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본부장 “스마트·치유 농업, 그린 바이오 스타트업 선도”
[IT동아 차주경 기자] 세계 각국의 정부가 선진 농업 기술의 연구 개발과 발전에 힘을 쏟는다. 지구의 기후 이상이 농작물 재배 면적과 농산물 생산량을 꾸준히 줄이면서 식량 자원은 자연스레 무기가 됐다. 이를 두고 일어나는 무역 분쟁과 갈등의 규모도 해마다 커진다.
농업의 자원을 활용해 사회·경제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치유 농업, 농업과 생명공학을 융합해 지구 환경을 정화하고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는 그린 바이오도 세계 각국 정부가 앞다퉈 연구한다. 이들 기술은 선택이 아닌, 인류의 생존을 이끌 것으로 주목 받는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 농업 선진국은 기관을 세워 디지털·스마트 농업과 기업을 지원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2022년 3월 1일 이름을 ‘한국농업기술진흥원(KOAT)’로 바꿨다. 기후 위기 대응, 디지털·스마트 농업 기술 연구 개발과 농업 기업 지원 등 농산업 진흥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물론, 선진 농업 기술의 사업화와 기업으로의 이전, 새 품종의 종자 개발과 보급, 종자 분석 등 기존의 사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한국’의 ‘농업 기술’을 ‘진흥하는 곳’, 나아가 ‘우리나라 농업 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진흥하는 데 앞장선다’는 각오를 담은 새 사명이다.
디지털·스마트 농업 기술 연구 개발, 농업 기업 육성과 지원을 주도하는 강신호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 사업으로 한 해 동안 거둔 뚜렷한 성과를 소개하며,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할 각오를 내비쳤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우리나라 주요 도시에 농식품 벤처창업센터를 설치, 운영합니다. 첫 센터인 전남 여수를 시작으로 부산과 대구, 세종과 강원, 경기와 서울 남부와 북부 등 지금은 여덟 곳을 운영 중입니다. 주요 도시에 있는 농업 기업과의 접근성을 높이고 창업과 성장을 밀착 지원하는 역할을 해요.
창업 자금 지원부터 기업 운영 컨설팅, 투자 연계와 데모 데이 등 여러 지원 정책을 펼칩니다. 벤처 인증과 국가 사업 연계 지원 등 소규모 기업이 하기 어려운 일도 돕고요.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과 함께 온오프라인 유통가로의 입점을 지원하고 판로도 확보하도록 돕습니다. 국내외 박람회 참가 지원과 홍보도 지원 정책 중 하나입니다.
그 결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뚜렷한 성과들을 거뒀어요. 농업 기업들의 총 매출을 3,035억 원에서 4,519억 원으로 50% 가까이 높였습니다. 자연스레 고용 인력 수도 28%나 늘었고요. 농업 스타트업들의 기업 발표(IR)를 도와 1,184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 이들이 한 단계 높이 도약하도록 이끈 성과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 뿌듯해요.
성과를 거둔 비결이라면,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지원을 길게 호흡하며 추진하는 점을 들어야겠네요. 기업의 지원 정책을 단기간만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최대 5년간 지원합니다. 지원 정책도 자금 지원과 기업 컨설팅 등 기본은 물론 선진 농업 기술 이전과 네트워킹, 다양한 시상과 공모 등 다양하게 마련했어요.
젊은 구성원들이 선진 농업 발전을 이끈다는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농업 기업과 상생하려 열심히 발로 뛰는 것도 성과의 비결 중 하나에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내부의 조직 문화에도 긍정 분위기가 퍼졌습니다.”
기존 기업 지원 프로그램과는 성격과 개성이 사뭇 다른, 한국농업기술진흥원만 가능한 지원 정책도 여럿 있다. 예비 창업자와 창업자 모두를 지원하는 농식품 벤처 육성 지원 사업이 대표다. 매년 350여 곳의 예비 창업자 혹은 창업자가 이 사업의 도움을 받아 꿈을 현실로 이룬다.
농식품 창업 교육과 기술 평가 지원 사업, 기술창업자금 지원 사업, 농식품 R&D 경제성 평가 등 여러 지원 정책이 지금까지 숱한 농업 기업을 살 찌웠다. 최근 시작한 농업 전문 투자 전문가 육성, 스마트 농업과 그린 바이오 기업의 육성 지원도 돋보인다.
“농업 기업과 함께 숨 쉬고 땀 흘리면서,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강화한 것이 ‘농업, 농식품 전문 액셀러레이터 육성 사업’이에요. 어떤 부문이든 전문 지식을 가진 액셀러레이터가 있어야 투자의 흐름이 활발해집니다. 농업과 농식품 부문에는 투자 전문가가 많지 않아,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어요.
