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제 2의 지구, 별의 탄생과 죽음, 첫 우주의 단서 포착”
[IT동아 차주경 기자]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찍은 우주 사진을 12일(이하 현지시각)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은하와 은하 사이에서 별이 태어나고 또 죽는 모습, 지구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은하, 지구처럼 물과 대기가 있을 가능성이 큰 행성의 모습이 담겼다.
NASA는 정식 공개일에 하루 앞선 11일 저녁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찍은 첫 번째 사진을 공개했다. 피사체는 은하단 SMACS 0723인데, 이 모습은 지금으로부터 46억 년 전의 모습이다. 즉, 이 사진은 지금까지 인류가 찍은 가장 먼 우주의 사진이다.
NASA는 SMACS 0723의 주변에 있는 수천 개의 은하가 빛을 내 사진의 일부를 왜곡하는 '중력 렌즈' 현상이 선명하게 보인다며, 다양한 파장으로 12시간동안 촬영해 이 사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멀리 있는 은하를 촬영하는 능력은 첫 우주의 단서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어 NASA가 공개한 사진은 ‘용골 성운’으로 부르는 NGC 3324 지역이다. 이 곳에는 이제 막 태어난 어린 별들이 모였다. 이전에도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NGC 3324 지역을 찍을 수 있었지만,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이 곳을 더 확대해 부분 부분을 더 크고 정밀하고 선명하게 담는다.
이 사진은 얼핏 보면 산맥처럼 보인다. 이 때 가장 높아 보이는 산맥의 넓이는 7광년(1광년은 빛이 1년동안 나아가는 거리)에 달한다. 안개처럼 보이는 것은 어린 별이 내뿜는 자외선과 이온으로 변한 가스 먼지다. 이 사진의 어두운 부분, 안개가 많아 보이는 부분에 있는 빨간 점이 바로 이제 막 태어난 어린 별이다. NASA는 이 사진을 시작으로 별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주변 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별이 크기와 질량별로 어떻게 자라는지, 성운은 얼마나 많은 별과 물질로 구성되는지를 연구할 예정이다.
NASA가 공개한 또 다른 사진에는 지구에서 약 2500광년 떨어진 ‘남반구 성운’, NGC 3132의 모습이 담겼다. 이 사진은 가운데 가장 빛나 보이는 행성상 성운, 즉, 죽어가는 별이 수천 년 동안 내뿜은 가스와 먼지 껍질을 담은 것이다.
NASA는 이 사진을 토대로 별이 죽을 때의 과정, 어떤 분자와 가스를 얼마나 내뿜는지를 연구 가능하다고 말한다. 별이 죽으면서 질량을 잃을 때 나타나는 먼지 껍질의 양상도 선명하게 담긴 만큼, 별과 성운의 역사 탐구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NASA는 사진 외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관측 능력을 응용한 별의 조사 자료도 공개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외계 행성 ‘WASP-96 b’의 자료다. 지구가 속한 우리 은하에 있는 5,000여 개의 외계 행성 중 하나인 WASP-96 b는 남쪽 하늘에 있는 피닉스 별자리에서 1150광년 거리에 자리 잡았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고정밀 촬영 능력을 활용해 수백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별의 빛의 색상의 밝기를 분석, 특정한 가스 분자의 유무를 관측 가능하다. 그 결과 WASP-96 b에 지구와 흡사한 구름과 대기, 즉 이산화탄소·산소·메탄과 물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2014년 이 외계 행성을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미처 알아내지 못한 정보다.
NASA는 앞으로도 인류가 잠재적으로 거주 가능한 행성을 파악, 분석하는 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NASA는 마지막으로 ‘HCG 92’ 혹은 ‘스테판의 5중주’로 부르는, 은하 다섯 개를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은하 주변의 사진 1000여 장을 찍어 합성한 1억 5000만 화소 상당의 사진이다. 어린 별 수백만 개가 만든 성단, 새로운 별이 태어날 때 만드는 항성 폭발, 질량이 큰 은하와 은하가 만날 때 생기는 중력 상호 작용과 이것이 일으킨 가스와 먼지 등 우주의 신비가 모두 담긴 사진이다.
동시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은하계의 상호 작용을 정밀하게 포착해, 우주가 처음 생겨난 후 은하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연구할 능력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스테판의 5중주에 포함된 은하들은 지구에서 4000만 광년~2억90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이를 연구하면 은하와 은하의 병합 과정은 물론 이 과정이 어떻게 별을 태어나게 만드는지를 파악 가능하다. 나아가 이 은하에 속한, 태양보다 질량이 2400만 배나 큰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연구도 도울 전망이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