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스타트업 in 홍릉] 큐어버스 “치매 특효 저분자 신약으로 삶의 질 높인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치매나 암처럼 우리가 두려워하는 난치병에 특효를 발휘하는 ‘신약 후보 물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이야기만 들으면 금방 이들 난치병을 정복할 날이 올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치병 치료 신약이 실제로 등장했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은 신약 후보 물질 대부분이 사실은 약으로 만들어지지 못한다. ‘약물성’을 만족하지 못해서다.
신약 후보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와 효능을 내는 약이 되려면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 몸에 흡수되지 않거나 흡수 후 효능을 잃어버리지는 않는지, 효능이 약해지거나 바뀌지는 않는지, 부작용을 내지는 않는지를 철저히 검증하는 과정이다. 아주 많은 신약 물질 후보가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나아가 개선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여긴 연구자들이 힘을 합쳐 의료 바이오 스타트업을 세웠다. 저분자 신약 후보 물질을 앞세워 난치병 치료의 실마리를 잡고,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목표를 가진 ‘큐어버스’의 이야기다.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는 연세대학교와 서울대학교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시카고 대학교 등지에서 20여년 간 저분자 신약 개발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제약 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여러 건의 바이오 의료 기술과 신약 후보 약물을 개발하고, 대학교 강단에 서서 자신의 노하우와 지식을 알리다가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진정욱 큐어버스 CSO는 서울대학교와 미국 스탠포드대학교를 거처 K-MEDIhub 신약 센터에서 다년간 난치성 질환 및 항암제 신약 개발을 연구한 의약화학 분야 전문가다. 창업 초기부터 공동 창업자로 참여해 신규 후속 파이프라인 발굴을 담당한다.
박기덕 큐어버스 공동 창업자도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두각을 나타낸 연구자다. SCI 논문을 90편 이상 발표했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융합연구단 단장을 맡아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와 다발성경화증 연구자로 이름을 높였다. 세 임원의 연구 경력을 합하면 50년이 넘는다.
큐어버스의 주요 사업은 ‘저분자 화합물 기반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이다. 저분자 화합물 신약은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알맞은 유망 분야다. 우리 몸에 잘 흡수되고 뇌 속으로의 약물 전달 능력이 우수해 치료 효과를 기대 가능하다. 최근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신약 가운데 상당수가 저분자 신약이라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조성진 대표는 양질의 후보 물질을 발굴하려 저분자 화합물 최적화 기술, 그리고 타깃, 질환별 약물성이 우수한 물질 후보군을 적용한다고 강조한다. 즉, 신약 개발의 첫 단추인 유효 물질 탐색 단계에서부터 약물성이 좋은 물질을 후보로 선택해 신약 개발의 최종 성공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셈이다.
다양한 부문에서 신약 개발 경험을 쌓은, 실력 있는 연구자들이 모여야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큐어버스에 힘을 실어 줄 원군이 속속 등장했다. 조성진 대표는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그간 함께 연구해 온 뇌과학분야의 기초 과학자, 관련 질환과 신약 개발에 관심을 가진 임상 연구자 파트너들과 먼저 손을 잡았다.
큐어버스는 2020년 9월에 KIST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 지원 프로그램 바이오스타 사업 2기의 창업 1팀으로 문을 열었다. 덕분에 KIST의 인력과 기술 자본, 연구 시설 등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과제를 수행 가능하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큐어버스를 홍릉강소연구특구의 연구소 기업으로 인증했다. 여기에 유수의 바이오 VC의 기관 투자가 이어지면서 큐어버스는 단시간에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성과를 토대로 큐어버스는 두 개의 주요 비임상 파이프라인을 개발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 후보 물질 ‘CV-01’과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후보 물질 ‘CV-02’다.
지금까지 개발된 알츠하이머병의 신약들은 치료제라기보다는,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완화하는 증상 완화제였다. 타깃 기반 근원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몇 가지 신약 물질 후보가 발견됐지만, 대부분 신약 승인 이전에 한계에 부딪혔다.
