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버려지는 폐스마트폰, 그 이유는? "재활용 하는 방법 잘 몰라서"...
[IT동아 정연호 기자] 한국인의 스마트폰 평균 교체 기간 27.9개월. 시장조사업체 컨슈머 인사이트의 2020년 조사 결과다. 같은 해 전 세계 스마트폰의 평균 교체 주기는 43개월이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지면서 교체 주기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는 2년 약정이 끝나면 새 스마트폰을 사는 분위기다.
환경단체들은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너무 짧다며 우리 사회가 ‘이렇게 빠르게 스마트폰을 교체할 필요가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자원이 낭비되는 것과 함께 폐스마트폰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아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 이 과정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비자가 신형 스마트폰을 빨리 구매하도록 부추기는 마케팅도 문제를 키웠다. 오래된 제품을 수리해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아 대신 교체를 택하는 소비자도 많다. 또한, 소비자들이 폐스마트폰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은 총 160억 개 정도가 있다. 이중 53억 개의 제품이 올해 폐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WEF는 “스마트폰처럼 작은 기기는 집에 사용되지 않은 채로 쌓이기 쉽고, 쓰레기통에 그냥 버려지기도 한다”면서 스마트폰을 재활용하면 생길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럽에선 스마트폰이 작은 전자제품 중 4번째로 가장 많이 집에 쌓이는 품목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환경부에 2021년 자료를 확인해보니, 국내 스마트폰은 의무재활용량의 10% 미만으로 재활용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금, 구리, 은 등의 자원들은 새로운 전자제품이나 풍력의 터빈,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매년 폐기되는 스마트폰의 양을 보면 이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자원이 어마어마한데도 그냥 버려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은 휴대폰 제조사에 재활용 의무를, 판매업자에 회수 및 인계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이 재활용을 직접 하거나 공제 조합에게 의무를 대행시키는 방식이다. 폐스마트폰과 충전기, 배터리를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에 착불로 보내면 이곳에서 무료로 재활용해준다. 그럼에도 재활용 성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폐스마트폰의 피해, 개발도상국에게 외주화된다
대부분의 전자폐기물은 재활용 없이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에 버려진다. 혹은 재활용 기반시설이 없는 곳에 수출돼, 그곳에서 무분별하게 분해 및 처리되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전자기기를 부적절하게 처리하면 그 안에 담긴 유해물질이 토양 등으로 유출된다. 오염된 땅에서 나는 식량을 가축이나 사람이 먹고, 오염물질을 섭취한 가축을 다시 사람이 먹으면서 유해물질이 사람 몸으로 들어오는 일도 흔하다.
전자물 폐기시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메탈과 플라스틱을 태우는 과정에서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것도 심각하다. 전자기기의 자원을 분해하는 데 사용한 화학물질과 전자기기를 강에 버리면서 강이 오염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전자폐기물이 쌓인 곳에 비가 내리면서, 오염된 물이 다시 주변 하천 등으로 유출돼 이를 오염시키는 것도 빈번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러한 전자기기를 폐기하는 처리시설 노동자는 암의 위험성이 커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폐스마트폰 처리에 따른 피해가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나타나진 않는다. 폐기물 처리에 대한 자국 규제와 국제 조약 등을 피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폐전자기기는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부유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게 위험을 외주화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폐기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발도상국은 전자기기를 태우거나, 화학물에 담그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폐스마트폰을 처리한다. 고온으로 녹이는 방식은 그 안에 있는 자원들을 녹여 재활용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 정도의 사람이 비공식 처리시설을 포함한 폐전자기기 처리시설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폐스마트폰과 아이들의 건강 관련된 보고서에서 “폐스마트폰 처리 시설엔 여성과 아이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여성의 경우엔 그들이 앞으로 낳게 될 아이도 유해물질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아이들을 노동자로 쓰는 이유는 이렇다. 아이들의 손이 작아서 전자기기 속 금속 물질을 추출하기 쉽고, 이들의 노동력은 성인과 비교했을 때 값싸며, 경영진에게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요구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입 크기에 비해 어른보다 상대적으로 공기를 더 마시고, 더 많은 음식과 물을 먹는다. 오염물질에도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어른들에 비해서 오염물질을 자체적으로 정화하는 능력도 떨어져서 위험하다.
WHO는 아이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면 신경 발달이 더뎌지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면역력과 폐 기능의 저하, 폐질병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낡은 스마트폰, 꼭 교체가 필요할까?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왜 이렇게까지 재활용이 안 되는 걸까? 그 이유를 국내로 좁혀보면 답은 이렇다.
