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클리드 우주선, 제임스 웹과 은하의 신비 푼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우주 탐사 광학 장비들을 실은 우주선 ‘유클리드(Euclid)’가 지구를 떠났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함께 은하와 우주의 역사,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등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 예정이다.

유클리드 우주선은 유럽 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이하 ESA) 소속 연구원을 포함해 세계의 우주 기관 300여 곳의 과학자 2,000여 명이 10년 이상 연구해 만들었다. 6억 6,000만 달러(약 8,640억 원)를 들여 만든 이 우주선의 크기는 4.5m x 3.1m, 무게는 2,100kg이다. 유클리드 우주선에는 망원경과 초점 조절 장치, 데이터 처리 장치와 가시광선 파장 카메라 등 광학 기기를 담은 ‘페이로드 모듈’, 우주 비행을 맡은 ‘서비스 모듈’이 실린다.

유클리드 우주선. 출처 = ESA
유클리드 우주선. 출처 = ESA

이 우주선은 7월 1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스페이스X 로켓을 타고 성공리에 우주로 나갔다. 이어 지구로부터 약 150만km 거리에 있는 라그랑주점(두 천체 사이에서 우주선의 궤도 운동과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평형점) L2로 이동 중이다. 이 곳은 늘 지구의 그림자 아래에 있어 온도 변화가 적은 덕분에 우주 망원경을 설치하기 좋은 지점으로 꼽힌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도 이 곳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다.

라그랑주점 L2에 도착한 유클리드 우주선은 페이로드 모듈을 펼쳐서 가시광선 파장 카메라와 근적외선 분광계·광도계 등 광학 기구를 구성한다. 550nm~900nm 가시광선을 담는 가시광선 파장 카메라는 4,000 x 4,000 해상도 CCD 이미지 센서 36개를 조합해 약 6억 화소 사진을 만든다. 근적외선 분광계·광도계는 900nm~2000nm 근적외선을 포착, 은하가 방출하는 파장과 빛의 양을 측정한다.

유클리드 우주선이 라그랑주점 L2에 안착하기까지의 과정. 출처 = ESA
유클리드 우주선이 라그랑주점 L2에 안착하기까지의 과정. 출처 = ESA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먼 곳에 있는 별과 우주를 확대해서 커다랗게 찍는 ‘망원 렌즈’이자 '인물 사진 카메라'라면, 유클리드 우주선의 장비는 별과 우주 전반을 넓게 담는 ‘광각 렌즈’ 겸 '풍경 사진 카메라'역할을 한다. 지구로부터 100억 광년 거리에 있는 은하 수십억 개의 모습을 촬영해 은하별 거리를 적용, 3D 은하 지도를 만들 능력을 가졌다.

3D 은하 지도가 있으면 은하의 모양과 위치, 이들이 어디로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비교 분석해 우주가 100억 년 동안 어떻게 진화했는지 연구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넓어졌는지, 넓은 우주를 채운 것으로 알려진 암흑 물질의 정체는 무엇인지, 암흑 에너지의 성질은 어떤지 연구하려 한다.

유클리드 우주선이 3D 은하 지도를 만들 때 쓰는 광학 기기들. 출처 = ESA
유클리드 우주선이 3D 은하 지도를 만들 때 쓰는 광학 기기들. 출처 = ESA

과학자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 약 68%를 암흑 에너지, 27%를 암흑 물질로 추정한다. 암흑 물질은 중력으로 우주의 물질을 끌어오는 역할을, 암흑 에너지는 반대로 우주의 물질을 밀어내 우주가 넓어지도록 가속하는 역할을 각각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암흑 물질과 에너지 모두 사람의 눈으로 관측하기 거의 불가능한 점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은하의 움직임을 기록한 3D 은하 지도를 분석, 암흑 물질의 양을 계산하려 한다. 거대한 은하를 멀리에서 보면, 은하 주변의 빛이 중력 때문에 일그러진 모습으로 보인다. '중력 렌즈'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이미 오래 전 허블 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확인했다. 중력 렌즈를 선명하게 촬영한 후 특정 공식을 대입하면 은하 사이에 있는 암흑 물질의 양을 계산 가능하다.

유클리드 우주선을 만든 ESA 과학자들. 출처 = ESA
유클리드 우주선을 만든 ESA 과학자들. 출처 = ESA

유클리드 우주선은 라그랑주점 L2에 도착한 후 약 2개월 동안 광학 장비를 조정한다. 이어 앞으로 6년 동안 우주의 30%에 해당하는 영역을 촬영, 조사해 3D 은하 지도를 만들 예정이다. 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수 년 후에나 3D 은하 지도를 본다.

캐롤 먼델(Carole Mundell) ESA 과학 책임자는 “우주를 이해하려면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정체, 그리고 우주가 태어났을 때부터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유클리드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상세한 3D 은하 지도를 만들 것이다. 여기에서 얻은 풍부한 데이터는 과학과 천문학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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