2021년 투자사 두 곳과 함께 농업, 농식품 전문 액셀러레이터를 육성했는데, 이들이 약 100억 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했어요. 그래서 올해에는 규모를 더욱 키워 투자사 네 곳을 선정하고 농업 스타트업을 10개씩, 총 40곳을 매칭했습니다. 최대 3년 동안 육성한 이들 농업, 농식품 전문 액셀러레이터들은 농업 기업에 새로운 자금과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새로 출범한 정부의 기조에 발 맞춰, 농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인 ‘기업형 벤처 캐피털(CVC, Corporate Venturi Capital)’과의 협력도 강화할 거에요. 오픈 이노베이션을 원하는 대기업에게 유망한, 능력과 가능성을 갖춘 농업 법인이나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서로 상승 효과를 내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대기업과 농업 기업이 상생하며 동반 성장하도록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적극 중재할 것입니다.
‘스마트 농업’과 ‘그린 바이오’도 집중 육성할 계획입니다. 날씨와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농업을 하도록 돕는 스마트 농업과 그 주축인 스마트팜의 지원 사업을 꾸준히 펼 계획입니다. 지능형 첨단 농업 로봇과 빅데이터 플랫폼 등 정보통신기술과 농업의 융합도 그렇고요.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산업), 곤충을 포함한 대체 식품, 동물용 의약품과 종자 산업, 생명 소재 등 그린 바이오 특화 기업을 키울 그린 바이오 벤처 캠퍼스도 전북 익산에 조성 중입니다. 이 곳의 농업 기반 시설과 연계해 유망한 그린 바이오 기술과 기업을 키우고, 이 사업을 전국 단위로 넓힐 예정이에요. 스마트 농업과 그린 바이오, 첨단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매년 370곳 발굴해 지원할 것입니다.”
그는 한국농업기술원이 그 동안 많은 성과를 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우리나라의 실력 있는 농업 기업과 스타트업이 해외를 누비며 성과를 내도록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점이다. 그는 이 아쉬움을 2023년 풀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농업 스타트업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들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다양하고 규모도 큰 지원을 하고 싶었어요. 해외 진출 지원에서 그치지 않고 현지에 안착해 꾸준한 매출을 올리도록, 그 나라 농업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도록 도울 정책을 펴고 싶었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수 차례 고민하고 개선 방법을 궁리한 끝에 농식품 창업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새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업력은 짧지만,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고 현지 기업과 기관의 투자를 받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해외 시장에 안착할 때 가장 좋은 것이 현지의 투자금 유치와 파트너 확보에요. 다른 해외 진출 지원 기관의 성공 사례와 실행 전략을 배워서 내실 있는 지원 정책을 선보이겠습니다.”
꾸준히 줄어들 뿐, 좀처럼 늘지 않는 청년층. 기술과 경험을 가진 농부들의 고령화와 자연스레 이어지는 기술의 단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농산업계가 마주친 문제다. 강신호 본부장은 선진 농업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농업 기업을 지원하면 자연스레 이들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한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은 젊은이가 부모님의 농업을 이어받아, 스마트 농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사례가 있습니다. 원래는 농산업에서 일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스마트 농업 기술의 가능성을 느끼고 생각을 바꾼 것이지요. 이처럼 선진 농업 기술을 전파하고 농업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도우면, 농산업계에 다양한 긍정 효과가 생깁니다.
농산업의 고령화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하게 풀기는 어려워요. 시기를 늦추면서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이끌 치유 농업,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이끌 스마트 농업, 고부가가치 농업의 첨단인 그린 바이오 기술 등이 그 방법입니다.
선진 농업 기술은 젊은이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 가능성을, 고령화 농가에게 지속 가능한 수익을 각각 가져다 줍니다. 농산업으로의 진입 장벽을 낮춰 참여자를 늘리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 이것이 농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꾸준히 시도하려 합니다.”
강신호 본부장은 지금까지 착실히 이뤄 온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기술과 지원 정책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략이 우직하게, 확실하게 우리나라를 농업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미국은 넓은 땅과 풍부한 자원을, 이스라엘은 차별화된 농업 기술을 앞세워 각각 농업 선진국 대열에 섰습니다. 땅의 면적이 좁고 자원도 풍부하지 않은 우리나라가 이 대열에 서려면 선진 농업 기술의 연구 개발, 좋은 농업 기업의 육성이 필수입니다. 기술과 스타트업 창업을 연계, 융합해 우리나라가 농업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도록 앞장서겠습니다.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임무입니다. 기후 변화 대응, 치유 농업 등 세계 농업의 흐름을 주도할 기술을 기업에 이전할 것입니다. 농업 기업도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1조 3,500억 원을 넘는 기업)으로 성장 가능하다는 점을, 우리나라의 농업 스타트업이 세계 농업 시장의 미래를 선도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