는 소비자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차량이다. 다재다능한 SUV, 올 뉴 레인지로버 P530을 시승했다.
웅장한 외관에서 뿜어내는 존재감…공기저항계수 0.30Cd 불과
올 뉴 레인지로버는 랜드로버의 5세대 플래그십 SUV다. 세대를 거듭했지만, 웅장한 차체에서 뿜어내는 레인지로버만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차량 정면부에 배치한 레인지로버 레터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굵직한 캐릭터라인으로 날렵함을 강조하는 여느 차량과 달리 이음새와 경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매끈한 면을 강조한 모습이다. 면을 강조하는 레인지로버의 디자인은 다소 투박해 보일 수도 있지만, 세대를 거듭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특유의 차량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헤드램프 역시 같은 디자인 기조를 유지해 뾰족하고 날렵하지 않고, 둥글고 넓게 배치됐다.
측면부 역시 매끈한 면을 강조하는 전면 디자인과 맥을 같이한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 라인과 달릴 때면 안으로 들어가 면과 일치하는 손잡이가 공기 저항을 줄여준다. 덕분에 올 뉴 레인지로버의 공기저항 계수는 0.30Cd에 불과하다. 2,750kg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를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올 뉴 레인지로버의 전장(자동차 길이)은 5,052㎜, 전폭(자동차 폭)은 2,003㎜, 전고(자동차 높이)는 1,870㎜,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는 2,997㎜다. 이 육중한 몸집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초에 불과하다. 거대한 길이와 폭, 휠베이스를 고려하면 공기저항 계수와 제로백 수치가 새삼 놀라웠다.
후면부는 랜드로버가 히든 언틸릿 테일라이트라고 부르는 기술을 적용했다. 테일라이트가 작동하면 빨간색 LED가 켜지지만, 작동하지 않을 때는 블랙 그래픽의 모습으로 유지되는 방식이다. 전면부에 이어 후면부에도 배치한 레인지로버 레터링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앞 범퍼와 마찬가지로 디퓨저 부위는 크롬으로 둘러 마감했다.
외관의 심플함 이어진 실내…비즈니스석에 앉은 듯한 2열 인상적
실내를 살펴보기 위해 차량의 문을 열자, 사이드스텝이 스르륵 펼쳐진다. 마치 접혀있던 계단이 내려오듯, 올 뉴 레인지로버는 탑승하는 순간부터 특별한 차라는 느낌을 준다.
실내 센터패시아 중앙에는 13.1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다. 티맵 내비게이션을 기본 탑재한 데다가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덕분에 편리하게 휴대폰과 연동할 수 있다. 시트와 암레스트, 도어트림, 스티어링 휠, 글로브박스까지 모두 최고급 가죽을 사용했고, 기어봉 주위는 메탈 소재로 마감했다.
올 뉴 레인지로버의 2열 또한 비범하다. 암레스트에 위치한 터치스크린으로 시트를 뒤로 조작한 후 마사지 기능을 켜면, 마치 비즈니스석에 앉아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트렁크 용량은 1,050리터로, 2열을 접으면 2,335리터까지 늘어난다.
스포츠카였다가 때로는 안락한 세단으로...단점은 사악한 가격
주행을 시작했다. 시동을 걸 때 들리는 엔진음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성난 황소와 같다. 4.4리터 8기통 트윈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사운드가 자꾸만 시동을 걸고 싶게 만든다. 이 차의 최고출력은 무려 530마력, 최대토크는 76.5kg·m에 달한다. 2.8톤에 가까운 거구를 최고속도 시속 250k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6초 만에 밀어내는 배경이다.
주행 코스는 서울 마포구에서 경기 광명시였다. 정체가 심한 시내와 막힘 없는 교외를 두루 다니며 승차감을 체크했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노면이 고르지 않은 곳이나 저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감 있는 주행감을 선사했다.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한 덕분인지 노면 소음도 크게 느낄 수 없었다. 가속할 때나 코너링 시에도 차체가 크게 기울어지거나 꿀렁이지 않았다. 비결은 랜드로버의 기술력에 있다.
랜드로버 관계자는 “48V 전자식 안티 롤 컨트롤 시스템과 뒤 차축을 최대 7.3도로 조향할 수 있는 후륜 조향 시스템이 올 뉴 레인지로버에 적용됐다”며 “덕분에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로, 고속에서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뒤 차축을 회전하는 원리로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와 C,D 필러에 3개의 링을 넣어 강성을 높였고 차체 뼈대 80%를 알루미늄을 포함한 특수 합금으로 채워 비틀림 강성을 높였다”며 “벌크헤드(운전대와 엔진룸 사이 칸막이벽) 또한 강철로 제작해 노면에서 전해지는 소음과 진동을 기존 모델 대비 24% 줄였다”고 덧붙였다.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차선 이탈을 방지해주는 반자율 주행보조와 사각지대 충돌방지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주행 시 안정적인 운전을 도왔으며, 360도 카메라가 주차 안전을 확보했다. 4개의 헤드레스트에 배치된 1,600W 성능의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은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올 뉴 레인지로버를 시승하며 딱히 단점을 찾기 어려웠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실내 디자인은 차치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한참을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가격표를 보기 전까지.
이 차의 최대 단점은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시승한 올 뉴 레인지로버 P530 판매가(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는 2억2,437만원이다. 7인승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의 판매가는 2억2,537만원에 달한다.
말 그대로 사악한 가격이지만, 올 뉴 레인지로버가 빼어난 가속 성능을 자랑하는 스포츠카로, 때로는 독일 차 부럽지 않은 고급 세단으로도 자유롭게 변신 가능한 팔방미인이라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글 / IT동아 김동진(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