정부 기관과 기업들이 스마트폰 재활용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하고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재활용과 관련된 정보를 모른다. 환경단체들은 “평소에 재활용을 위해서 스마트폰을 수거하는 정부나 기업의 캠페인을 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었을 때 캠페인을 홍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관계자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올바르게 폐기해야 하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 안에 다양한 금속류가 있고, 그걸 회수하려면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는지 등을 잘 모른다. 스마트폰을 버렸을 때 어떤 환경적인 문제가 생기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 안에 있는 금속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면서 스마트폰을 제대로 버리는 방법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재활용하지 않으니,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들 땐 기존 스마트폰의 자원을 활용하는 대신 새로 채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다시 환경 파괴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지나치게 빠른 교체주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환경단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스마트폰 교체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는 이유는 ‘신형 스마트폰을 사고 싶어서’라는 게 그들의 지적이다. 기존 스마트폰을 더는 사용할 수 없어서 새 스마트폰을 사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소비자들이 환경을 생각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2년 정도가 지나면 핸드폰이 고장 난다,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는 소비자의 불편이 발생하는데, 기업에서도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짧으면 6개월에 한 번씩 신제품 광고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렇게 마케팅을 하면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빨리 교체하게 하는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IT업계에서 의도적으로 소비자가 제품을 빨리 교체하도록 설계를 한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주로 수리를 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방식이다. 그린피스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제품 디자인을 설계할 때 수리나 개조를 어렵게 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메모리를 추가할 수 없게 만드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설계한다는 것이다. 전화기가 망가지거나 새로운 배터리가 필요하거나, 저장 용량이 더 필요할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새로 교체해야 한다.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스마트폰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제조하고, 폐스마트폰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삼성전자는 중고 스마트폰을 회수해 IoT기기로 재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폐플라스틱으로 전자기기 액세서리로 만들고 있다. 이외에도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으며, 앞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물질을 더 많이 사용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의 경우엔, 스마트폰 재활용을 위한 기계를 개발해 자원들을 고품질 형태로 회수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작년 애플 제품에 사용된 모든 알루미늄 중 59%는 재활용 자원에서 나왔고, 외장에 100%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한 제품도 많다. 이외에도, 재활용 희토류 원소의 45%, 재활용 주석 30%, 재활용 코발트 13%, 인증된 재활용 금 등 사용했다.
제품도 오래 쓸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더 많은 친환경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중 하나로 요구되는 게 ‘수리할 권리’다. 소비자가 스스로 제품을 수리하고, 개조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전자제품을 구매해도 수리할 권리가 제한되는 일이 많았다. 가령, 애플은 공식 인증업체가 아닌 사설 업체에서 수리를 하면 보증 기간 내 부품 리퍼나 수리를 거부했다.
현재는 애플 공식 스토어에서 애플 부품을 구매해, 애플이 제공하는 설명서에 따라 수리를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렇게 수리하면 보증 기간과 조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유럽에선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이 통과된 상태다. 다만, 여전히 제품 제조 과정에서 수리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리할 권리는 ‘개인이 스스로 제품을 수리하게끔 해라’에서 더 나아간 요구다. 우선, 기업이 제품이 금방 망가지지 않도록 내구성 높은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도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오래된 스마트폰은 수리센터를 가도 적절한 부품이 없다는 이유로 수리를 못 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부품을 계속 보장받을 권리도 이에 속한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교체 속도를 늦추게 하려면, 스마트폰을 오래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다만, 스마트폰이 정말로 그렇게 빨리 교체가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고성능이 될수록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으로 인해서 스마트폰의 교체 시기는 더 빨라지게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오래 쓰기 힘든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액정, GPU, 램 등이 고성능이 되면서 전력 사용량이 많아지고, 스마트폰 발열이 심해지면서 배터리 수명이 빨리 닳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사양의 스마트폰 대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요소는 제품의 고성능에 따른 발열 문제"라고 말한다. 성능이 올라가면 전력 소모가 많아지고, 이로 인해 배터리 수명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게임이 고사양이 되면서 발열 문제가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기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한태희 교수는 “전자 기기가 고장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발열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발열을 조절하기 위해서 신경을 쓰고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거나, 히트파이프(스마트폰 온도가 올라가면 열을 흡수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열을 발산하는 역할을 한다)등을 적용해 전력 소모와 발열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순환연대 관계자는 폐스마트폰 재활용의 참여율을 끌어올리려면 사람들의 걱정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배출할 때 개인정보가 제대로 폐기되는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와 기업이 ‘스마트폰을 올바른 경로로 폐기하면, 정보도 완전히 사라진다’ 이런 안심을 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거점 지역에 중소형 가전제품과 폐스마트폰 등을 같이 모아서 배출할 수 있는 수거함을 만들면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폐기 및 재활용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스마트폰을 제조할 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희귀 금속이 들어가는지, 이중 얼마큼이나 재활용이 되는지 제대로 된 데이터가 없다. 환경단체들은 전자제품이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전 주기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한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