큐어버스 CV-01은 뇌염증조절기전에 적극 치료 작용을 나타내는 신규 타겟 기반의 근원적 치료제 후보 물질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쥐로 동물 실험(In Vivo)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결과 탁월한 인지 개선 효능을 나타냈다. 후보 물질의 신규 타깃에 대한 치료 기전도 검증 완료했다.
주목할 것은 효능 평가와 함께 진행하는 약물성 검사 ‘ADME/Tox’ 평가 결과다. 수많은 뇌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이 이 단계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큐어버스 CV-01은 ADME/Tox 평가에서 뇌질환 치료제로 적용 가능한 수준의 매우 우수한 약물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추가 부작용 타깃 검증까지 완료해 선정한, 큐어버스의 대표 비임상 파이프라인이다.
큐어버스의 두 번째 파이프라인 CV-02는 다발성 경화증을 치료할 신약 물질 후보이자, 신경염증 조절 기전의 타깃 근원적 치료제 후보 물질이다. 다발성 경화증은 주로 30대~50대 젊은 사람들이 앓기 시작해 오랜 기간 치료 받는다. 자연스레 퇴행성 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세계 각국은 사회 비용을 낮추려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규모는 2018년 기준 23조 원에 달한다.
기존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의 단점은 연간 1만 달러(약 1,300만 원)를 넘는 비싼 가격과 낮은 재발 방지율, 심장과 간의 부작용 유발이다. 큐어버스 CV-02는 다발성 경화증에만 작용하는 타깃형이라 심장과 간 등 다른 장기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먹는 약이라 비용 부담도 적다. 큐어버스 CV-01처럼 동물 실험에서 탁월한 효능을 냈으며 ADME/Tox 평가에서 우수한 약물성 결과를 냈다.
큐어버스는 CV-01과 CV-02의 비임상 실험을 2023년 초까지 완료하고 2024년 초에 임상 1상 진입을 계획한다. 파이프라인을 후속 개발하며 국내외 대형 제약사와 공동 개발을 위한 협업 혹은 기술 이전을 다음 단계의 주요 목표로 삼는다.
큐어버스는 이를 실행할 기반과 성과를 충실히 준비했다고 강조한다. KIST 바이오스타 창업 기업으로 KIST와 함께 성장 중이며, 우리나라 유일의 의료·바이오 클러스터인 홍릉강소연구특구에 입주해 관계 기관으로부터 각종 연구 지원도 받는다.
조성진 대표는 큐어버스의 장점으로 고약물성/뇌투과성 저분자 화합물 발굴 플랫폼을 활용한 탁월한 저분자 신약 후보 약물 발굴 능력을 들었다. 약물성이 우수한 유효 물질을 선정하고 저분자 신약 최적화 기술력을 더해 신속하게 신약 후보 물질을 확보한다. 그렇게 뇌질환 뿐만 아니라 다른 희귀 질환 치료제 등 최종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박기덕 박사는 탁월한 뇌질환 연구 인프라를 강조했다. 국내외 신약 개발사가 뇌질환 신약을 만들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동물을 활용한 효능 평가다. 우리나라 최초로 뇌과학 연구소를 세운 KIST에는 풍부한 뇌질환 치료제 개발 인프라가 있다. 큐어버스는 KIST 뇌과학 연구소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KIST 연구소 기업이라는 장점을 가졌다.
진정욱 CSO가 합류한 덕분에 큐어버스는 이미 주요 파이프라인 CV-01과 CV-02를 이을 후속 파이프라인 CV-03과 CV-04를 연구 중이다. 퇴행성 뇌질환의 신경계 질환 가운데 각각 만성 염증, 희귀암을 치료할 물질 후보다.
조성진 대표는 "당뇨병성 신증과 염증성 장 질환, 난치성 중추신경질환 등 우리나라의 취약 부문으로 알려진 희귀질환 적응증을 높여 임상, 사회의 요구를 만족할 치료제 개발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