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화/진화하는 미술시장, 미술품 가치평가의 역할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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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초, 서울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 장터가 선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 '키아프’(Kiaf)'와 국제적 명성의 영국 아트페어 '프리즈’(Frieze)가 서울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된다. 이를 통해 서울이 아시아 미술품 유통의 허브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프리즈는 이른바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이고, 아시아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메가 갤러리들과 손잡고, 21개국 73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키아프는 17개국 164개 갤러리, 키아프플러스에는 11개국 73개 갤러리가 참가하며, 한국 미술 시장 규모는 최초로 1조 원을 넘길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국내 미술 시장은 세계 미술 시장의 외형 확장과 함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표한 '2021 한국 미술시장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총 거래규모는 2021년(3,291억 원) 대비 2022년 역대 최대인 총 9,223억 원으로 추정해, 1년 만에 3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한국 경매시장은 2021년 처음으로 글로벌 아트마켓 TOP 10에 진입, 6위를 차지(Artprice, 'The Art Market Report 2021')하며 아시아 신흥 시장으로서 글로벌 아트마켓 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 이에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이 국내에 잇따라 개관하거나 개관 예정에 있는 등 국내 미술시장의 위상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러한 미술품 시장 활성화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MZ세대는 그들이 좋아하는 품목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경험하려는 소비 문화를 선보이며 대체투자에 지갑을 연다. 그 중에서도 미술품은 기존 자산가들의 투자 대상으로 선망 받아왔으나, 최소 1천 원부터 구매할 수 있는 조각투자 플랫폼이 등장하며 대중들에게 미술품 투자의 문을 활짝 열었다.
미술품은 실물을 기반으로, 상속 및 증여, 절세 등 다양한 세제 혜택과 감가상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점에서 기존 투자 대상과 차별된다. 이에 따라 미술품에 대한 투자적 관점이 부쩍 늘어나며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해, 자산을 어떻게 운용할 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일례로 앞으로 시행될 국내 미술품 물납제의 경우에도, 상속세의 일부를 대신하는 보충적인 제도로서 시작되긴 하지만, 미술품을 자산군으로 바라보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술품의 가치는 그동안 어떻게 측정됐는가
그렇다면 미술품이 자산으로서 어떻게 그 가치가 측정되는지, 투자 대상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리스크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여기서 말하는 미술품의 가치는 미술품의 시장 가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술품의 가격 형성을 이해하려면 우선 전통적인 미술품 유통시장에 대해 알아야 한다.
미술품 유통시장은 작가의 작품이 세상에 나와 처음 거래되는 1차시장(주로 갤러리를 통해 거래)과 리세일이 이루어지는 2차시장(주로 경매, 갤러리, 딜러를 통해 거래)으로 구분된다. 1차시장 내 매매는 작가와 갤러리의 판단에 의해 가격을 결정하고 판매 시 정해진 가격을 제시한다. 2차시장은 조금 더 복잡한 구조를 띈다. 미술품의 가치가 다양한 요소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데, 특히 거래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경매기관의 경우, 해당 작품에 대한 이전 판매 가격과 비교 가능한 유사 작품의 거래기록 및 시장가, 위탁자의 희망 판매가 등을 감안해, 추정 가격으로 제시되고 경매 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한다.
미술품의 객관적 '가치평가'는 어떻게 하는가
미술품을 자산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기존 유통시장에서 미술품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가치평가 영역이 존재한다. 바로 상속이나 증여, 세금, 보험, 자산평가, 담보대출 등의 특정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가치평가를 말한다.
가치평가는 누군가 특정 목적을 위해 가치평가를 의뢰하면, 전문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평가 목적에 맞게 해당 작품의 공정한 시장 가격을 산출, 제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해당 작품의 가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수반되며, 전문적 지식과 방법론을 통해 가치 평가가 이루어진다. 미술품의 가치평가는 미술품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고 가액으로 산출해 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가장 먼저 작품의 진위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수 조건이며, 이후 시장에서의 경제적 가치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미술품 가치평가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미술품의 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비넌스(Provenance)', '작품의 보존상태', 아티스트 그리고 미술시장에서의 '거래기록 분석(수요도, 유동성, 희소성)' 등이다.
프로비넌스: 작품이 소장된 이력을 프로비넌스라 한다. 작품의 출처로 인해 실제로 작품의 가치를 높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평가와 관련하여 소장이력은 매우 깊은 연관이 있다. 주요 미술관이나 권위있는 컬렉터가 소장한 작품이라면 예술성을 보증받은 셈이며, 따라서 이러한 출처의 명성과 평판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작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작품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작품의 출처가 명확한 경우 역사적인 증명이 가능해지므로, 작품의 진위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티스트: 미술시장에서 미술품의 가치는 작품을 만든 아티스트의 명성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아티스트의 이력과 전시경력, 소속 갤러리, 어느 기관이나 컬렉터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지 등에 따라 아티스트의 영향력이나 성장성을 판단할 수 있다. 피카소 작품의 높은 가치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품의 보존상태: 작품마다 '컨디션 리포트'라는 작품의 상태 보고서가 존재한다. 이 보고서는 작품 보존 상태에 대한 검사 결과를 항목화한 문서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에 의해 발행된다. 작품의 보존상태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영향을 받는다. 이에 작품의 영구 보존을 위해 작품 관리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미술시장에서의 거래기록 분석: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시장의 수요는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되는 미술시장의 트렌드로 인해 작품의 스타일, 주제, 매체 등이 작품에 대한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사한 작품 거래기록 비교를 통해 해당 아티스트의 작품에 대한 수요를 유추할 수 있는데, 현 시점의 가치를 판단하는데 있어 최근에 이루어진 유사작품의 거래기록 분석은 필수이다.
고가의 미술품은 준비된 구매자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판매가 즉각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이에 유동성에 대한 위험이 존재하지만, 유동성이 작품의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유동성의 직접 원인 분석이 가능하다면, 작품의 가치 상승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품 공급이 없어서 유동성이 낮을 경우 희소성을 띄게되므로 작품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수요도가 낮아져서 작품의 거래가 이루어 지지 않는 경우라면 작품 가치의 하락으로 예측할 수 있다.
미술품의 가치평가에는 미술품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내 미술시장이 변곡점을 맞이하는 지금, 미술품 투자를 생각한다면 기본적으로 미술품에 대한 특성과 미술시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전문적인 가치분석 리포트를 제공하는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해 쉽게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 / 테사에셋 Research & Acquisition팀 박정은 팀장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