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기, 진짜 생선 놔두고 왜?’ 대체 식품이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우유만 먹으면 배탈을 앓는 사람들이 있다.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제대로 소화를 못하는‘유당불내증’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의 75%가 유당불내증을 앓고 있다고 할 정도로 흔하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우유가 들어가는 메뉴에서 우유를 두유로 변경하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유제품 업체인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폴바셋에서는 아예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 우유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두유나 락토프리 우유처럼 어떠한 식품을 대신할 수 있는 식품을 대체 식품이라고 한다. 기존 식품 중 맛이나 영양분이 비슷한 식품이 그 역할을 하기도 하고, 기술을 동원해 새로운 유형의 대체 식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국내 최초 두유 ‘베지밀’도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이 유당불내증을 위한 대체 식품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두유 외에도 견과류로 만든 식물성 우유나 해조류를 기반으로 한 식물성 우유 등 다양한 우유 대체품이 나오고 있다.

국내 대체육 소재 기업 HN노바텍이 개발한 해조류 기반 우유 대체 음료. 출처=HN노바텍
국내 대체육 소재 기업 HN노바텍이 개발한 해조류 기반 우유 대체 음료. 출처=HN노바텍

대체 식품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유당불내증 사례처럼 체질이나 건강상 문제로 특정 식품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그중 하나다. 글루텐프리(Gluten-Free) 식품도 원래는 ‘셀리악병’이라는 희귀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됐다. 셀리악병은 밀가루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에 과민 반응해 장내 염증이 일어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환경·윤리 이유로 대체 식품 찾는 소비자 늘어

최근에는 질병이나 알러지 문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대체 식품의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처럼 환경이나 윤리적 문제로 주목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채식이 건강하다는 믿음의 연장선에서 대체육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동물복지 문제나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대체육을 찾는 소비자가 더 많다. 신세계푸드가 올해 1월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2030세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체육을 소비해야 하는 이유’로 환경 보존(71.4%)과 동물복지(53%)를 건강한 식습관(43.5%)보다 더 많이 꼽았다.

대체육에 이어 대체 생선이 등장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대체 생선은 남획으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나 중금속 오염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세계적 식품회사 네슬레는 이미 지난 2020년 식물성 참치인 ‘부나(Vuna)’를 출시한 바 있다. 미국 최대 육가공 업체 타이슨 푸드는 식물성 새우를 선보인 스타트업 뉴웨이브 푸드에 1800만 달러(약 259억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아직 시판되는 제품은 없지만, 대체육 소재 전문 기업 HN노바텍이 대체 고등어 제품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네슬레의 식물성 참치 '부나(Vuna)'. 출처=네슬레
네슬레의 식물성 참치 '부나(Vuna)'. 출처=네슬레

경기침체로 대체 식품 시장도 타격 불가피하지만…”미래 식량 위기 대응에 꼭 필요”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식물성 대체 식품 시장이 2021년 기준 356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에서 2025년 778억 달러(약 112조 원), 2030년에는 1619억 달러(약 233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는 지나친 장미빛 전망일 수도 있다. 세계적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만큼, 대체 식품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해질수록 대체 식품 소비의 한 축을 차지하던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체육 수요 감소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지난 15일 대체육 수요가 감소했다며 연간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전체 인원의 19%를 정리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체 식품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은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로 인해 현재의 축산업과 어업만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배양육, 식물성 대체육, 식용곤충 등 대체 단백질 식품에 기업과 국가들이 뛰어드는 건 단순히 사업성이나 시장의 문제를 넘어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식량안보 문제에도 대체 식품이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미국 대체육 기업들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육류 공급망이 붕괴된 영향이 있다. 코로나19로 육류 가공업체들이 문을 닫자 대체육 소비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원래 식품의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 식품이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하면서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김양희 HN노바텍 대표는 “대체 식품이라고 하면 흔히 채식주의자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곤 하는데, 미래 식량 위기에 대응하고 식량안보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기술이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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