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점포 폐쇄 가속화…금융소외계층 위한 해법은
[IT동아 김동진 기자] 시중은행의 고심이 깊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크게 늘면서, 오프라인 점포 이용객이 줄어 영업점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는 핀테크 기업에 맞서 디지털 전환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에 오프라인 점포 폐쇄를 가속해 확보한 여력을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하지만,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공적 책무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 같은 고민에 빠진 시중은행들은 적과의 동침을 선언하고 공동점포를 운영하거나, 편의점형 점포 등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 감소 수는 2019년 38개에서 2021년 224개로 크게 늘었다. 4대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144곳의 점포를 폐쇄했고, 오는 7월에만 총 50개 넘는 점포를 없앨 예정으로 영업점 폐쇄 속도는 올해도 빠르기만 하다.
영업점 폐쇄에 대한 공지는 영업점 내부 또는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진다. 한동안 은행을 방문하지 않은 고령층이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없다면,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점포 폐쇄가 갑작스럽기만 한 고령층은 은행에 항의할 수밖에 없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지역 사정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해당 지역에서 영업을 종료했고, 우리은행도 지난해 12월 신봉지점의 문을 닫았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조치였지만 해당 지역의 고령층 등 금융 소외층의 반발이 컸고, 같은 고민을 나눈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달 25일, 금융권 최초로 공동점포 문을 신봉동에 열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봉동 지점 폐쇄를 인지하지 못한 고령층의 항의가 많았는데, 같은 고민을 지닌 우리은행과 협의해 영업공간을 절반씩 사용하는 형태로 공동점포를 개설하게 됐다”면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각각 2명씩 총 4명의 직원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공동점포의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금융상품 판매는 하지 않고 입출금과 공과금 수납업무 등 고령층의 주요청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편의점 속 은행 점포 개설도 활발
또 다른 시중은행의 자구책은 홈서비스를 활용하거나 거주지역과 가까운 편의점에 입점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3일 KT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기반 화상상담 서비스 ‘홈브랜치’를 올해 안에 선보이기로 했다. KT 올레tv의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TV로 은행 직원과 실시간 금융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내 최대 IPTV 가입자를 보유한 KT와 홈브랜치를 개발해 집에서도 은행원과 소통하며 업무를 볼 수 있는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금융 혁신을 시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GS리테일과 손잡고 고령층이 많은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편의점형 점포인 GS25 x 신한은행 1호점을 선보이기도 했다.
편의점 안에 비치된 디지털 데스크를 통해 은행원과 화상상담을 신청하면, 연결된 은행원이 펀드와 신탁, 대출 등의 업무를 돕는 방식이다. 영업시간도 저녁8시까지로 연장해 직장인과 금융취약계층이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을 개설하는 등 편의점형 점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이마트 노브랜드와의 제휴,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을 지난 2일 개점했다. 국민은행은 해당 점포를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사 안에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더 많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영업시간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연장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해당 점포를 통해 현금과 수표 입출금부터 통장 개설과 예금, 적금 가입과 상담, 신용 대출 상담까지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금융 취약층을 위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 은행 점포 폐쇄에 대한 대안으로 공동점포가 확대되고 있다”며 “막대한 관리비 때문에 점포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운영비 절감을 위해 4대은행이 한 공간에 점포를 여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 /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