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전기 배달이요!” 전기차, 어디서든 충전 받으세요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10년 전, 휴대폰 시장의 변화 : 휴대폰이 좋아봐야 휴대폰이다?
지난 2000년 MBC가 방영한 시트콤 ‘뉴 논스톱’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신인 배우들의 스타 등용문이라고 불렸던 프로그램이었는데요. 현재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러 배우들이 뉴 논스톱에 출연해 코믹하고 활발한 대학생 역할을 맡아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니다. 또한, 당시 청소년들은 이 시트콤을 보면서 즐거운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대학 진학을 위해 학업에 열중했었죠. 물론 대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에 드라마와 현실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실망했을 것 같지만요.
요즘은 예전 방송을 유튜브로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오랜만에 ‘뉴 논스톱’ 클립을 보니 탤런트 양동근 씨가 무전기만큼 큰 전화기를 들고 통화하더군요. 새삼 재미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의 스마트폰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실제로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던 시기, 많은 휴대폰 제조사가 스마트폰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시장 진출을 고민하기도 했었죠. 결과적으로 피처폰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거두며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습니다.
커다란 휴대폰을 ‘벽돌폰’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손바닥 만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네요.
맞습니다. 그리고 현재, 휴대폰처럼 빠르게 변화하며 전환기에 들어선 산업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 산업이죠. 내연기관 자동차는 점차 전기차 또는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자동차로 바뀌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죠. 그래서일까요. 10년 전, 휴대폰 업계처럼 현재 자동차 업계도 미래 방향성에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친환경화’는 피할 수 없는 변화입니다. 전 세계가 동의하고 있는 환경 규제와 정책 변화에 따라 대부분의 산업들이 친환경화를 선언했죠.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차 전환 전략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판매에 집중하고자 했던 도요타도 지난해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전략을 내려놓고, 전기차 전환 전략을 발표했죠. 실상 전 세계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전환을 선언한 셈입니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고급 스포츠카 등 성능을 강화한 프리미엄 자동차를 제조하는 업체들고 전기차 전환을 말하더라고요.
전기차 보급 속도는 빠르게 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 TOP 10에는 ‘테슬라의 모델3’와 ‘Wuling Hongguang의 Mini EV’가 각각 5위와 10위를 차지했어요. 그리고 TOP 10을 기록한 다른 내연기관 자동차는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는데, 모델3는 전년대비 68%, Mini EV는 무려 226% 성장했죠.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2021년 말 기준, 친환경자동차 등록 대수는 누적 116만 대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41.3% 증가한 수치인데요. 특히, 전기차 신규등록은 전년 대비 71.5% 증가했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호기심을 넘어 실제 구매로 이어지고 있죠. 다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있습니다.
지난 2021년 딜로이트(Deloitte)가 발표한 ‘2021 Global Automotive Consumer Study’에 따르면, 전기차를 구매하기에 앞서 가장 큰 고민은 주행거리(32%), 전기차 인프라(19%), 가격(18%), 안전문제(15%), 충전시간(1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행거리 및 전기차 인프라에 대한 고민은 2018년 대비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기차 구매 전 망설이는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혔죠.
맞아요.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많아진 것 같은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편하게 운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걱정하더군요.
전기차를 구매하면 세금 혜택, 고속도로 통행료 절감,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운행할 때 겪는 불편함은 아직 고민거리죠. 물론 현재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서 ‘충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모두가 원하고 있죠.
글로벌 리서치펌 ‘Allied Market Research’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을 2019년 38억 달러(한화 약 4조 6,303억 원)로 추산합니다. 그리고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간 26.8% 성장해 2027년에는 255억 달러(31조 717억 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죠.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있습니다. 충전시설이 부족한 산간지역이나 특수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충전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전기자동차용 보조배터리, 자율주행 충전 로봇, 이동식 충전기 등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행하면서 충전할 수 있는 무선 충전 기술도 개발하고 있죠.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요?
네, 이제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특수 목적용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도 등장하고 있어요. 승용차를 위한 비상용 충전기는 많은 전력이 필요하지 않아 커다란 충전 장치가 필요하지 않지만, 트럭, 버스 등 상용차는 승용차와 달리 대용량 전기 충전을 필요로 합니다. 이처럼 특수한 경우를 대비한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도 필요하죠.
여기 전기를 배달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대형 상용차를 위한 이동형 충전 솔루션을 개발한 ‘라이트닝 이모터(Lightning eMotors)’인데요. 미국 오하이오주 러브랜드에 본사를 둔 라이트닝 이모터는 지난 2009년 설립해 2018년부터 상용차를 위한 전기 충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급차, 승객용 밴, 버스 등을 위한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를 제공하고 있으며, 충전소, 충전시설 설치 프로젝트 관리, 유지보수 등 다양한 전기차 충전 솔루션(CaaS, Charge as a Service)을 제공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라이트닝 이모터의 이동형 충전 솔루션 ‘라이트닝 모바일(Lightning Mobile)’은 트레일러형 대용량 배터리 스토리지입니다. 최대 80kW 출력으로 Level 2의 고속 DC 충전을 지원하죠. 참고로 전기차의 충전 레벨은 충전 파워와 속도에 따라 Level 1부터 3까지 나뉘는데, Level 2는 240V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도 충전기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요? 혹시 이동형 충전기도 있을까요?
2021년 12월,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편리한 전기 및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지속적으로 충전 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충전기의 경우 2020년 말까지 435기를 운영 중이었지만, 2021년 말까지 약 730여 기로 확충했죠. 올해에도 300기 이상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3월 15일, 이동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 스타트업인 티비유는 티맵모빌리티와 협업해 연내 전기차 충전 배달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티비유는 지난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실증 특례를 받아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탑재한 차량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정보 및 배터리 잔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경로 추천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도 유명한데요. 우선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를 실행한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기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이동하는 ‘공간’으로 발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것입니다.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모빌리티로 진화하고 있죠. 때문에 소비하는 전력도 증가할 것입니다. 즉, 배터리 성능이나 용량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부터 확충해야 하죠.
더 많은 충전소, 더 많은 충전기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동형 전기 충전기처럼 다양한 형태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솔루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전기차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이죠. 이동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동차가 동력원이 부족해 문제를 겪을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인프라는 무엇보다 빠르고 가시적인 개선이 필요하죠. 가속화되는 전기차 전환을 맞아 지속적이고 혁신적인 충전 솔루션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