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 인사이트저널] 집 앞까지의 마지막 한 걸음, '뉴빌리티'의 도전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편집자주] 본 연재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BIT, Business Innovation Track)'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이 [2022년 '위드코로나' 시대, 급부상할 '이것']를 주제로 각자 면밀히 조사,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미래를 이끌 대학생의 시선으로 예상, 분석한 기업/산업 트렌드와 성장 전략 등을 제시합니다. 본문의 흐름과 내용은 IT동아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작고 귀여운, 바퀴 달린 로봇들과 함께 생활해본 적 있는가? 필자는 2년 전 미국에서 교환학생 활동을 하며 이를 직접 경험한 적 있다. 꼬박 하루 동안 이동한 후 처음 느낀 타국의 공기보다 필자를 더욱 사로잡았던 것은 길에서 열심히 돌아다니는 '하얀색 박스'였다. 깃발을 꽂은 채 적당한 속도로 캠퍼스를 누비고, 횡단보도 앞에서는 가만히 초록불을 기다리고 있던 모습이 필자가 기억하는 'Starship(이하 스타십)'과의 강렬한 첫 만남이다.

2019년 필자가 직접 이용해 본 스타십 배달 로봇
2019년 필자가 직접 이용해 본 스타십 배달 로봇

스타십은 2014년 'Starship Technology(스타십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단거리 자율운행 배송 로봇이다. 전용 앱을 통해 식료품점, 식당, 카페 등에서 물품을 주문하면 근거리에 위치한 스타십 로봇이 배정된다. 해당 상점 문 앞까지 온 로봇 안에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넣으면, 로봇은 인도와 횡단보도를 통해 이동해 목적지까지 배송한다.

한 학기 간 수차례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배달도 빠르고 지정 장소에 정확히 도착했으며, 내부의 내용물도 이상 없었다. 이를 증명하듯 스타십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필자가 스타십을 이용하던 2019년 8월에 이미 10만 배달 건수를 채웠고, 2년이 지난 지금은 무려 2백만 건이 넘는다. 미국 내 100개 지역에서 로봇들이 돌아다닌 거리가 지구 109바퀴에 달한다. 로봇이 물건을 배달하는 세상이 됐음을 타국에서 절감했다.

라스트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의 성장

필자가 경험한 이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라고 한다. 이 단계는 소비자에게 상품이 배송되는 마지막 관문이자,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경험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까지의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점이다.

첫째, 필요 이상의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실제로,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Business Insid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집화 - 분류 - 터미널 간 화물수송 - 라스트마일로 이어지는 4단계의 물류 과정에서 라스트마일이 차지하는 비용은 전체의 53%에 이른다. 더하여, 이 과정을 최적화하려는 여러 기업들의 지속된 노력에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폭발하는 물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스타십이 속한 음식배달 산업의 경우에도, 포브스에 따르면 2018년 820억 달러(한화 약 95조 원)였던 세계 음식배달 앱 시장 규모는 2025년 2,000억 달러(약 232조 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혁신을 위한 여러 시도가 이어지는 와중, 가장 주목받는 방식이 바로 자율주행 로봇 활용이다. 시장조사업체 럭스리서치는 2030년 배달 로봇의 배송량 처리 비중은 전체의 1/5을 차지하고, 시장 규모는 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로 초점을 옮겨 보아도, 맥킨지는 이 과정의 약 80%가 지상 로봇 및 드론에 의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스타십을 필두로 해외에서는 아마존의 '스카우트', 페덱스의 '록소'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중 미시간 대학의 스타트업 '리프랙션AI'가 제작한 'REV-1'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대면에 대한 선호 속에 로봇 가동률이 4배나 증가했다.

우리 일상에도 머지 않아...

아쉽게도 이러한 모습이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해 보인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유사 서비스가 이미 상용화를 마친 반면, 국내는 과도한 규제 등과 맞물려 아직까지 로봇이 우리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태동은 느리지만, 마지막 1마일의 시장을 잡기 위한 시도는 국내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딜리 드라이브'를 통해 실제 건물과 아파트 단지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고, 로보티즈의 '일개미' 로봇도 올해 초 기업용 모바일 식권 서비스인 '식권대장' 앱을 연동해 점심식사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출처=뉴빌리티 홈페이지
출처=뉴빌리티 홈페이지

이들 중 최근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기업이 바로 '뉴빌리티'다. 뉴빌리티는 도심형 자율주행 로봇으로 음식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여, 배달 시장의 비용 구조와 경험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벤처투자사인 캡스톤파트너스, 퓨처플레이, 신한캐피탈로부터 프리시리즈A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지난 해 7월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서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38억 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뉴빌리티는 상용화 자율주행 배달로봇인 '뉴비(NEUBIE-01)'를 시장에 선보였는데, 서울 강남 등 도심지역에서 자율주행 근거리 배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세븐일레븐, 네네치킨 등과 협업 시 편의점 상품 및 치킨 배달 서비스에 투입된다. 최근에는 국내 골프장 사업자와 협약해, 골프 카트에서 고객이 음식을 주문하면 뉴비가 이를 배달한다.

