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75mm가 주는 오묘한 공간감, 삼양옵틱스 AF 75mm F1.8 FE
[IT동아 남시현 기자] 전설적인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는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은 건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는 말을 남겼다. 단순히 피사체에 더 가까이 다가가라는 의미도 있지만, 기술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사진을 가까이서 찍을수록 피사체는 더 크게 담기고, 주변 배경과 피사체가 원활하게 분리되면서 담으려는 메시지도 명확해진다. 하지만 그가 활용했던 35mm 혹은 50mm로 그가 촬영한 사진처럼 피사체를 크게 담으려면 생각보다 매우 가까워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물론 그는 팬포커스로 캔디드 촬영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촬영할 수 있었지만, 전장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고 역사 속에서 그가 그러할 수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초점을 바꿔서 취미 사진가 입장이라면, 망원 초입인 50mm로도 사람을 대상으로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모델처럼 정적인 경우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을 피사체로 촬영할 때에는 피사체가 사진사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러움을 해치지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망원으로 초점거리를 늘려 피사체와의 거리를 확보하고, 조작이 간편한 렌즈를 찾게 된다. 대표적으로 85mm f/1.4 렌즈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삼양옵틱스의 AF 75mm F1.8 FE 렌즈도 주목할만하다. 크기가 작고 경제적이면서, 50mm보다 유리한 촬영 조건을 제공하는 이 렌즈를 직접 살펴봤다.
50mm처럼 작고 85mm처럼 효과적, 삼양 AF 75mm F1.8 FE
삼양 AF 75mm F1.8 FE는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용 FE 마운트 렌즈로, F1.8의 밝은 조리개에 230g의 우수한 기동성을 겸비한 망원 단초점 렌즈다. 구성은 3장의 저분산 렌즈(ED)와 2장의 고굴절 렌즈를 포함한 9군 10매 구성이며, 삼양옵틱스의 독자적인 울트라 멀티 코팅(UMC)이 적용돼있다. MTF 차트 상 최대 개방에서 주변부 해상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F8에서는 단초점 렌즈답게 높은 해상력을 제공한다.
렌즈 디자인은 삼양 특유의 빨간 링과 은색 링이 둘러져있으며, 외관은 유광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처리돼있다. 크기는 길이 69mm에 최대 지름 65mm로 아담한 편이며, 무게도 230g, 후드를 포함해도 250g으로 매우 가볍다. 필터는 58mm를 활용해 가격 부담이 적다. 삼양 AF 75mm F1.8 FE의 특징은 바로 측면에 있는 모드 1과 2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커스텀 스위치다. 측면 스위치는 기본 상태에서 모드 1이 초점 조절 기능, 모드 2가 조리개 조절 기능으로 할당돼있다. 이를 활용해 초점링을 조리개링 처럼 활용할 수 있어서 사진은 물론 영상 촬영시에도 편하게 쓸 수 있다.
FE 마운트 유일의 75mm AF렌즈, 그 오묘한 공간감
삼양 AF 75mm F1.8 FE는 자동 초점을 지원하는 FE마운트 렌즈중에서는 유일한 75mm다. 사실 75mm 단렌즈는 소니는 물론 캐논 EF와 니콘 니코르 렌즈를 통틀어서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는 레인지 파인더용 M 마운트에서 50mm로는 애매한 거리의 피사체를 촬영하는데 쓰이는 렌즈기 때문이다. 그나마 M 마운트 중에서도 75mm는 비주류에 속한다. 따라서 용도 자체는 50mm보다 조금 더 망원 효과가 필요한 조건 혹은 85mm 인물 렌즈보다 가볍고 쉽게 활용하는 용도로 보면 된다.
직접 렌즈를 활용해 해상력이나 빛망울, 공간감 등을 체감할 수 있는 여러 결과물을 촬영했다. 촬영은 소니 a7m2와 a7m3를 각각 활용했다. 우선 해상력을 볼 수 있는 결과물부터 살펴보자. 원거리 풍경을 f/1.8로 촬영해 확대한 결과 중앙 부분에서는 눈에 띄는 해상력 저하가 없었다. 물론 주변부로 갈수록 해상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기동력과 밝은 조리개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다. 색수차가 잘 드러나는 조건은 아니지만 단초점 렌즈인 만큼 번들 렌즈처럼 색상이 벌어지거나 나뉘진 않고 잘 잡히는 편이다.
삼양 AF 75mm F1.8 FE의 최단 촬영 거리는 69cm로, 식탁에 앉아서 음식 사진을 찍고 싶다면 일어나서 다소 거리를 띄워야 하는 수준이다. 대신 망원 효과가 있다 보니 피사체 자체를 주목해서 담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다. 특히 근거리에서 피사체를 중앙에 두고 찍으면 결과물이 상당히 좋다. 중앙부 해상력은 무난한 편이라서 피사체가 잘 표현되고, 다소 떨어지는 주변부 해상력은 얕은 피사계 심도를 통해 배경 흐림 처리가 되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는다. 똑같은 피사체를 같은 조건에서 찍을 때 50mm f/1.8 렌즈보다 배경 흐림이 더 잘 처리되는 것도 장점이다.
9매의 원형 조리개를 통해 드러나는 깔끔한 빛망울 처리도 인상적이다. 사진에 드러나는 빛망울은 조리개가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많고,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가 멀수록, 그리고 초점 거리가 망원으로 갈수록 잘 드러난다. 75mm의 준망원과 f/1.8의 조리개 덕분에 빛망울은 깔끔하게 잘 드러나는 편이고, 결과물 내부도 투명하게 잘 나타난다. 렌즈의 표면에 고르지 못해 빛망울 내부에 동심원이 생기는 현상도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빛망울, 보케(Bokeh) 처리가 중요한 인물 촬영에서의 이점은 물론, 배경 흐림을 좋아하는 초심자에게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특유의 공간감도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다. 75mm 렌즈 자체가 독특한 초점거리다 보니 단초점 렌즈를 많이 만져본 사진가라도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을 정도다. 주변부 광량 저하(비네팅)와 75mm 초점거리는 50mm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 그러면서도 본격적인 망원 효과는 아닌 공간감을 부여한다. 또한 표현 가능한 범위도 조금 달라서 50mm를 활용할 때보다는 멀리서 촬영해도 좋다. 다르게 말하자면 애매한 느낌이고, 좋게 말하자면 오묘한 느낌이다. 단점이라기보다는 특유의 개성이라고 볼 수 있다.
독특함을 추구하거나, 인물 렌즈 용도로 적합해
삼양 AF 75mm F1.8 FE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75mm 초점거리를 채택한 렌즈다. 덕분에 사용자가 표현하기에 따라서 50mm처럼 쓸 수도, 85mm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고성능 렌즈가 아니기에 가격적인 부담도 크지 않다. 삼양 AF 75mm F1.8 FE의 가격은 41만 원대로, FE 85mm F1.8의 대체제로도 좋다. 다만 인물 표현력에 특화된 FE 85mm f/1.4 GM 등 고성능 렌즈의 대용품은 아니니 가볍게 활용하는 경우에 노려보자.
대신 85mm는 망원 렌즈라서 인물 촬영이 아닌 일상 용도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지만, 삼양 AF 75mm F1.8 FE는 조금만 수고로움을 감수하면 일상 용도로도 쓰기에 무리가 없다는 건 장점이다. 기존에 수많은 렌즈를 접하면서 손에 가는 렌즈만 쓰는 전문가라면 참신한 시도를 할 기회가 될 것이고, 초보자라면 조금 덜 다가감으로써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