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자동차 램프의 진화, 빛으로 말하는 자동차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는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헛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전 서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어두운 밤길의 수호자, 빛

인간은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이나 사물을 확인하며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안전을 확보합니다. 낯선 장소에서는 이정표를 확인하고, 주변 건물의 특징을 살피며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죠. 그런데 빛 한 줌 없는 어느 늦은 밤, 앞은 잘 보이지도 않고 주변에 가로등은 물론 인적도 드문 외진 길을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길을 걷다 옆에서 부스럭 소리만 나도 엄청난 공포감에 사로잡힐 것 같은데요. 이럴 때 작은 랜턴 하나만 있더라도 마음의 큰 위안이 됩니다. 이렇듯 칠흑 같은 어둠 속의 빛은 마치 항구의 등대와 같이, 우리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수호자 역할을 합니다.

빛은 소통/통신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군사 작전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 사례가 있는데요. 지난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켈로부대는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국제연합군의 함대를 인천으로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인천 앞바다에 위치한 팔미도에 선제적으로 침투했습니다.

치열한 전투 끝에 팔미도 등대를 점령한 뒤, 불을 밝혀 본 함대에게 인천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내며 작전수행 성공에 일조하기도 했죠. 이처럼 빛은 안전, 시야확보, 통신 등 우리 삶에서 다양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빛이 없다면 얼마나 불편할지 상상도 하기도 어렵네요.

맞습니다. 빛은 너무나 많은 곳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중요함을 항상 인지하기는 어렵죠. 요즘은 전기 공급 부족으로 정전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빛은 자동차 분야에서도 가장 중요한 필수 부품입니다. 어두운 길에서는 시야확보를 위해 사용되기도 하고, 빛이 거의 없는 경우 상향등을 켜 전방의 이정표, 또는 미확인 물체를 확인하기도 하죠.

낮이라 밝은 경우에도 안개가 자욱한 날이라면, 자동차 헤드램프 아래에 위치한 안개등을 활용하여 가까이에 있는 차량 또는 보행자에 주의하면서 운전하기도 합니다. 또한 후미등은 뒤에 따라오는 차량에게 내 차가 멈추거나 후진한다는 신호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앞뒤 차량 간 효과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도 활용됩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1800년대 말 가로등 불빛을 자동차 보닛 위에 탑재하여 다녔으며, 1908년부터는 광산에서 활용되던 카바이트등을 자동차의 전조등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후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필라멘트 전조등 시스템, 제논 전조등 시스템, LED 전조등 시스템, LED 매트릭스 시스템 등 다양한 자동차 라이트 기술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차세대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라이트의 경우 내비게이션과 연동되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 뒤 날씨, 도로상태, 주행경로 등을 미리 예측하여 자동차 램프의 조명 방향을 조절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합니다.

자동차 전조등으로 카바이트등을 사용하는 모습. 출처:OSRAM
자동차 전조등으로 카바이트등을 사용하는 모습. 출처:OSRAM

이렇게 자동차 램프가 발전하고 안전한 주행에 일조하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자동차 램프 시장의 규모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램프시장 규모는 2020년 321억 1,000만 달러(한화 약 44조 1,673억 원)으로 평가됐으며, 2030년까지 6.3%의 연평균성장률로 성장하여 2030년에는 585억 9,000만 달러(한화 약 80조 5,905억 원)에 달하리라 전망했습니다.

자동차에 활용되는 램프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 것 같습니다. 혹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자동차 램프 기술이 있나요?

맞습니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램프의 종류는 차량 전면에 탑재되는 헤드램프, 안개등, 방향지시등, 차량 후면에 탑재되는 미등, 방향지시등, 후진등, 정지등, 리어 안개등, 번호판등 등 그 종류만 열개 이상입니다. 여기에 룸램프 등 실내 램프까지 포함한다면, 상당히 많은 종류의 램프가 자동차에 적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현대화된 자동차 램프 기술을 알아보죠. LED 매트릭스 램프 및 레이저 전조등은 자동차 분야에서 가장 최신의 램프 기술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주행 중 수집된 다양한 정보와 카메라 및 각종 센서를 기반으로, 마주오는 자동차와 보행자를 인식하여 조명의 밝기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다른 차량과 공유하여 차량 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단계라고 합니다.

