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하나에 번호 2개 쓰는 사람, 9월부터 늘어날까?
- 하나의 단말기에 유심 2개 꽂는 ‘듀얼심’ 기능, 유용하지만 국내에선 이용 쉽지 않아
- 9월 1일부터 e심 본격 상용화로 ‘1폰 2번호’ 이용자 증가 예상
[IT동아 김영우 기자] 직장인이나 전문가가 2개 이상의 휴대전화를 동시에 이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전화번호 1개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일이 많은 경우, 혹은 업무용과 개인용 전화 회선을 분리해서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가 아닌 해외에선 휴대전화 2대가 아닌 1대로 2대의 2개의 전화번호를 이용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듀얼심(Dual SIM)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듀얼심이란 1대의 단말기에 2개의 유심(USIM)을 꽂아 쓸 수 있는 기능이다.
유심은 이동통신 가입자의 식별정보가 담긴 작은 칩으로, 전화번호 정보 역시 여기에 담겨있다. 따라서 2개의 유심을 하나의 휴대전화에 꽂을 경우, 해당 단말기 역시 2개의 전화번호를 가지게 된다. 각 전화번호의 수신과 발신도 물론 하나의 이동전화에서 할 수 있다.
각 유심은 각기 다른 이동통신사의 것을 이용해도 상관없다. 그래서 듀얼심 기능은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 선호도가 높다. A지역과 B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이동통신사가 각기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양쪽 이동통신사의 유심을 동시에 꽂아 이용한다면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해외 여행을 할 때도 듀얼심 기능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국내 유심과 해외 유심을 동시에 꽂아서 전화는 국내 유심(로밍)으로, 데이터만 현지 유심으로 이용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국내에서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를 받을 수 있으면서 해외 데이터 이용 역시 저렴하게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음성통화는 대형 통신사의 저가 요금제에 가입된 유심으로, 데이터는 알뜰폰의 데이터 전용 요금제에 가입된 유심으로 이용하도록 설정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면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하지 않고도 데이터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선 듀얼심 기능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국내에 이런 제품이 그다지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폰도 해외 출시 버전에서는 듀얼심 기능을 지원하지만, 국내 출시 버전에서는 듀얼심 기능이 제외되곤 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물론, 이동통신사들 역시 듀얼심 기능에 관심이 없었다. 자사의 수익과 무관한데다, 이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샤오미 등의 일부 브랜드에서 듀얼심 지원 스마트폰을 국내에 출시한 바 있지만, 삼성전자나 애플 제품에 비해 이용자수가 적어 듀얼심 기능 역시 그다지 알려지지 못했다.
단말기 자체적으로 유심 기능을 품고 있어 물리적인 유심 없이도 개통이 가능한 e심(Embedded SIM, eSIM) 기능마저도 국내에선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2018년 국내에도 출시된 애플 아이폰 XR/XS 시리즈가 e심을 내장하고 있었으나, 이동통신 3사에선 이 기능을 활용하지 않고 일반 유심을 꽂아 이용하는 방법으로만 개통을 지원했다. 일부 알뜰폰 업체에서 eSIM 개통을 지원하긴 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았다. 반면, 해외에선 e심과 추가 유심을 동시에 활용해 듀얼심 기능을 이용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조만간 국내에서도 eSIM+일반 유심 형태의 듀얼심 기능 이용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작년 12월 발표한 ‘스마트폰 e심 도입방안’을 통해 오는 9월 1일부터 국내에서도 e심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국내에 이미 출시된 e심 내장 스마트폰(아이폰 XR/XS 이후 시리즈 등)에서 e심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오는 8월에 출시할 갤럭시 Z 폴드4 및 갤럭시 Z 플립4 등의 최신 제품의 국내 모델에도 e심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