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카파바이오사이언스 [2] BM 분석 “화장품·원료의약품, 고객 범위별로 접근”
[스케일업 x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스케일업코리아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함께 스케일업을 진행합니다. 인터뷰로 스타트업의 기술과 계획을 소개하고,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해 성장의 기회를 찾습니다. 이어 전문가 조언으로 도약을 이끄는 프로그램입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우리 몸에 잘 흡수되는 비타민 C, 활성 산소 제거 효능을 가진 스퍼미딘(Spermidine)을 고효율 합성하는 독자 기술을 가졌다. 이 기술을 활용해서 특정 물질을 우리 몸에 잘 흡수되도록 유도하는 원료의약품 신소재 ‘CAPA-X’와 ‘CAPA-Y’를 개발했다. 앞서 비타민 C와 히알루론산을 합성하는 기술을 다른 기업에 이전하는 성과도 냈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CAPA-X, CAPA-Y의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한다. 화장품이 피부에 잘 흡수되도록 이끄는 것은 물론, 약물이 우리 몸 속 장기나 신체 조직에 잘 스며들어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더 많이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특징도 가졌다. LNP(지질 나노 입자, Lipid NanoParticle, 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담은 mRNA를 보호하는 약물 전달 매개체)로써의 효능도 가져 백신의 진화를 도울 것으로도 소개한다.
특허 출원한 독자 합성 기술, 지금까지 만든 신소재를 토대로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원료의약품의 구상과 개발, 생산과 유통까지 해내는 ‘플랫폼’이 되려 한다. 원대해서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도 보이지만, 박원철 카파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자신과 임직원들의 수십여 년 동안의 경력을 살려 이 꿈을 이룰 각오다.
그 시작으로,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비타민 C와 폴리아민을 합성해 만든 ‘유도체 화합물’을 화장품 기업에 제공한다. 자사 합성 기술의 높은 완성도와 신소재의 효능을 증명하고, 기업 성장에 필요한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성과를 원료의약품 플랫폼으로 발전할 토대로 삼으려 한다.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는 우선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 성과를 홍보하고 수익을 가져다 줄 ‘화장품 신소재’의 비즈니스모델을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이어 원료의약품 기업으로의 성장을 도울 전문가도 소개했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정체?
스타트업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생명 공학 신소재 개발 플랫폼’을 지향한다. 고유의 기술로 원료의약품을 만들 때 쓸 천연물 신소재를 만들고, 이 신소재의 제품화와 유통까지 맡는 개념이다.
의료·바이오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을 다루는 것은 늘 어렵다. 이들의 사업 계획서만 봐도 ‘바이오 신물질 개발 플랫폼’, ‘극성’, ‘LNP’와 ‘분자 시뮬레이션’ 등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가 많이 나온다. 플랫폼에서 극성과 분자 시뮬레이션 등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이를 기능성 원료로 만들어 원료의약품을 상업화한다는 설명으로 보인다.
의료·바이오 기술을 이해하기 어려운 필자는, 이런 비즈니스모델을 만났을 때 억지로 기술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기술을 배제하고, 이들의 비즈니스모델의 가치를 최대한 객관화하려고 노력한다. 기술 용어를 이해하는 것보다 비즈니스모델 구성을 살펴보는 것이 기업의 본질을 잘 설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의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비즈니스모델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원료의약품 소재 개발 플랫폼을 만들 기술을 가졌다고 강조한다. 이는 ▲물질에 극성을 부여해 가교제 없이 합성 가능한 기술 ▲더 효과 좋게 세포에 약성 물질이 전달되도록 만드는 전달체 LNP 기술 ▲새로운 합성 물질과 이 합성 물질이 나타내는 기능, 효과를 예견하는 시뮬레이션 기술 등이다. 이들 기술을 활용하면 건강 기능식도, 화장품에 쓸 기능성 물질도, 나아가 원료 의약품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고민은?
패션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와 패션 플랫폼 회사의 비즈니스 가치는 다르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원료의약품을 만들 신소재의 개발 능력, 이 신소재의 무한한 확장성을 강조하려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쓴다.
이런 유형의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은 보통 이슈가 되지 않는다. 원료의약품 소재의 성능과 시장성에 따라 협업 파트너나 원료 구매자와의 관계가 정해지고, 그 관계속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까닭이다.
원료의약품 소재의 시장성이 좋으면 기술료만으로도 큰 수익을 만들 것이다. 이들이 그 다음 개발할 소재를 확보하려고 수요자가 줄을 서기도 할 것이다. 물론, 그 반대라면 비즈니스모델을 볼 필요도 없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신소재 ‘Vita-HA400/800’이라는 물질을 기술 이전, 매출을 만들고 있다. 나름대로 기술력과 시장성을 인정받은 셈이 되겠다. 그 후속으로 ‘Capa-X’, ‘Capa-Y’, ‘Capa-LNP’를 개발 예정이다. 이 가운데 ‘Capa-X’는 항산화 기능성 물질로, 조만간 생산해 2023년 즈음에는 동물 임상으로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고민은 곧 출시를 앞둔 ‘Capa-X’를 보급하는 데 있다. 이 신소재는 비타민 C와 스퍼미딘의 합성 물질이다. 그래서 비타민 C의 단점인 피부로의 낮은 통과율, 산소와 접촉 시 급격히 산화되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그러면 피부 보습과 주름 개선, 상처 치유와 염증 개선 효능을 낸다고 한다. 그렇기에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이 물질을 먼저 기능성 화장품의 원료로 공급하고, 나아가 원료의약품의 소재로 판매하려 한다.
