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팬톤 색상 지원 중단 논란…"색상을 인질로 잡았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어도비가 일부 팬톤 색상 제공을 중단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앞으로 어도비 앱에서 팬톤 색상을 이용하려면 월 15달러(약 2만 1300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외신들 보도에 따르면 어도비는 최근 포토샵,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앱에서 무료 팬톤 색상 지원을 중단했다. 어도비는 앞서 지난 6월 팬톤이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함에 따라, 일부 팬톤 색상 지원이 8월부터 단계적으로 중단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팬톤 색상은 색상 전문 회사 팬톤이 표준화한 색상 체계를 말한다. 장비, 소재와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정확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같은 색이라도 종이, 섬유, 플라스틱 등 적용 소재에 따라 보이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팬톤은 각각의 상황에서 같은 결과를 내는 여러 색상을 한 묶음으로 만들어 고유한 이름과 번호를 붙였다. 이 때문에 언제 어떤 상황이든 팬톤 색상 이름과 번호를 이용하면 정확히 의도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팬톤 색상이 디자인 업계와 여러 산업 분야 전반에서 사실상 표준으로 활용되는 이유다.
유료화 정책은 새 작업물뿐만 아니라, 유료화 이전 작업물에도 적용된다. 과거에 작업한 파일에 팬톤 색상이 포함되어 있다면, 해당 부분이 모두 검은색으로 표시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디자이너를 포함한 관련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크게 논란이 일었다.
어도비는 지난 수십 년간 어도비 앱에 무료로 팬톤 색상을 제공해왔다. 어도비와 팬톤의 협력 관계에 변화가 생긴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두 회사는 넌지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팬톤은 어도비가 팬톤 색상 라이브러리에 새로운 색상 출시나, 사양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는 등의 유지 보수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직접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어도비 측은 단순히 팬톤의 비즈니스적인 결정이었다고 주장한다. 어도비 최고제품책임자(CPO) 스콧 벨스키는 트위터에 “팬톤 측이 제거를 요청했다. 고객에게 직접 요금을 청구하길 원하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실제로 팬톤은 어도비 앱을 위한 확장 프로그램인 팬톤 커넥트를 출시하고, 이를 통해 직접 팬톤 색상 라이브러리를 제공하고 있다. 팬톤 커넥트는 월 15달러, 연간 90달러(약 12만 7900원)의 비용이 부과되는 유료 구독 서비스다. 팬톤은 그간 업계 종사자들에게 색상 기준으로 참고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책이나 칩을 판매해왔는데, 이러한 판매 모델을 디지털 구독 분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업계 종사자들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영국 유명 예술가 스튜어트 셈플은 미국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어도비와 팬톤은 말그대로 색상을 인질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셈플은 이전에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검은색으로 알려진 도료인 ‘반타블랙’을 독점한 예술가 아니쉬 카푸어에 맞서 블랙3.0이라는 대체재를 개발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셈플은 이번 팬톤의 유료화 계획에 맞선 대체재 개발에도 직접 나섰다. 그는 팬톤 색상 라이브러리를 그대로 본뜬 ‘프리톤’이라는 색상 라이브러리를 지난달 28일 무료로 공개했다. 프리톤은 공개 4일 만에 2만 2000번이 넘게 다운로드됐는데, 셈플은 이러한 반응이 팬톤 컬러 접근 권한을 빼앗긴 데 대해 이용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