아울러 현재 글로벌 완성차 제조기업의 경우 차세대 램프로 ‘OLED 전조등 시스템’ 기술에 주목하며 관련 기술 확보 및 상용화를 위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자동차 첨단 램프를 주행도로 위에 시각화하여 보행자, 또는 주변 차량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 있는데요. 바로 다이나믹 프로젝션 램프와 자동차 램프 기술을 접목한 것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다이나믹 프로젝션 램프 기술은 조금 생소한데요. 다이나믹 프로젝션 램프 기술은 어떤 기술이며, 또 어떻게 자동차 램프에 적용되나요?

혹시 밤 중에 어두운 골목을 지나가다가 선명한 그림으로 바닥에 씌여진 ‘담배꽁초 무단투기 금지’, ‘여성 안심 귀갓길’ 같은 문구를 본 적이 있나요? 이러한 기술을 로고젝션 기술이라고 하는데요. 로고(Logo)와 프로젝터(Projector)의 합성어로, 바닥 및 벽면에 특정 로고 또는 문구를 투영하는 기술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하나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정적 프로젝션 기술이 접목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는데요. 다이나믹 프로젝션 램프 기술은 다양한 이미지가 활용되어 상황에 따라 움직이거나 변화하는 이미지가 투영되는 기술입니다.

출처: 삼척시청 공식 블로그
출처: 삼척시청 공식 블로그

이 기술이 차량 램프와 접목되면, 보행자 및 주변차량과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자동차에 접목된 다이나믹 프로젝션 램프 기술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데요. 우선 요즘 출시된 차량은 문을 열었을 때 문 아래에 자동차 브랜드의 로고 또는 문구를 보여주는 웰컴 라이트 같은 외부 장식 조명의 기능을 제공하기도 하죠.

또 좌회전할 때면 차량 왼편으로 ‘좌회전’을 의미하는 이미지를 바닥에 투영할 수 있고, 후진 시 차량 진행 방향을 후면 바닥에 투영하여 운전자의 주차 편의를 높이거나 보행자와의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기존의 다이나믹 프로젝션 램프는 차량 실내 또는 실외 장식을 주 목적으로 고급화 이미지를 위해 사용되었으나, 최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처럼 운전 시의 안전성 확보 등 적용범위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확실히 도로 위에 이미지가 투영된다면, 땅을 보고 걷는 보행자나 주변 차량들이 내 차의 주행을 인지하고 주의할 수 있어 사고 예방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런 기술을 상용화하려 노력하는 대표적 기업은 어디인가요?

자동차에 접목되는 다이나믹 프로젝션 기술은 단순하게 이미지를 바닥에 투영하는 건 아닙니다. 기울어진 도로, 또는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도 선명하게 이미지가 투영돼야 하고, 이동과 동시에 램프가 유연하게 변형돼야 하기에 고도화된 기술이 함께 접목돼야 합니다.

이를 좀더 효과적이고 차별된 기능을 구현하려 노력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텍사스 인스투르먼트(Texas Instruments, 이하 TI)'입니다. TI는 1930년 설립되어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데요. 주로 휴대전화용 칩, 디지털 신호처리기(DSP)를 비롯해 다양한 전자제품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TI는 다이나믹 그라운드 프로젝션(Dynamic Ground Projection)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이 기술은 전기자동차의 전기 잔량, 타이어 공기압 경고, 교통정보 반영 경고, 방향지시, 코너 조명, 후진 조명, 맞춤 조명 등 다양한 기능이 적용되는데요. 운전자의 의도를 주변에 직관적으로 알릴 수 있는 유동적인 이미지를 바닥에 투영하기 때문에, 보행자 및 주변 차량과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TI의 다이나믹 그라운드 프로젝션 기술에는 DLP(Digital Light Processing)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합니다. DLP 기술은 830만 개의 마이크로 미러를 활용하여 전자신호에 따라 입사광을 리다이렉트하여 바닥에 이미지를 투영하는 것인데요. 후속 이미지 처리, 메모리, 광원 및 프로젝션 광학장치가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시스템과 움직이는 이미지를 쉽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DLP 기술 / 출처: TI
DLP 기술 / 출처: TI