문제는, 이러한 항산화, 항노화 기능성 물질과 그 물질을 적용한 제품들이 화장품 시장에는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필자가 잠시 찾아본 바로는 합성 물질, 천연 물질뿐만 아니라 줄기세포를 이용한 항산화 물질 등 이름도 유형도 다양한 제품이 수백 종은 보인다. 물론, 시장에 플레이어가 많다는 것은 효능과 수요 모두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Capa-X를 기능성 화장품의 원료로 먼저 판매하고 OEM업체와 협력해 기존 혹은 신규 화장품 사업자에게 제품 개발 서비스도 제공하려 한다. 이제 갓 영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이 화장품 사업자에게 원료를 제공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11월 우리나라 한 바이오/제약 상장 기업으로의 제품 개발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사업화를 위한 고객군별 전략적 접근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지, 필자가 따진다고 해서 모두가 맞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고객의 특성을 잘 분석하고 고객군에 따라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과 성장성을 차근차근 친절히 설명한다면, 적합한 시장이 어디인지는 반드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에 필자는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화장품 고객군별 분류와 접근 방향을 예시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에게 있어 B2B고객이란 ‘Capa-X라는 기능성 물질을 자신들의 제품에 채택해 줄 기존 화장품 사업자 또는 신규 화장품 시장 진입자’를 말한다. 이와 더불어 ‘채널 고객’, 화장품의 개발과 생산을 의뢰할 때 접촉하는 ODM사업자도 있다.
이 두가지 유형의 고객에게 접근할 때, 각각의 고객군은 또 기존/신규라는 특성으로 나뉜다. 결국 예시적으로 설명한다면 고객군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접근할 수 있다.
코스메틱 산업 신규 진입자에 대한 접근 방향
먼저 1사분면에 위치한, 사업 규모가 큰 코스메틱사업자는 자체 R&D역량을 갖춘 곳으로 목표 고객군이 아닐 수 있다. 반면, 4/4분면에 있는 코스메틱 신규 사업자는 좋은 고객군이 될 수 있다.
코스메틱 시장에는 병원, 패션 사업자 등 매년 평균 4,000~5,000개 기업이 새로 들어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 자료를 보라. 2019년 대비 2020년에 등록된 업체 총수를 보면 약 5,000개 업체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신규 진입자는 업계 경력을 갖췄기에, 이미 코스메틱 시장을 잘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업계 관계자들의 커뮤니티, 전시회 등에서 최신 정보를 얻고 새로운 기능성 물질이 나타나면 깊이 있는 스터디를 한다.
따라서, 이들 신규 진입자를 만나기 적합한 접점인 커뮤니티, 전시회, 정보성 블로그 등을 통해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기능성 물질의 차별성을 알려야 한다. 이들이 원하는 화장품 개발 정보를 제공하고, 제품화까지 총괄 지원 가능한 업계 네트워크까지 제시하면 더 굳은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화장품 ODM 사업자에 대한 접근 방향
채널 고객(화장품 ODM사업자)을 살펴보면, 대형 사업자 뿐만 아니라 중소형 사업자까지도 모두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고객이 될 수 있다. 국내에는 매출 500억원이 넘는 화장품 업체만 24개에 달하며(2020년 기준) 대형 업체는 매출 1조 원 이상, 중형 업체는 5,000억 원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형 ODM사업자는 그들의 고객이 다양한 만큼, 새로운 기능성 원료를 항상 탐색하고 개발을 고민한다. 따라서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의 대형 사업자들의 공식 창구를 통해 기술 협력, 납품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
중소형 사업자의 경우 자체 R&D로 확보한 기능성 물질로 화장품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선별 접근이 필요한 시장이다. 이들 중소형 사업자에게 규모의 성장은 곧 수익성의 확장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제안은 ‘신규 고객’이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가 이 신규 고객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Capa-X를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면 점진적인 전략적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이 가장 중요한 시기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사업 소개서를 보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어렵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연구자와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기술력에 자신감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간혹 이렇게 어렵고 불편한 사업 소개서를 내놓는다. 사실 그들이 가진 역량과 기술, 시장성이 그 불편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필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잠재력을 앞세워, 카파바이오사이언스가 투자금을 유치하고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다행이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료·바이오, 신소재 개발 스타트업은 연구와 제품화, 나아가 수익이 나기까지 아주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투자자의 뒷받침도 필수다.
이에 필자는 ‘기본을 잘 챙기자’라고 조언하려 한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투자자에게 자신들의 기술과 성장성을 차근차근, 친절히 설명해야 한다. 고객의 부문별 채널을 만들고 이들에게 유효한 전달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기본을 잘 챙긴 회사는, 고객은 물론이고 투자자와 협력 파트너들이 그 가치를 잘 인지하도록 이끈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도 이 과정을 잘 수행하면 원료 의약품과 기능성 소재 시장 공략, 나아가 그들이 이루려는 원료의약품 플랫폼 구축에 유용한 토양을 만들 것이다.
황현철 대표는 비즈니스모델 분석에 이어, 카파바이오사이언스가 원료의약품 플랫폼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파트너로 제약·바이오 TIPS 운영사 ‘대웅제약’을 소개했다. 다음 기사에서 대웅제약의 TIPS 운영 계획과 각오, 카파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의료·바이오 스타트업과의 상생 정책과 TIPS 지원 팁을 소개한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 비즈니스모델 전문가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20여 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