이 같은 뉴빌리티의 현재와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 뉴빌리티 김현곤 CSO에게 자세히 들어본다.

사람이 배달하는 시스템과 비교해, 뉴빌리티는 어떤 특징과 혁신이 있는가?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통한 도심 라스트마일 서비스는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성능을 담보함으로써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고, 합리적인 초기 도입 비용은 물론 서비스 운영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자영업자, 요식업자들의 비용 부담을 넘어, 그 동안 배달 비용 때문에 집에서 받을 수 없었던 품목들도 배달 산업에 편입될 수 있다. 물론 비대면으로 배달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안전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한다.

인천 송도에서 서비스 중인 배달로봇 ‘뉴비’의 모습

국내 시장에서 뉴빌리티가 경쟁사보다 먼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별점은 무엇인가?

'합리적인 가격'과 '도심 내의 자율주행 성능'이라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가격 측면에서, 뉴비는 라이다(LiDAR) 기반의 배달로봇에 비해 1/5 수준으로 로봇 가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자체 개발한 카메라 기반 V-SLAM과 초저지연 관제 시스템, 딥러닝 기반 알고리즘 최적화 등 컴퓨팅 자원과 네트워크/인프라 비용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라스트마일 물량이 가장 많은 도심에서 배달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뉴빌리티의 강점이다. 서울 도심은 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어 GPS에 의존한 자율주행 성능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에 뉴빌리티는 카메라 기반의 V-SLAM과 센서퓨전 등을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신뢰성 높은 자율주행 성능을 확보했다. 보행자나 자전거, 반려동물 등의 장애 요소를 인식하고, 복잡한 교통 상황에도 대응하는 기술도 갖췄다.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배송 로봇 '뉴비' <출처=뉴빌리티>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배송 로봇 '뉴비' <출처=뉴빌리티>

서울에서도 가장 복잡한 곳인 강남에서 로봇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뉴빌리티가 극복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물론 여러 기술 과제도 있지만, 강남 지역 내 서비스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규제 대응이 우선이다. 현재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지정되어 한시적인 허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도로교통법, 개인정보보호법, 공원관리법 등 이미 충분한 안전성과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여러 가지 제약에 갇혀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업계에서도 서로 노력하고 있고, 정부도 이에 규제 혁신에 신경 쓰고 있기에 머지않아 불합리한 규제 환경 등은 개선되리라 기대한다.

아무래도 국내 주거 환경에서는 배달 로봇이 완벽하게 집 앞까지 배달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을 듯하다. 대부분 아파트나 오피스텔과 같은 다세대 형태의 공간에서 거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뉴빌리티가 제안하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전략은 무엇인가?

라스트마일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공동주택(아파트) 단지에서 공동현관을 거쳐 승강기에 탑승하고, 아파트 복도나 상가 내부와 같은 실내 자율주행을 통해 주문자의 집 문 앞까지 배달하는 '도어 투 도어'를 마일스톤으로 설정했다. 사실 이게 기술적으로 크게 어렵진 않으나, 우리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에 현 시점에서 우리가 제안하는 배달 시나리오는, '배달 비용을 대폭 낮춰 점주와 고객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대신,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배달 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파트 공동현관이나 빌라 건물 앞까지 기꺼이 내려와서 뉴비를 응원하는 고객들도 상당히 많다.

뉴빌리티는 어떤 기업이고, 이후로 그리고 있는 비전은 무엇인가?

우리는 사실 정교한 계획과 프레임워크에 의해 주도되는 팀은 아니다. 다만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속하고 있는 미션이 하나 있다. 바로 'We Automate Urban Streets'다. 즉 아직 연결되지 않은, 자동화되지 않은 거대한 도시 지역을 활용하려 한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라스트마일 자율주행 딜리버리 'Raas(Robot as a Service)'도 그 일환이다. 배달로봇 뉴비가 바꿔나갈 새로운 배달 서비스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를 그리고 있다.

출처=뉴빌리티
출처=뉴빌리티

원하는 제품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그 마지막 단계를 자동화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은 산업적 성장을 넘어 물류 기반의 우리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다. 뉴빌리티가 그렸던 비전대로,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산업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제대로 활약할 지를 지켜보려 한다.

글 /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BIT) 28기 김태연 (naty04@yonsei.ac.kr)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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