이를 접목한 그라운드 프로젝션 기술은 작은 외관 램프, 자동차 라이트 카펫, 운전자 및 보행자 대상 경고 램프, 자동차 진입 예정 경로 투영, 길안내 등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차량에 다가서면 고객의 설정에 따라 사이드미러 쪽 웰컴 이미지가 바닥에 투영되며, 한 번에 하나의 기능이 아닌 다양한 기능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문구를 지정해놓고 스쿨존, 건널목 등 특수한 상황 및 환경에서, ‘건너도 안전합니다’, ‘좌회전 대기중 입니다’ 등의 메시지를 도로면에 투영할 수 있어, 보행자와 직접적인 소통도 가능하겠습니다.

아울러 좌회전 신호대기 시 유턴할 경우 운전자의 의사를 주변 차량에 전달할 수 있고, 나아가 경찰차, 소방차 등 특수 목적 차량에 접목될 경우 차량의 진행방향을 주변차량에 미리 전달하여 빠른 회피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공 영역에서도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이나믹 그라운드 프로젝션 사용 이미지, 출처: TI
다이나믹 그라운드 프로젝션 사용 이미지, 출처: TI

다이나믹 프로젝션 기술이 차량에 접목되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도로 환경이 조성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차량용 다이나믹 프로젝션 기술 발전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모비스'도 차세대 램프 시장 선점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시장이 확대되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지능형 램프 시장이 성장할 것을 예측하고 관련 사업 확장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램프 부문에서만 1조 원 이상의 글로벌 수주를 달성했고, 이 중 1/3을 고부가가치 램프 제품이 차지했다고 하는데요. 노면정보 표시가 가능한 HD 헤드램프 시스템 및 디지털 램프 개발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0년 CES2020 전시회를 통해, 자사의 콘셉트카 ‘엠비전(M.Vision)’을 공개했는데요. 특히 엠비전에 탑재된 헤드라이트는 40만 개 이상의 미세한 거울로 구성됐으며, 여러가지 기호를 활용하여 운전자의 의사를 바닥에 투영할 수 있어 보행자 및 주변 차량과의 소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도로 위에 방향을 표시하거나 위급 상황을 알리는 아이콘, 글씨 등을 비춰서 보행자와 소통하는 것이죠.

이처럼 현대모비스는 지속적인 자동차 산업 발전의 가속화에 발맞춰, 차세대 램프 개발에 힘을 싣고 더욱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수주확대를 꾀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습니다.

현대모비스의 해외수주 실적 현황. 출처: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해외수주 실적 현황. 출처: 현대모비스

자동차 라이트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한결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겠네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나 아파트 단지 내에서 느리게 주행하다가도 보행자와 마주치면 자동차가 멈추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직도 운전자와 보행자간 서로 눈치를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간혹 어린 아이들이 빠르게 판단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가만히 서있는 경우도 있고, 상호 소통이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서로 먼저 가려다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는 주차장에서 빈자리를 찾을 때 출차 차량 옆에 서서 비상등을 켜고 대기하거나, 주행 중 급정거를 할 때 비상등을 켜는 것과 같이 자동차 램프를 사용하지만 확실한 의사전달에는 왠지 부족한 부분이 존재하죠. 앞에 주행하던 차가 차선을 이탈할 경우 혹은 위험할 때 자동차 경적을 울리거나 상향등을 켜기도 하는데, 자칫 서로 감정 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도로 위에서는 변칙적인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좀더 확실하고 명확한 소통 수단이 필요한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만약 앞으로 다이나믹 이미지 프로젝션 기술을 통해 차량 주변의 보행자, 또는 차들에게 나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인 도로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의 체계적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고, 몇 년 전부터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 연구하고 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를 개최한 이후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전문 정보 사이트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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