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 속속 국내 진출…공급망 안정화·일자리 창출 기대
[IT동아 김동진 기자] 글로벌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이 속속 국내에 진출, 경기도에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이 경기도를 거점으로 삼는 이유는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화성, 평택, 이천 등 경기도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소재·장비 기업이 국내에 거점을 구축하면, 반도체 제조기업의 경우 글로벌 물류난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발생해도 소재·장비 수급에 치명타를 피할 수 있어 공급망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칩 제조를 지원하면서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높은 수준의 국내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경기도는 박사급 고급인재를 지역에 유치하는 동시에 일자리 확충을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와 기업 간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려 글로벌 소재·장비 기업의 국내 진출이 탄력을 받고 있다.
세계 3대 반도체 장비기업으로 꼽히는 램리서치는 경기도 용인 지곡 산업단지에 연구개발 시설인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러지센터를 구축하고 26일 개관식을 열었다. 램리서치는 연매출 10조원이 넘는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로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ASML에 이어 글로벌 3위 수준의 장비 기업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한국(55%, 250억달러)은 중국(58%, 296억달러)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반도체장비 매출액 비중이 높은 국가로, 램리서치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미 2011년 경기도 오산에 생산법인인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를 설립한 바 있는 램리서치는 26일 R&D센터까지 개소하면서 반도체 장비 제조와 유통, 연구개발에 이르는 거점을 한국에 확보하게 됐다.
경기도는 2019년, 램리서치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러지센터 구축을 지원해왔다. 경기도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현지화 촉진으로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을 크게 높이고 300명 이상의 이공계 전문 인력 신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지원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독일의 세계적인 화학 기업 ‘머크'는 2020년 경기도 평택에 첨단 기술센터를 개소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반도체 화학적 기계연마(CMP) 슬러리 생산 라인을 평택 기술센터에 구축하고 본격적인 국내 생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
CMP 슬러리는 반도체 웨이퍼(원판) 표면을 연마해 평탄화하는 데 쓰인다. 머크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관련 수요가 급증하자 이에 대응하고, 한국 반도체 기업과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미국 화학소재 기업 듀폰도 충남 천안에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개발·생산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2800만 달러(350억 원) 규모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는 미세한 회로를 그리기 위해 웨이퍼 위에 뿌리는 감광액으로 미세공정 구현을 위한 핵심 소재다. 초미세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요를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글로벌 업체들이 높은 수준의 한국 반도체 제조 기업의 기술을 뒷받침하면서 소재·장비 기술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연구센터를 통한 채용으로 국내 전문 인재를 선재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기존의 한국 소재·장비 기업과 글로벌 소재·장비 기업이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 /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